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演]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임형진 연출가 인터뷰(下)

글 입력 2018.09.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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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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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로고  ⓒ테아터라움




지난 인터뷰에서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신작 ‘낯선사람’을 통해서 이들의 행보를 살펴보았다. 작품 속에는 자본과 전통, 과거와 오늘이란 다양한 대척점이 등장한다. 그렇게 작품은 갈등의 요소를 선보이면서 작품은 동시대 문제와 해결과제를 전달한다.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은 사유 부재의 시대에 몸소 실천하며 생각하는 연극을 제시하는 집단이다. 이러한 극단의 모토에는 ‘사유하는 몸, 연대하는 정신, 지각하는 연극’이 있다.
 
세상을 향한 외침을 던지기 시작한 이상, 연극은 결코 혼자만의 작업이 될 수 없다. 연극은 집단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몸소 보여준다. 김수영 시인이 묘사한 풀의 속성처럼 연극은 작은 존재가 모이고 모여 유의미한 큰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 연극의 원천에는 연출이 있다. 여리고 여린 풀의 존재를 모여 하나의 외침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나’의 존재 이전에 ‘작품’의 외침을 우선하는 연출의 자리를 임형진 연출의 사색을 통해서 만나보려 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정체성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고자 한다. 그것은 곧 이들이 표방하는 작품의 형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이자, 동시에 연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단체로 나아가는 사유의 길을 탐구하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유하는 몸, 연대하는 정신, 지각하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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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임형진 연출가
ⓒ국립오페라단


Q. 다큐멘터리 연극, 음악극 등 포스트드라마적인 연극을 토대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통념적인 연극을 벗어나 실험적인 연극을 계속해서 선보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각하는 연극의 하나이자 전부라 볼 수 있나요?
 
철학하는 몸의 시도들은 기존 연극이 가졌던 한계나 지난한 문제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분석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한 아방가르드적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연극에 종속되지 않고 연극을 관통하여 인간의 여러 문제들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사회적인 태도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연극의 수용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좀 더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것과 대면하면서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 이성적 힘의 생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때문에 철학하는 몸은 일상과 전통적 연극의 개념 사이의 구분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다양한 감각적 통로와 지각방식을 선호합니다. 그것이 저희에게는 기록, 증거, 소리, 음악, 몸, 진술 등과 같은 요소들로서 주요하게 부각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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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에 대한 바덴의 학습극-무엇이 당신을 소진시키는가?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Q. (*‘철학하는 몸’은 ‘사유하는 몸, 연대하는 정신, 지각하는 연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유하는 몸에 대한 질문입니다. 사유와 동시에 몸에 대한 감각회복, 이 과정에서 몸은 어떻게 인식되고 해석될 수 있을까요?
 
메를로-퐁티가 이미 언급하였듯이, 몸은 나와 세상을 연결시켜주는 통로이자 주체입니다. 인간은 다시 몸의 순전한 감각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몸의 개방은 그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몸의 감각은 자본의 감성적 논리에 의해 그 고유한 예민함과 날카로움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노동이라는 몸의 수행으로서 이해될 필요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비로소 정직한 연극의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단지 배우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극을 몸으로서 감각하는 모든 대상은 공동의 연극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정신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대할 수 있으며, 연결의 대상은 누구인가요?
 
정신은 행동하고 실천하는 몸으로서 드러납니다. 정신의 유기적인 연대는 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그 영향력은 마치 분위기처럼 전염됩니다. 실질적인 개인 존재의 가능성의 유무는 유기적인 연대의 형성, 즉 몸이 현존하는 정신적인 전염의 확장과 그것의 경험 속에서 확인될 수 있습니다. 연대의 대상은 몸의 실천과 사유의 과정을 공유한 사람들 모두가 가능합니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은밀하게, 그리고 현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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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1917-콜로이드'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Q.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들 중에서 테아터라움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품은 한 편을 꼽는다면?
 
2018년 2월에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작품 일부만 선보인 ‘프로젝트 1917 – 콜로이드’입니다. 2017년 9월 17일은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께서 태어나신지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날을 기억하기 위하여 당일 서울과 통영을 오가며 현재 우리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 작곡가의 흔적과 요소들을 찾아 기록하였습니다.
 
그때 수집한 자료들을 무대 위에 전시하면서, 배우 및 성악가, 합창단을 중심으로 미디어가 반영된 다큐멘터리 음악극을 완성하였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프로젝트 1917 – 콜로이드’인 것입니다. 포스트 브레히트적인 방식으로 구성된 이 연극은 아직까지 작품 전체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기회를 마련해 곧 무대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출의 방 : 돌아봄과 나아감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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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어멈 Capital01. 공연 이미지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Q. 연출가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출가는 동물적인 예민한 감각뿐만 아니라, 그것을 다시 논리적인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이성적인 능력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성도 하나의 감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연출가의 시선은 피해자, 약자, 억울한 사람, 억눌린 자들의 시선과 입장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을 때 연극은 자본의 거대한 힘과 세상의 부당한 폭력을 ‘아름답고 예술적인 것’으로 자연스럽게 포장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Q. 희곡 창작에 있어서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매체든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하루하루 개인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 속에서 영감을 얻곤 합니다. 희곡-텍스트를 쓰는 것은 나 스스로의 결핍, 그리고 나의 의식과 내가 존재하는 사회 사이의 틈들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그 차이를 면밀하게 기록하고 연결시키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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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성의 미학(에리카 피셔-리히테)
ⓒ네이버 도서


Q.연극을 배우고, 연출을 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한 권을 꼽자면?
 
수행성의 미학 (Aesthetik des Performativen, 에리카 피셔-리히테, 2004)입니다. 한 권 더 말씀드리자면, 케이지와의 대화 (Conversing with Cage, 리차드 코스텔라네츠, 1991)입니다. 두 권 모두 개인적으로 이론적, 방법(론)적, 또한 사유적인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입니다.
 
 
Q. 다른 도시에서도 테아터라움의 활동을 선보일 수 있다면, 어느 곳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가요?
 
베를린과 라이프치히입니다. 베를린에서는 자본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 같고, 라이프치히에서는 외부인, 즉 타자에 대한 사회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Q. 향후 ‘테아터라움’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 하반기에는 자본과 일상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 창작 작품을 가지고 낭독 공연 또는 렉처 씨어터로 무대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지난 7월 무대에 올랐던 연극 ‘낯선 사람’의 재공연과, 새로운 창작 음악극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철학하는 몸의 연극은 포스트드라마적인 현상들이 내밀하게 연결돼 있는 동시대 음악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극의 음악적 기능과 청각적 요소를 부각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연극은 몸의 감각을 재확인시키고, 전통적 연극 언어의 약속과 그 틀에 구속되지 않을 수 있는 심리적 자유로움을 제공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철학하는 몸은 여러분들께서 연극과 일상 사이에서 자신의 몸과 정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인훈은 ‘광장’을 통해 누구에게나 밀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때 밀실을 결코 단절의 공간이 아니다. 스스로가 온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자 재정비의 장이다. 성찰과 반성이 있는 밀실로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마침내 ‘광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문을 열고나서 보이는 탁 트인 세계는 밀실에서 담아온 지난날의 사색에 대한 외침을 내던질 수 있는 광활한 터다.

<연출의 방>을 통해 임형진 연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연극은 좌절과 결핍으로부터 만들어진다. 계속 사유하지만 언제나 다른 반응을 일으키는 몸, 흩어진 정신들을 하나로 모으려는 노력, 계속해서 깨우쳐 지각으로 나아가는 연극. 이것은 곧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의 자체이자 전부다.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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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演'은 오늘의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트인사이트의 인터뷰 섹션입니다.
연극적 사유와 행함을 함께 나누는 모든 인연을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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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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