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그믐, 결국은 흔적을 찾아 나선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글 입력 2018.09.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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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동.PNG

 
신체 행동 연기를 여실히 보여준 극단 동.
당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비선형적인 시간관과 파편처럼 흩뿌려져 인과를 지우는 사건들 그리고 엄습해오는 배우들의 연기들. 시놉시스와 보도자료에서부터 친절히 나와있던 이 설명은 마치 “미리 어려울 것이라고 공지를 했으니 우리 진짜 충실히 복잡하게 한다!”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괴이한 동작들과 독특한 무대구성, 변화하는 조명의 세기, 다양한 소품의 활용, 관객에게 던지는 말들, 비틀어버리는 서사 무엇하나 평범한 것은 없었고 이는 일상적인 이해를 지우며 연극이라는 새로이 만들어진 세계로 우리를 압도하며 몰입하게 했다. 오랜만에 맞이한 연극은 배우들의 호흡과 연기에 집중하게 했지만 부끄럽게도 내용 전반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재들이 어떻게 이용되고 행위와 서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웃지도 않으며 하나하나 놓치려 하지 않았지만 끝내 풀리지 않는 매듭들이 존재했다. 연출가와 작가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라고 볼 수 도 있고 이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더 사유하게 만들려는 의미도 존재했겠지만 역시나 뛰어난 해석을 얻었을 때 오는 쾌감만한 것이 없다.

예술 작품에는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해석이 존재하지만 차별화되는 해석은 하나밖에 없다. 천재는 많지만 정점은 하나라는 말처럼 저자와 연출가의 정신성에 가장 육박해가며 모두의 공감을 얻어내는 해석이 존재한다. 복잡다난했던 이 연극의 해석은 네이버에서 파워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소행성님의 것을 차용한다. 이 링크는 소행성님의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리뷰 원문이며 수 백 개의 연극을 보신 분답게 어렵지 않게 해석의 지표와 표면을 넘어서있는 의미들을 파악한다. 단 한 번의 관람으로 많은 것을 읽어내고 기억해냄에 박수를 보내며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것에 뛰어난 해석을 한 것을 기린다.

소행성의 지표에 따르면 우리는 연극에서 다음과 같은 흔적들을 파악할 수 있다.


1. 무대구성의 의미.

무대의 큰 보름달과 작은 보름달은 연극의 시작부분에 개명한 보람이가 말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는 세 명의 보람이가 있었고 자기는 중간 보람이었다. 큰 보람은 큰 일에서 보람을 찾고 작은 보람은 작은 일에서 보람을 찾았으나 자기는 중간 보람이라 어떤 것이 보람인지 잘 모르겠고 이름을 바꾼 후에는 보람이 없다고. 무대도 큰 보름달과 작은 보름달만 있을 뿐 중간 크기의 보름달은 없다.


2. 서사의 변동 해석.

극중 초반 남자가 만든 우주 알 이야기 소설은 보람에 의해 뒤죽박죽으로 섞이게 된다. 이로 인해 극의 서사도 뒤죽박죽으로 섞이게 되고 남자의 회상의 내용과 순서도 바뀌게 된다. 남자는 과거 – 현재 – 미래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고 극의 처음과 끝은 그의 발화처럼 대응하는 구조를 이룬다. 신체행동연기라는 극단의 성격답게 이들은 말을 하며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과거를 말할 때는 반시계 방향으로 현재와 미래를 말할 때는 시계 방향으로 돌았음을 알 수 있다.


3. 여자 주인공은 왜 바뀌었는가.

여자 주인공은 극의 중반부에서 인물이 아예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다. 많은 관객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 했을테고 저마다의 해석이 있겠지만 소해성은 그 이유를 스틸컷에 나온 대화에서 찾는다.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A와 B 두 가지 노선이 있어. A는 슬프지만 아름답게 오늘 헤어지는 거야. B는 내일이나 모레쯤 헤어지는 거야 대신 아주 비참하게 헤어지게 돼. 어떻게 할래?”. 처음의 여자 배우 (김은숙 분)이 A에 해당하고 바뀐 배우 (유은숙 분)이라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며 남자는 김은숙 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널 지켜줄게, 과거로부터 너를, 지켜줄게”. 유은숙 분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함을 알 수 있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이야기가 A에서 끝난다면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나쁜 기억을 없을 테나 남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B를 택했고 그 모든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정을 이어간다.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 그리고 파격.

시놉시스는 말한다. 남자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나열하고 때로는 상상한 것을 더하고 또 여러 관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남자는 현재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해석하고 새롭게 만들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나가려 한다. 남자의 이야기와 남자가 만들어 낸 ‘우주 알 이야기’. 어디까지가 소설 속 소설인지 알기는 어렵다.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 속 같은 발화를 다른 화자의 입을 통해서 보고 파편처럼 흩뿌려진 시간들이 다시 하나의 결로 매듭지어질 때 많은 것들이 이해되었다.

괴이한 몸짓을 이어가던 여자 주인공은 점차 정상적인 몸짓으로 돌아왔으며 남자 주인공이 죽인 아이의 엄마는 거짓으로 남자 주인공을 위하고 있었음을 인정한다.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황폐하게 만든 세계를 되돌리기 위해 방법을 찾으려 하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각자의 상처는 아물어가면서 여자 주인공은 마음의 상처와 과거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자신을 옥죄고 있던 혹은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자폐적 행동들을 덜어낸다. “너는 내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야”. 우리는 과연 자신의 자식을 죽인 사람에게 피해자의 엄마처럼 이런 말을 건넬 수 있는가. 결국 “우리 애를 위해서라면 너는 불편부당하게 살아야 되는 것 아니니, 바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니니”라고 말하는 그 엄마는 자식의 떠남을 이해하고 인정해낸다. 터져 나오는 분노와 함께 남자 주인공을 찍어 누른 뒤 흩뿌려진 과자들은 희미한 달 옆 별빛처럼 처참하기 그지없었고 탈의한 상의는 세월의 흔적을 맞아내 살덩어리 같은 육체를 보여준다. 자신이 죽임을 당할 것을 알고 있었던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 스카프를 씌어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너는 누구야 너는 누구였어”. 글쎄 그 남자는 죽임을 당할 때까지 그녀를 사랑한 남자. 운명을 거스르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 남자이고 당신의 패턴이 마음에 들어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며 동시에 정반대에서 그에 필적하는 자식 사랑을 펼치며 같은 말을 하는 피해자 영훈이의 엄마가 있다.

사실이 아닌 진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자 주인공은 영훈이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았고 영훈이도 엄마의 기억처럼 마냥 순수하고 엄마 말 잘듣던 아이는 아니었다. 보람은 어린 시절 지독한 가정 폭력과 그로 인해 무너져가는 가정의 피해자였으며 회개함으로써 덜어낸 사실은 다른 파국을 몰고 온다. 그렇다면 과연 남자 주인공이 영훈을 죽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당방위가 아닌 일방적 살인. 사실 영훈의 학교 폭력은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폭력과 모멸감 그리고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튀어나온 모서리 취급하여 다른 이로부터 멸시와 불신을 받게한 것이 원인 아니었을까. 여기 나온 사람 중 외롭지 않고 존재가 뒤틀리는 듯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우리 모두는 그런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불편함을 담아내어 입 속의 모래처럼 다가온 연극은 결국은 사랑이라는 무서운 진실과 함께 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그들 하나하나를 찾아보게 했고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게 한다. 남자 주인공 김석주, 여자 주인공 김문희와 유은숙, 영훈이자 선생님 최태용, 어린 시절의 주인공 윤민웅과 신소영 그리고 영훈의 엄마 김정아. 이들이 풀어낸 시간과 눈짓 하나하나가 공간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무겁고 검질긴 주제를 다루고 마지막 커튼 콜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박수를 받고 박수를 다시 보내는 배우들의 얼굴이 선명하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 우리는 보름달이자 달이 사라지는 그믐이며 영원한 사랑을 위해 혹은 신념의 모습이 아름다워 당신의 패턴이 맘에 든다고 말하는 존재이다.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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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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