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집 구하기 위장술 '위장 기혼' [영화]

불온전한 집에서 산다는 것
글 입력 2018.09.1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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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기혼 COUNTERFEIT KUNKOO

인도|2018|15min|픽션|Digital
Color|NN|전체관람가


Counterfeit Kunkoo - Festival Creative.jpg
 

줄거리 Synopsis

배우자 강간이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 인도, 뭄바이에 사는 스미타는 가까스로 폭력적인 결혼 생활에서 탈출한다. 그러나 이후 그녀가 마음 편히 정착할 집을 얻기란 쉽지 않다. 스미타는 자신의 집을 찾을 수 있을까? < 위장 기혼 >은 뿌리 깊은 여성 혐오가 빚어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싸움을 조명한다.


프로그램 노트 Program Note

금전과 주거, 그리고 오르가즘까지 스미타가 삶을 일궈 가는데 남편의 도움 따윈 필요 없다. 오히려 위험만 가중할 뿐. 그러나 세상은 수술을 받을 때도, 집을 계약할 때도 여성에게 남성 보호자를 끊임없이 찾아댄다. 집을 구하기 위해 기혼으로 위장하는 스미타의 모습은 여성 혐오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내가 아닌 모습으로 가장해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스미타의 집 구하기 위장술이 성공하길, 그리하여 언제든 위장 가능한 허울일 뿐임을 몸소 보여주길 응원한다.
 


독신 여성을 위한 집은 없었다


병원에서 스미타에게 이름과 성, 그리고 남편의 성을 물어본다. 그리고 서류 한 장을 내민다. 스미타는 서류를 받아 전 남편에게 가서 서명을 받는다. 스미타는 이제 기혼 여성 액세서리를 하지 않지만, 수술을 받기 위해선 남편이 필요하다.

스미타가 혼자 사는 집에 벨이 울린다. 부동산 중개인과 새로운 세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온다. 왜 이 집에서 나가냐는 방문객의 말에 중개인이 대신 대답한다. '독신녀예요'라고. 스미타가 살고 있는 집은 독신녀가 살 수 없는 곳이다. 친척 덕분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조합의 규정이 강화되어 한 달 안에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돈을 들고 부동산 중개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독신 여성을 위한 집은 없었다. 다른 중개인을 찾아가고 그 중개인이 다른 중개인에게 연락하지만 매물이 없다. 돈이 있다고 해도 집은 생기지 않는다. 중개인은 필요하면 연락하라면서 '낮이든 밤이든'이란 성희롱을 덧붙인다. 답답함에 집에 전화를 걸어본다. 엄마에게 집에 돌아가면 안 되냐고 물어본다. 스미타는 더는 말을 잇지 않고 전화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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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이 만료 되도록 집을 구하지 못한 스미타는 울면서 짐을 싼다. 시끄럽게 벨이 울린다. 스미타는 짐을 들고 전 남편 집으로 가게 된다. 남자는 스미타를 비웃으며 '너는 내가 널 강간했다고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웃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스미타는 타이밍을 보고 문 앞에 둔 짐을 들고 그곳을 벗어났다.
 
다시 중개인 앞에 앉은 스미타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화려한 옷, 장신구 그리고 화장. 중개인에게 남편의 이름을 말한다, 남편은 지금 일 때문에 다른 곳에가 있다고 한다, 말을 돌리는 척 돈을 건네고 본인 명의로 집을 계약한다.

집에 도착해서 세면대에 거울을 설치한다. 화장을 지우자 세면대에 빨간 물이 흐른다. 위장 기혼 상태가 아닌 스미타인 상태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 갑자기 벨이 울린다. 관리자가 찾아와 말한다. '관리비 때문에 그런데 남편분 안에 있나요?'라고.



우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15분의 짧은 영화였는데 여운이 길었다. 스미타는 왜 혼자만의 공간을 구할수 없었던 걸까. 여자는 왜 사회에서 온전한 인격체로 존재하지 못할까. 규정이나 관련 법규가 있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제약을 가지고 살아간다. 여자가집을 계약할 때 아빠와 같이 가라, 자취할 때는 남자 신발을 두고 빨래건조대에 남자 옷을 섞어둬라, 택배를 시킬 때 남자 이름으로 주문해라, 배달 음식을 시킬 때 누가 같이 있는 척해라. 혼자 사는 여자는 울타리가 하나 덜 있는 것처럼 주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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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터넷에서 떠돌았던 움짤이다. 여자는 불안한 듯 뒤를 자꾸 돌아보다가 빠르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웃에사는 척하던 남자는 침입에 실패한다. 여자는 집에 들어가는 직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집인데 누군가의 침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몸을 사려야 한다.
 
이제는 자취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농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안전하지 않아서 2층 이상의 집, 방범창, 도어락과 보조키, 여성안심 택배함을 찾는다.
 
여전히 불안하다. 일상적인 공포와 함께 살아간다. 혼자 사는 여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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