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좌석 1열로 보는 천국과 지옥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9.1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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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연장 객석 1열은 계륵(鷄肋)이다. 무대를 제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지만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다. 1열에 앉기 위해서는 매우 치열한 티켓팅을 뚫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게도 제일 앞자리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으면서 1열 티켓을 가진 사람을 보면 미친 듯이 부러워진다.

 
 
1열 사수가 치열한 이유


앞자리에 가는 이유는 압도적인 현장감과 몰입감 때문이다. 대개 무대 위 가수 혹은 배우와 제일 앞좌석 사이의 거리는 한 걸음 다가가면 닿을 만큼 가깝다. 시야를 가리는 앞사람도 없으니 관람은 더욱 쾌적하다. 짧은 거리로 인해 무대 위 배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필자가 가본 제일 앞자리는 2016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객석 1열이었다. 3시간 내내 허공을 가로지르는 스윙 담당 배우들의 안무에 압도되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봤었다. 클라이막스인 2막 ‘Danse mon Esmeralda(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콰지모도가 죽은 에스메랄다를 보며 절규하는 장면에서 필자는 거리의 시민(방관자)이 되었다.

오페라글라스 없이 눈으로 직접 슬픔을 지켜보니 전해지는 감동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생생하게 본 등장인물들의 표정, 인상 깊은 장면을 머릿속 영사기로 돌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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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열 중앙 시야
(아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열 중앙 시야
앞쪽 좌석에 앉을수록 공연의 집중력은 높아진다
충무아트센터 홈페이지
 
 

부담스러웠던 이벤트석


민망했던 앞자리도 있었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연극을 보러 가 1열 정중앙에 앉았다.

보릿고개를 이겨내는 가족에 관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가난을 표현하는 방법이 불결했다. 땅에 떨어진 사탕을 주워 먹는 등 배우들도 연기하기 힘겨워 보이는 장면을 앞에서 지켜보는 필자도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앉아있던 자리는 무대 위로 올라오는 이벤트석이었다. 즉석에서 잃어버린 물건 역할을 맡으며 몇 마디 대사를 하고 내려갔다. 보기 불편한 극에 직접 출연하니 공기가 답답했고 무대에 있었던 모든 순간이 안절부절못했다. 무대에 올라오도록 끌어당긴 배우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 기억은 한동안 1열에 앉는 부담과 이벤트석에 대한 편견을 안겨주었다. 앞 열에 앉아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관객과 배우들 모두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에 작품의 여운을 곱씹는 관객으로 남고 싶다. 이벤트석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건 맞지만 공연 중간에 흐름을 깰 만큼 중요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공연이 관객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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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가 높은 공연은 티켓 오픈으로
앞자리가 전부 나가기도 한다.
 

언제 또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가을에 올라오는 작품은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알림창을 마주하지 않고 무대와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다. 무대 속 세계에 몰입하는 제삼자로 말이다.




에디터 명함.jpg
 

[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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