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을 대하는 나의 '안목' [도서]

< 안목의 성장 >을 통해 생각해 본 안목에 대한 이야기
글 입력 2018.09.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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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의 성장"


미술 이론을 전공한 나는 작품이나 유물들을 마주할 기회가 많았다. 예술을 본격적으로 처음 접했을 때부터 어쩌면 지금까지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옳을까?”,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읽고 있나?” 등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한다. 이렇게 ‘답’에 대한 집착을 갈구하던 중, 나는 < 안목의 성장 >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해답을 내려줄 것만 같았고, 명쾌한 과정과 결론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안목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선택하였다.

책의 전개 방식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렇게 보면 작품을 잘 볼 수 있습니다.”가 아니었다. 직접적인 접근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안목을 키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방법에 연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과정을 풀어냈다. 나도 그 자연스러움을 좇으며 작가의 ‘안목 성장기’에 빠져들었다.



#1 아름다움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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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보낸 꽤 오랜 시간 동안 유물을 보고 진정으로 절절함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곳은 그저 하나의 사무실에 불과했다.

작가는 규모 있는 박물관의 큐레이터다. 미술 이론을 전공했다면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자리는 꿈의 위치나 다름없다. 이런 동경의 위치에 자리한 사람이 유물을 보고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니,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큐레이터는 작품을 보는 ‘안목’이 타고났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고 느끼는, 그런 선천적인 안목이 내재되어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문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즉, 안목은 타고나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는 것임을 말해준 셈이다.

희망을 품었다. 꽤나 별것 아닌 문장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내겐 다르게 다가왔다. 안목도 충분히 가꾸어나갈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작품을 보고 느끼는 순간과 감정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이 큐레이터 분께서 어떻게 안목을 가꾸어 나갔는지 궁금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고 되새기며 천천히 책을 읽어나갔다.



#2 어깨 힘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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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이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 그 명품들에 담긴 그리움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 새로운 자극과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백제의 유물들에 관한 도록을 제작하기로 한 큐레이터(작가)는, 사진계의 최고라 불리는 준초이 선생을 초대해 유물의 촬영을 맡겼다. 사진 촬영을 하며 준초이 선생은 금동반가사유상 앞의 아우라에 압도되어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큐레이터는 이 모습을 보며, 아마 준초이 선생이 진정한 아름다움의 신세계를 경험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했다.

준초이 선생이 유물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느끼지 못했다면, 아마 예술이 아닌 기술에 머물렀을 것이다. 단순히 사진의 기법을 응용하여 진정한 가치가 담기지 않았을 것이고, 유물이 전하는 이야기와 아우라가 관람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무게를 진심으로 느끼려는 자를 바라본 큐레이터는 위와 같은 말을 적어냈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낀다면, 그것은 깨달음이 되고 이 깨달음은 또 다른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작가가 금동반가사유상이 단순 과거의 유물이 아님을 느끼고, 이 금동반가사유상의 가치를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을 접하는 관람객들은 각자만의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3 흐르는 바람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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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자들에게 포부를 물었을 때, 증점은 따뜻한 봄날 강물에 목욕하고 언덕에 올라 바람 쐬고 노래 부르며 돌아오겠다고 답했다.

위의 문장에서 증점이 말하는 바는 ‘풍류(風流)’라고 한다. 풍류는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멋이자 경지이고, 동양 예술정신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큐레이터는 이 대목을 말하며 동양회화에서 풍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바람이 흐르는 곳은 기운이 있고, 이 기를 얻어 움직일 수 있다. 그러므로 바람은 생명이다. 그저 흘러가는 바람으로만 여겼는데, 바람은 무수한 힘이 있었다.

큐레이터는 일상의 것, 자연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쉽게 넘겨짚지 않았다. 만물을 느끼고 수용하며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의 의미를 깊이 이해했다. 동양 미술과 유물을 다루는 이 큐레이터는 동양적 예술에 주류를 차지하는 요소, 영감을 부여하는 자연적인 요소들을 진심으로 느꼈다. 이러한 모든 과정과 경험들은 그녀의 안목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미적인 삶의 방식이 모두 모여 온전하고 총체적인 그녀만의 안목이 탄생했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4 경직된 이념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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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당대를 지배하는 사고와 경직된 이념을 넘어 얼마나 폭넓은 유연성을 키워 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역사 발전의 열쇠라는 깨달음을 준다.

큐레이터는 다산 형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약종은 조선 성리학 체제를 부정하며, 차별적인 신분제가 아닌 평등사회를 염원했다. 또한 양반 사대부로서 천민과 함께 생활하며 형제처럼 지냈다. 뿐만 아니라 「주교요지」라는 천주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글을 한문이 아닌 한글로 제작했다. 이와 같이 다산 정약종은 현존하는 사회의 흐름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과감하게 행동했다.

한마디로 다산 형제는 경직된 이념을 용감하게 넘은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향해 나갔다. 기존의 체제에 안주하지 않음이 과연 안목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라는 물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꽤나 깊은 관계에 있다. 작품, 유물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일정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내 관념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안목이다. 수많은 연구와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자신의 ‘안목’에 대해 항상 고찰하는 자세와, 유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목은 완성이라는 것이 없다. 지속적으로 안목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존의 안목을 돌아보고 새로운 안목을 탐색해야한다. 경직된 이념이 나의 안목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

*

이 큐레이터의 ‘안목 성장기’를 읽어 나가며, 내 안목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가.”에 대한 나의 물음에 답을 내려 볼 수 있었다. 내 자신에게 “제대로 안목을 키우고 있다.”라고 답해주고 싶다. 많은 경험과 끝없는 고민이 뒤섞이고, 이 모든 것을 나름대로 정리하기 위해 책과 전시를 탐구하는 과정은 나만의 안목을 틔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미(美)를 좇는 과정에 완벽한 도달점은 없다. 과정 속에 답을 찾고, 그 답을 다시 뒤엎으며 미에 대한 안목이 성장할 것이다.

작품과 유물을 대하는 과정의 변화, 주변의 것을 새롭게 대하는 태도, 배움과 깨달음의 중요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안목이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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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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