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기타]

글 입력 2018.09.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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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갖게 된 시간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오늘로 잃어버린 지 벌써 4일 째다. 설상가상으로 노트북의 와이파이가 말썽이라 핸드폰을 잃어버린 다음 날은 밤이 돼서야 PC카톡이라도 할 수 있었다. 공유기가 고장난 것도 아닌데 그때 왜 하필 내 노트북만 연결이 안 됐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없어져버린 사진들과 연락처는 둘째 치고 어딘가에 갇힌 듯한 답답함이 제일 끔찍했다. SNS를 통해 연결되어있던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되니 감금된 듯한 느낌은 당연했다. 그래도 나름 적응을 잘 해 4일 째인 지금은 별다른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긴 하다.
 
핸드폰이 없으니 알바에선 강제 공부 시간, 잠들기 전에는 강제 독서 시간, 가만히 앉아서 쉴 때는 강제 생각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저께 알바에서 여유 시간이 생길 때 공부를 하고 뿌듯하게 집에 가니 차라리 핸드폰이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내가 핸드폰을 하느라 낭비한 시간들이 아까워 반성하기도 했다. 어제는 핸드폰 없이 당일치기 목포여행을 갔다가 강제 생각 시간을 가졌고 그 중에 꽤 영양가 있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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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2주차의 생각

나는 지금 휴학 중이다. 휴학을 신청하고 행복했던 순간은 다행히도 꽤 많다. 친구들이 내 시간표를 궁금해하거나 이번에 공강 없냐고 물어보면 그저 휴학했다고 대답한 후 그들의 반응을 즐기는 것, 헐떡이며 역까지 뛰어갔는데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쳐 학교 가는 내내 지각을 면할 각종 방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지하철 자리가 나기 전까지 온갖 안 좋은 생각을 하던 걸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등등 이 페이지를 가득 채울 만큼 나열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겠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는, 그리고 2학년 1학기의 중반까지도 휴학을 하겠다는 사람과 그걸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휴학생이 어쩌다 학교에 등장하면 친구들 옆에서 부러워하는 척만 했을 뿐이다. 학교든 학원이든, 내 삶을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드는 강제성 있는 루틴이 있는 편이 없는 편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어쩌다가 매일 통학 지하철에서 중도휴학을 검색했으며 결국 휴학까지 하게 됐는지 또한 차고 넘치도록 쓸 수 있지만 다 아는 뻔한 얘기이므로 쓰지 않겠다.
 
하지만 휴학은 생각만큼 단순한 즐거움은 아니었으며 마치 껌처럼 쉽게 단물이 빠져버렸다. 단맛이 좀 더 오래갔으면 좋으련만 내 껌은 얇디얇은 껌이었나 보다. 아, 내가 휴학한 걸 후회하거나 지금이라도 2학기에 성실히 임하고 싶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휴학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개강 둘째 주, 그러니까 아마 일주일 전쯤에 나는 꽤 공허했다. 두 달 동안 준비한 연극이 막 끝난 것도 한 몫 했을 테고, 다들 가는 학교에 나만 안 가는 것도 약간의 소외감을 주었다. 하지만 단물이 빠져버린 가장 큰 이유는 내 휴학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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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

학교를 다니면 통학시간도 무시할 수 없고 과제와 시험에 열중해야 하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휴학을 결심했다. 여러 가지 괜찮은 계획들을 세웠고 그리고 그 계획들을 실천하고 있다. 계획 중 일부로 아트인사이트, 프랑스어 자격증 공부, 책 읽기가 있다고 하자. 내가 그린 휴학의 이상적인 그림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그 주에 쓸 분야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고, 프랑스어 자격증을 따고, 고전 혹은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을 많이 읽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고려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다. 내가 세운 목표치는 매일매일 저 계획 중 한 가지에만 몰두했을 때 가능한 정도였다. 그런데 계획을 여러 개를 세워놨으니 각각의 계획이 내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고 이도저도 아닌 느낌을 받았다. 오피니언을 쓰면 자격증 공부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았고, 책을 읽으면 더 좋은 오피니언을 위해 고민하고 싶어졌다. 시간을 얻기 위해 휴학을 했지만 다시 시간이 부족해졌다.
 


휴학을 한다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휴학 신청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었다. 적어도 학부사무실에는 가야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나 간단해서 놀랐다. 노트북을 켤 필요도 없이 핸드폰의 학교 어플로 들어가 휴학 신청 버튼만 누르면 끝이었다.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휴학이 가능한 것이다. 휴학 사유도 간단하게 개인사정 칸 클릭. 별다른 사유서가 필요 없었다. 그 당시에는 간단해서 마냥 좋아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절차가 간단한 만큼 내 결정과 자유에 따르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휴학을 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학교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핑계다. 물론 아무리 학교 시간표는 스스로 짜도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거의 모든 일정이 내가 아닌 학교를 중심으로 비슷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휴학을 하면 24시간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주어지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매일매일 다른 날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욕심만큼 시간관리를 하지 못한 다면 남들보다 1학기가 뒤처진 채 어영부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휴학을 하면 시간이 많아졌다는 위험한 착각이 들기 마련인데 시간은 절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시간은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깨달았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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