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 나에게 온 초대장 [도서]

글 입력 2018.09.13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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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로를 받으셨나요?

 
산티아고 표지 핑크 공간.jpg
 


고행의 길을 걷는 영화들

오래 걷는 여정, 그것도 험한 길을 오래 걷는 여정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걷기’에 관하여 가장 최초의 기억으로 남은 영화는 <와일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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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2014)
장 마크 발레 감독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가고,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를 걷기로 결심한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PCT (Pacific Crest Trail)

Pacific Crest Trail을 따라가는 코스. PCT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 걸친 산맥인 시에라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캐나다까지 연결되는 산맥인 캐스케이드산맥을 따라 연결되어 있다. 미국 남부 국경 멕시코에서 북부 국경 캐나다까지 2650 마일, 약 4300킬로미터를 걷게 된다.


현대시와 영화를 주제로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강의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서 연기했던 리즈 위더스푼이 주인공 셰릴 역을 맡았다. 험준한 길을 가는 코스이니만큼 셰릴은 왠지 지쳐 보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눈빛만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영화가 끝난 후 강의실은 아주 조용해졌다. 다들 눈가가 촉촉해졌다 느낀 게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날 교수님께서는 ‘오래 걸어보기’를 과제로 내주셨다. 산책이든 등산이든 상관없이, 오래 걸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가감 없이 글로 제출하라고 하셨다.

‘걷기에 무슨 생각이 필요한지. 그냥 걷는 거지…….’ 평소라면 생각 없이 지나쳐 걸었을 것이다. 오래 걸어도 그게 오래 걷는 것인지도 몰랐다. 영화를 떠올리며 ‘오래 걷기’를 인식하며 걸어 보았다. 걸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들은 낯설었지만 기분 좋았다. 새삼스러웠지만 유쾌한 경험이었다.

다음은 영화 <나의 산티아고>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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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2015)
줄리아 폰 하인츠 감독

800km, 42일간의 여정! 이것은 누군가의 좌절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기 코미디언 하페가 과로로 쓰러지면서 큰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갖게 된 긴 휴가가 낯설기만 한 그는 곧 무력감에 시달리게 되고 돌연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첫날부터 폭우와 허름한 숙소, 불면의 밤까지. 하페는 고통이 동행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예수의 제자 야곱이 이베리아 반도에 복음을 전파한 길이다. 순례길은 프랑스의 국경 마을 생장(Saint-Jean-Pied-de-Port)에서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무려 800km 남짓 이어진다. 1993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자 중세부터 지금까지 1000년 넘게 순례가 이어지는 세계에서 유일한 길이다. 매년 300백만 명이 걷지만 단지 15%만 완주하는 아주 긴 순례길이다.

- 도서 내용 中


주인공의 내레이션 그리고 주인공과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화가 인상 깊던 영화였다. 순례길을 막 걷기 시작한 주인공 하페는, 코미디언답게 능글맞고 재미있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순례길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하페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를 통해 한 사람에게는 참 다양한 면모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가 끝날 즘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내내 눈물을 닦느라 따끔거리는 눈가의 통증, 맹맹하게 울리는 콧속, 어두운 방안에 서서히 번지던 푸르스름한 빛,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의 화면, 그 순간의 모든 것들이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볼 때마다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다.



저도 걷는 것을 좋아하기는 좋아하는데……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초대장 같은 책이다. 여성으로는 드물게 외국 기업 마케팅 담당 임원까지 지냈으나, 저자에게도 아픔과 결핍이 있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였고, 어머니는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성공도 한 꺼풀 벗겨보면 쳇바퀴 인생에 불과함을 아프게 깨닫는다. 인생을 다시 세팅하고 싶을 즈음 저자는 혼자서 산티아고로 떠난다. 40일의 걷기 여행은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었고, 아픔을 보듬는 아주 긴 위로였다. 그리고 자신과 나눈 긴 대화였다. 이 책은 저자가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언젠가는 당신도 위로의 길로 꼭 나설 수 있기를!

- 도서 내용 中


산책과 순례길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산책은 휴식, 순례길은 고행에 가깝다. 산책을 통해 휴식하면서 위로를 받는다면 몰라도, 고행길을 걸으며 위로를 받는다는 말은 도대체 뭘까?

영화 <와일드>를 본 후 과제를 받고서도 그렇고, 나도 걸어보긴 했다. 걷기의 효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우울감을 느끼거나 속이 복잡할 때 주변에서 산책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냐 추천받기도 했고, 실제로 산책을 하며 내면을 가다듬은 경험도 있으니까.

이는 PCT나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비한다면 마실 수준일 것이다.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은가, 누군가 물어보면 나는 대답을 못 하겠다. 나의 한계다. 나는 고행의 길을 걸어가는 경험이 없고, 있어도 간접 경험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지를 천천히 걷는다는 전제하에 좋아한다.

조금 더 자극적으로 말을 해보자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말 때문에라도 나는 선뜻 순례길을 걷고 싶다고, 혹은 걷겠다고 툭 말하기가 두렵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집을 나가 고통의 길을 걷는 것인데도, 오히려 깨달음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말하는 사람이 더더욱 궁금하다. 어떻게 그리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런 용기는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건지.



왜 그 길을 걸었나요?

가장 처음에 언급했던 두 영화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험한 길을 자발적으로 오랫동안 고행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PCT와 산티아고 순례. 그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는다. 그 과정은 험난한 길만큼 순탄하지만은 않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주인공들은 스스로가 선택한 극한의 상황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어두웠던 얼굴이었던 셰릴, 짜증이 난 얼굴을 하페는 영화가 마무리될 즈음 또렷하고 생기 넘치는 눈빛을 보여준다.

영화 <와일드>, <나의 산티아고>를 보며 나는 마음 졸이기도 했고, 안도하기도 했으며, 결국 울렁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순례길은 사람을 극한의 상황에 놓지만 결국 변화를 이끌어내주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두 영화를 보며 어렴풋이 알았다. 그리고 극한을 견디고 스스로 변화한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눈물이 터진다는 것만은 제대로 체험했다.

눈물 스위치가 자동으로 콱콱 눌릴 만큼 감동을 받은 작품들이라도 영화 <와일드>, <나의 산티아고>는 각각 미국, 독일 영화이기에 자막을 통해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원어 아닌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으로 감상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특히 독일어는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언어라 더더욱.

책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는 한국어로 쓰인 책이니 만큼, 언어 부분에 대한 아쉬운 마음 없이 순례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또한 영화와는 다르게 오직 책만이 줄 수 있는 순례길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해본다.


“그 길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몇 마디 말로 이야기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저 내가 걸어온 길을, 지나온 시간을, 내 안에 품었던 수많은 질문과 길에서 건져 올린 대답을, 순례자들에게 얻은 위로와 행복을,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 도서 내용 中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라 했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요? 저요! 이 책이 보낸 초대장을 아주 기쁘게 받았다. 40일간의 여정에 동참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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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


지은이 : 박재희

출판사 : 디스커버리미디어

분야
여행 에세이

규격
변형 신국판(143*195), 전면 컬러

쪽 수 : 320쪽

발행일
2018년 9월 5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88829-05-7 (03980)




문의
디스커버리미디어
02-587-5558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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