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 [영화]

글 입력 2018.09.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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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깊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뇌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다. 50세의 나이에 다다른 브래드(벤 스틸러)는 지금껏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부터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이 나이 되도록 내가 이룬 게 뭐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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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브래드는 대학 동창들의 SNS를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를 느낀다. 은퇴하고 섬을 사서 하와이 여인들과 함께 사는 빌리, 할리우드 거물 감독이 된 닉,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인사 크레이그까지. 매 순간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패배감을 느낄 때쯤, 그는 대학 입학을 앞둔 아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람스)와 함께 캠퍼스 투어를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트로이의 작곡 실력이 뛰어나 하버드에 지원해도 될 정도라는 말을 들은 브래드는 아들의 하버드 진학이 자신의 초라한 인생을 보상해 줄 것이라는 상상에 빠진다.

그런데 면접 날짜를 잘못 알았던 트로이가 하버드 입학 면접을 보지 못하게 되자, 브래드는 아들이 하버드를 가지 못할까 걱정하며 화를 낸다. 그리고는 자신이 열등감을 느껴온 존재인 친구 크레이그가 하버드에 객원교수로 있다는 말을 듣고, 용기 내어 그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아들을 위한 것이든, 그를 위한 것이든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자존심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은 평소 존경하던 하버드 음대 교수와 미팅을 하고, 입학처장과 면담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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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애쓴 브래드임에도, 순간순간 자신보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아들을 질투한다. 또한 아들의 고등학교 선배 아난야(샤지 라자)와 마야(루이사 리)를 만난 뒤에는 예전의 열정 가득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더 이상 이렇게 멋진 여성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젊음’이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날 밤, 아난야를 다시 찾아간 브래드는 그녀에게 ‘비영리단체의 이상은 다 부질없다. 사람들은 기부하라고 조를까 봐 나를 피해 다닌다. 차라리 빌 게이츠가 돼서 기부를 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라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브래드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진 대학생의 이상을 깬 것같아 미안했지만, 어찌됐든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브래드의 한탄을 들은 아난야는 이렇게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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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행운아에요. 아직도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까요."
 
"제가 온 델리에서는 사람들이 2달러만으로 하루를 살고, 저녁을 먹은 것만으로도 행복해해요."
 
"단언컨대, 아저씨는 이미 충분히 갖고 계세요.”


아난야의 진심 어린 충고에도 브래드는 자신의 삶의 가치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스무 살 넘게 차이나는 여자아이에게 한방 맞은듯해 충격을 받았을 뿐. 아난야의 말처럼 하루의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왜 항상 브래드의 시선은 위를 향하고 있을까? 왜 스스로에게 행복하다고 말해줘도 모자랄 시간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 시킬까.

영화를 보며 브래드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안에서 행복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브래드는 남들이 자신을 패배자로 보지 않을까 두려워했지만, 그건 사실 스스로가 자신을 패배자로 규정한 데서 오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걔들은 기억 못 할 거야. 다들 자기 자신만 신경쓰니까. 아빠를 신경 쓰는 건 나뿐이니까, 아빠는 나만 신경 쓰면 돼”
 
“그럼 넌 날 어떻게 생각하는데?”
 
“사랑해요”


유난히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브래드의 모습에 트로이 역시 일침을 날린다. 그렇다. 우리는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선 항상 신경 쓰지만, 실상은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고, 남들이 무엇을 하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저 가까운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만 챙기고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트로이는 브래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그의 말에 사랑한다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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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가 면접을 보는 동안 브래드는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친구들과 만나고, 돈과 권력의 세계의 그늘을 마주한다. ‘착한 짓만으론 부자가 될 수 없다’며 범죄자가 된 친구와 전용기까지 가졌지만 정작 딸이 병에 걸려 무력감에 빠진 친구, 그리고 그들을 신나게 험담하던 크레이그를 보며 브래드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친구들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심한다. 그는 크레이그와의 식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아들을 만나 아난야와 마야의 클래식 공연을 함께 본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들으며 눈물을 하염없이 쏟는다.
 
 
“난 나를 추켜세우거나 비난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어. 난 내 안의 인생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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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도 한때는 세상을 사랑했고, 그만큼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정작  기부금에 대한 얘기를 꺼낼까 외면당하고, 항공권 업그레이드는 잔액부족으로 불가한 현실. 그는 세상을 사랑했지만 그만큼 세상을 가질 수 없었다. 거기에 다른 이들이 세상을 나보다 많이 가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더욱 커져가는 세상에 대한 배신감과 무력감.
 
하지만 이제 브래드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했다. 그는 주변의 죽음을 보며 건강하지 않으면 많은 돈과 명예도 모두 무 쓸모 하다는 것을 깨닫고, ‘살아있는 것’이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지금껏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삶에서 긍정적인 아내와 건강하고 수더분한 아들을 보며 감사함을 느낀다. 아마 이제 그가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한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야가 생겼기 때문이다.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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