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글 [문화 전반]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
글 입력 2018.09.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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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

Opinion 민현



최근 들어 정말 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얼룩 진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은 더 넓어졌고 세상이 넓다는 걸 알아감에 맞추어 나도 많이 변해갔다. 언제부턴가 보고 듣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쓰기 시작했다. 시험 답안지를 채웠던 글과는 다르게 노트북 자판으로 토독거리며 치는 글에 난 매력을 느꼈다. 그 매력을 느낄 때쯤 머리를 밀고 국방의 의무를 져야 했지만, 어디에 있든 난 글쓰기를 계속했다. 몇년간 미루던 독서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 오랫동안 스마트폰, 컴퓨터 때문에 멀리했던 글자라는 친구와 다시 친해져갔다.

글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만들어놓은 까만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당연하게 생각했던 ‘글’이 낯설게 다가왔다. 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쓴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언젠가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년간 다이어리와 메모장을 빼곡히 채웠던 글은 사랑에 대한, 내 꿈에 대한, 내 미래에 대한 글이었다. 떠나간 사랑에 대해 위로받고싶었고, 지금처럼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했고, 결국 내가 도달하게 될 미래도 찬란할 것이라고 확인하고싶었다. 누군가에게 듣는 위로나 평가가 아닌, 나 자신에게 듣는 위로와 확인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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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그 수많은 글 중에는 사실 날 떠난 사람에 대한 글이 가장 많았다. 홀로 앉아 흐릿하다 못해 바래진 기억을 떠올리며 쓰는 글에는 후회와 미련, 사랑과 미움, 아쉬움과 후련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하면서도 꾸준히 무언가에 대해 기억하고 글을 썼다. 그렇게 나는 글이라는 친구와 함께 먼 길을 떠나왔다. 떠나간 사람의 뒷모습을 보려 계속 앉아있던 곳에 와서 손을 내밀어 준 건 글이었다. 지금 이 길을 떠나면 다시 돌아와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볼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걸음씩 내딛었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계속해서 돌아보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지금 떠나는 길은 나를 찾아 떠나가는 길이고 나를 찾아 떠날 것이라고.

그 길을 걸어가며 난 여러 모습들을 보았다. 내 성격에 대해,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해, 꿈에 대해, 미래에 대해 수많은 모습들이 그 길 위에 있었다. 내가 잘 몰랐던 혹은 내가 감추려 노력했던 내 모습들도 내가 글을 쓰면 숨어있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다보니 진짜 나와 내 모습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가 아니라 먼저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비난받는 것보다 비난받는 내 자신을 보는 것이 무서웠고, 비난받는 내 모습을 사랑할 용기가 없다는 것이 무서웠다. 힐링과 위로를 위해 쓰인 수많은 책들은 이해는 되지만 마음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어떻게 미움받을 용기를 얻을 수 있는지. 결국 끝까지 가기가 무서워 모든 상황을 피했던 내 벌거벗은 모습을 보았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가지 확실한 건,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던 때와는 달리 지금의 나는 조금씩 앞으로 가고있다는 사실이다. 혼자 걸어가는 건 분명 외롭고 무서운 일이지만, 그게 나를 강하게 만들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길을 걸어가면서 얻어가는 것은 진짜 내 모습을 찾고 그 모습과 대면하여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도 같은 일이라는 걸 난 이제 알게 되었다.

그 과정의 동반자인 내 글은 점점 짧아져 가사가 되어 마음 속에 닿았고, 멜로디가 붙은 노래가 되기도 했다. 짧아진다는 건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확실해지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점점 더 명확해진 사랑이나 꿈,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한 줄로, 하나의 생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이런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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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정말 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후회와 미련은 경험이 되었고, 사랑과 미움은 가치관이 되었으며 아쉬움과 후련함은 새로운 일에 대한 동기가 되었다. 게다가 나는 조금 더 객관적일 수 있게 되었다. 거울을 봐도 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나는 글이라는 친구에 나를 비추어 내 모습의 면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가사도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았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려 적었다. 언젠가 그 거울을 보게 도와준 글이라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싶다.





언제쯤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익숙해지지도 않아
내가 내게 남긴 상처가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해봐도
계속 아파 내 마음에 남게 돼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고 싶은 그 마음이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가 않아서
초라한 그 모습을 보는게 너무나 두려워서
나를 모질게만 대한 것 같아
*
언제쯤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얼마나 아픈 기억을 쌓아야 그 날이 올까
이렇게 나는 나를 미워해도 되는 걸까
이런 내가 정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무너지는 자신감은 쓸데없이 신경을 써
뭘해도 욕부터하는 세상밖의 시선고정
잘해도 남들보다 잘하면 뒤통수쳐
못하면 못하는대로 그냥 뒤쳐져서
그냥 난 나대로 사는 건데 세상은 날 반대로만 판단해
만만해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만 하다가 또 아파해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고 싶은 그 마음이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가 않아서
초라한 그 모습을 보는게 너무나 두려워서
나를 모질게만 대한 것 같아
*
언제쯤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얼마나 아픈 기억을 쌓아야 그 날이 올까
이렇게 나는 나를 미워해도 되는 걸까
이런 내가 정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얼마나 아픈 기억을 쌓아야 그 날이 올까
이렇게 나를 미워해도 되는 걸까
이런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작사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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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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