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 [도서]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글 입력 2018.09.15 14:3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4.jpg


 
혼자 걷는다는 것


‘걷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남자랑 오래 함께 걷고 싶어서, 걷는 걸 좋아한다고 거짓말한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난 늘 걷는 걸 싫어했다. 한동안 우울증 같은 것이 왔었을 땐, 그냥 집에 하루 종일 누워 상실감에 빠졌었다. 집 밖에 나간다는 것이 싫었다. 그럴 때 누군, 나가서 좀 걸어보라고 말한다.혹은, 학교에서 울고 있는 친구에게 ‘바람 좀 쐬고 와’라는 말을 건넨다. 왜 우린 그런 말들을 건네는 걸까.

 누군가의 권유로 잠깐 밖을 나갔다 오거나, 산책길을 걷는다. 나와 함께 걷는 사람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수다를 떨며 지나가는 아주머니들, 개를 끌고 나온 아저씨. 모두 나를 모른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난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 순간, 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다.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에 집중한다. 차곡차곡 정리한다. 앞으로 난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론가 향하고 있으면서 더 큰 무언가를 떠올린다. 결국 나와 함께 나를 만난다.


표니2.jpg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의 책 표지에서 가장 매력적인 글귀를 봤다.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보통 ‘함께’라는 부사는 ‘서로, 같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영어로는 ~ with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와 함께 걷는다니 조금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작가는 어떤 이유에서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결심했을까, 또 걸으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엔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을까. 800km의 대장정의 길을 끝까지 가게 했던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상처받은 이에게,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저자가 건네는 자그만 초대장. 그 속의 조그만 ‘나’라는 거울. 나약해진 나를 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보고, 나와 함께 숨 쉬는 나를 보고. 그렇게 함께.
 
 
“재희, 넌 왜 걷는 거야?”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작.
리셋(Reset).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 시작인 셈이지.”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여행객에게 “왜 여행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긴 절 아는 사람이 없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둘러싸인 모든 것과 끊임없이 마주해야 해요. 그런데 여기선 자유로워요.” 그 장면이 나의 뇌리에 박혀, 휴학하고 다짜고짜 혼자 여행을 시작했다. 매우 개방적인 부모님 덕분에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고, 모두와 연락을 끊고 현지인인 척 생활했다. 당시 내 노란 머리는, 참 속이기 좋았다. 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들을 잊기 좋았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걷는다는 것은 하나의 ‘해방’이었고 ‘치유’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13.jpg


 
RESET, START


철의 십자가는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내려놓고, 마음의 짐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지는 곳이다. 나는 내가 내려놓고 싶은 아픔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철의 십자가 돌무덤에서 떠오르지 않던 아픔을 혼자 산길을 걷다가 불현듯 만났다. 꽁꽁 숨겨뒀던 ‘나’였다. 잘난 척 하는 나, 착한 척 하는 나, 너그러운 척하는 나, 귀신같이 핑계를 찾아 책임을 회피하는 나 그리고 겁 많고 용기 없는 약해빠진 나를 만났다. 무겁게 짓누르던 내 안의 돌멩이는 바로 나였다.

책의 저자는 생전의 아버지와 불화했다. 어머니는 뇌종양을 앓았다. 그녀는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진짜 자신을 마주했다. 그녀는 나약했고, 겁이 많았다.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지 않고, 자신을 짓누르던 것이 자신임을 알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떠났기에, 그리고 걸었기에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을 짓눌리는 무언가에 대한 사과, 그리고 해소, 지워버림. 평소에 삶에서는 할 수 없을뿐더러 마주할 수 없는 그리고 그 길에 끝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있었다는 것. 그 모든 기록이 담긴 <산티아고 40일간의 기록>을 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목차>

#작가의 말

#산티아고 순례길 안내지도

#산티아고 제1막_몸으로 걷기

운명은 길을 떠나도록 만든다
버려야 하느니라, 버려야 사느니라
왜냐고 제대로 묻지 않고 살았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여행, 팜플로나 유감
용서는 정말 신에게 속한 걸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짝사랑
머물고 싶지만 머물 수 없는 도시
대체 난 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아이들은 나비가 되었다
말로는 할 수 없는 말
길은 문제를 찾을 수 없다?
까미노의 마법, 필요한 것은 반드시 나타난다
해가 솟듯 무언가 가슴에서 솟아 올랐다
열 여덟살 마엘이 나를 깨우쳤다
제기랄! 순례자는 모든 것에 감사하라고?
드디어! 부르고스!

#산티아고 제2막_마음으로 걷기

디어 마이 프렌드
까미노에선 세속의 모든 것이 하찮아진다
나는 완벽하게 혼자였다
삶뿐 아니라 죽음에도 공평한 축복을
엄마, 그 슬픈 이름
어떻게든 다 낫게 해주셔야 합니다
난 뭐가 되고 싶은가?
괜찮아, 다 괜찮아!
레온, 이 도시가 나를 거부한다
세상에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한국 청년이 1만 유로를 되찾은 사연
너의 화살표는 무엇이냐?
나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빈치 코드』의 템플기사단을 만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 가려면 함께 가라!

#산티아고 제3막_영혼의 길

헨드릭의 친구 마티와 내 친구 미영이
키스 하는 사람과 키스 받는 사람
까미노는 나를 항복시켰다
순례자에겐 각자 다른 까미노가 있다
밥이 주는 위로
피를 나누지 않았다고 가족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사랑의 힘, 혹은 그들의 고해성사
산티아고를 앞두고 또 한 방 맞았다
납득할 수 있는 '엔딩'이 필요했다
그리고 피스테라
마지막 드라마, 콤포스텔라
나의 새로운 순례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17.jpg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

지은이 : 박재희
출판사 : 디스커버리미디어
분야 : 여행 에세이
쪽 수 : 320쪽
발행일 : 2018년 9월 5일
정가 : 16,000원



아현.jpg
 
 
[김아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