[Opinion] 영감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글을 쓰게 하는 소소한 원동력 [기타]

글 입력 2018.09.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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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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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나 물건 자체에 특별한 뜻이 있거나, 원래 가지고 있는 의미 외에 내가 그 단어나 물건에 의미를 새롭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나 금세 사라지는 풍경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날은 둥근달에 의미를 주고 또 어떤 날은 나무, 표지판, 맨발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모인 생각은 엉뚱한 이야기가 된다. 빽빽이 줄지은 나무를 보고 이불을 생각하고 요거트에서는 무질서를 생각하는 방식이다. 엉뚱한 이야기를 조금 다듬으면 글이 완성된다.


가방에 물건을 차곡차곡 쌓았다.
가방에 쌓인 내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아 뒤죽박죽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정리되지 않은 내 마음에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집어넣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요거트가 눌려 터져버렸다.
쏟아져 나온 요거트는 가방에 있던 물건을 집어삼켰고 가방은 엉망이 되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무작정 덤벼들다간 내 손도 먹힐 것이다.
그러나 내가 끝내야 하는 일이기에 가방에서 하나하나 꺼낸다.
그제야 그동안 내가 넣어놓았던 것들이 눈에 보였다.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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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의 어린 시절에 영감을 받는다. 그 나이 때 나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을 20대인 지금에서 돌아보면, 순수했던 그 행동에 웃음이 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을 위해 한 그 행동이 너무 엉뚱해 나를 특별한 아이로 기억하게끔 한다.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내 기억과 관련이 있다. 예로 안경에 대한 나의 기억을 끄집어내 보자.


안경을 쓰다 - 단어 바라보기
  
나는 어렸을 때 안경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의 안경을 뺏어 써보곤 했다.
안경은 공부를 잘하는 하나의 징표 같았다.
그러고 보니 학창시절에 안경을 쓴 사람은 내 기준에서 공부를 잘하는 친구였다.
나는 언제쯤 안경을 쓸 수 있을까 기다려보았지만 나에게 안경을 쓰는 날은 오지 않았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두 아이를 보았다. 안경을 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 안경을 쓰고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똘똘함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난 똘똘한 축에 끼지 않는 아이였다. 그와 반대로 동생은 아주 똘똘해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안경을 쓰게 되었다. 그때부터 안경에 대한 동경이 시작되었다.
  
안경을 통해, 내가 원했던 이미지를 갖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그렇게 안경을 쓰고 싶었나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커피


일어나서 밥보다 먼저 찾는 커피. 나에게 음료수라는 단어를 뛰어넘어 내 갈증을 해소하고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무의식적으로 섭취할 때도 있고 때론 각성제로써 내 의식을 깨워주기도 한다. 그래서 커피로 삼시 세끼를 채울 수 있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



끄적거림, 쓰다만 글,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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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못한 글이 몇 개 있다.

나는 가끔 한 문장이나 단어에 꽂혀 글을 시작할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을 쓰게 한 문장과 단어를 조금 끄적여보려고 한다.


▶내 코트 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바람이 내 힘듦을 덜어가는 것 같았다.

▶어서오세요라는 말이 목에 막혀 매끄럽게 나오지 않았다. 입안에서 말을 굴려본다.

▶테이프 하나. 재생 버튼을 누른다. 항상 똑같은 여자의 목소리는 오늘도 같은 말만을 반복한다. 나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답이 없는 대화를 하다 문득 말을 멈춘다. 그러나 여자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대답 없는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이 문장들을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어느 순간 꺼내어 적어 내려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소한 단어와 문장들을 생각하고 새긴다. 오랫동안 내 안에 음미해 글로 꺼내 볼 날을 기다리며.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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