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쓰는 여자. [도서]

글 입력 2018.09.1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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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Virginia Woolf


시대도 국가도 같지 않은 내가 당신의 책을 읽게 되었어요. 우리를 이어준 것은 바로 ‘여성’이라는 사실 하나뿐입니다. 당신이 남자였다면, 내가 남자였다면 이 책을 쓰고 읽으며 당신에게 이런 편지를 쓰는 일이 일어났을까요?

당신의 시대와 나의 시대는 분명 달라요. 나는 나만의 방을 가지고 있어요. 나는 부자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지만 말이에요. 이제는 여자 경찰, 여자 의사, 여자 군인도 있어요.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똑같아 보이기도 해요. 그들은 분명 있지만, 절대적으로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분명 다르게 대우받고 있거든요. 분명히요.

우리는 각자의 방을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어요. 하지만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는 말 못 하겠네요. 내가 쓰는 글은 ‘여자’의 이야기고 ‘여자’의 주장이 돼요. 나는 내가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했는데 돌아오는 건 세상을 삐뚤게 바라보는 ‘여자’에 대한 비난뿐이더군요. 작품에 대한 비평이 곧 작가의 ‘성’에 대한 비평으로 이어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어요.

제인 오스틴과 샬럿 브론테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인상 깊었어요. 당신의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여자처럼 쓰라는 당신의 말은 나에게 귀감이 됐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이 시대에서 무난하고 불편함 없이 관통하는 남성적 시선으로 글을 쓰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내 삶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을 피할 겁니다. 때로는 나를 다그치고, 누구보다 다정하게 속삭이는 남자들의 말에 흔들리지도 않을 거예요. 아직은 취미로 글을 쓰는 것이 전부지만,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싶고 써야 하는 이유를 당신이 알려주었어요.
 
내가 사는 시대의 여성들은 더 동등한 표를 달라고 외치지 않아요. 내가 사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성을 벗어던지는 ‘탈 코르셋’ 운동을 하고 있어요. 놀랍지 않나요? 교양 유행 춤 옷치장 유희. 세상이 여자에게 강요했던 '미덕'들을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어요. 아름다움을 흐리고, 쓰고 읽고 생각하고 탐구하는 가치를 찾아가고 있어요.
 
아주 느리지만, 여성들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어요. 아직 무지하지만 우리는 배우고 있어요. 우리는 불합리한 제도를 넘어서서 수천 년간 우리를 지배했던, 남자가 우월해지기 위해서 여자는 열등해질 수밖에 없었던 모든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아주 길고 외로운 싸움이 되겠지만 말이에요.
 
결국, 난 ‘나’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거리낌 없이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어떤 것도 써 내려 갈 수 있는 자유를 적극적으로 누리겠습니다. 그래요. 당신 말대로 내 방도 500파운드도 있는 나는 이제 핑계도 없으니까요. 이 같은 핑계들은 또 반드시 사라질 거고요. 난 당신으로부터 받은 이 세상을 다음 시대의 여성들에게 전해줘야 해요. 그리고 그것은 분명 더 나은 시대일 거라고 확신해요. 그래서 나는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합니다. 언젠가 또 이 책을 뒤적일 거 같아요.

그때 다시 만나요.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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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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