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효, 순간의 감정과 오롯이 마주하다 [음악]

우효가 말하는 순간의 기억과 감정의 소중함
글 입력 2018.09.1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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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느끼고, 괜찮지 않은 것을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상처와 슬픔에 힘들어하면서도 늘 그렇듯, 애써 웃으며 넘기려 한다. 전혀 당연하지도, 괜찮지도 않은 일이지만, 꼭 그렇게 배운 것처럼 아주 잘 훈련되어 있다. 그러나 지나간 상처와 슬픔 뒤에 자리하는 많은 것들이 꽤 오래도록 나를 그 순간에 머물도록 할 때, 그 때의 상처와 슬픔은 당시보다 몇 배 더 깊고 아프게 파고드는 것을 느낀다. 그 때, 그 순간에, 그 감정에 충실하지 못해 남은 상처는 아무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을 우리는 지나간 아픔과 후회를 겪고 나서야 안다.
 
언젠가부터 부쩍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면서, 복잡한 감정들이 나를 흔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우효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일상에서 보이는 흔하고, 소박한 것들에서 노래를 만들었다. 그녀의 음악은 지나간 기억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기쁘고 슬픈 어떠한 순간에 상관없이 삶이라는 모험 속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성들을 풀어내었다. 스쳐가는 아주 작고, 소소한 일상 중에 하나일지라도, 어쩌면 그 때 그 순간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기대와 믿음이 될 수도 있기에, 순간의 기억과 감정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그녀의 노래는 내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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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어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그녀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는 참 부드럽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 때의 감정과 기분에 솔직한 생각들을 적어내린 그녀의 꾸밈없는 단순한 가사들은 참 좋다. 그녀의 음악이 내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처음 접한 신스팝 장르가 우효의 목소리와 절묘하게 어울렸기 때문이다. 신스팝(Synthpop)은 일렉트로팝(electropop), 테크노팝(technopop) 으로도 잘 알려진 1970년대말부터 1980년대에 걸쳐서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팝 음악의 스타일이다.

우효의 노래는 주로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전자음이 많은 팝 음악이 특징인데, 은은한 멜로디에 밑에 깔린 통통 튀는 전자음과 그 위에 나지막히 읊조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우효의 음악은 어쿠스틱이나 언플러그드와는 확실히 거리가 먼 신스팝이지만, 그리 강력한 전자음을 내지 않는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감성에서 미니멀한 신스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효의 음악 중에서 내가 좋아하고, 즐겨듣는 몇 곡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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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ut"

먼저, 가장 최근 올해 7월에 발매한 새 싱글 앨범 [Papercut]이다. ‘Papercut’은 종이에 베인 상처라는 뜻으로, 지나간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 곡이다. 이 노래는 그녀의 앨범 소개와 함께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이번 뮤직비디오는 곡에 삽입되는 효과음, 멜로디, 비트 등의 요소들을 집중해서 듣게 된다. 동시에 화면에 표시되는 가사들은 입체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독특한 구성의 영상미가 눈길을 끈다.
 
뮤직비디오는 노래 제목인 ‘Papercut’ 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다소 아이러니한 구성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화려한 미러볼, 빠르고 경쾌한 비트와 함께 내게 남은 상처를 종이에 베인 상처 따위로 여기며 가볍게 넘기도록 한다. 그러면서도 화면에 넘어가는 가사들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보게 되는 우효의 [Papercut]은 지나간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며, 뮤직비디오 영상의 아이러니가 만들어낸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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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eyard"

다음 소개할 곡은 우효의 데뷔 앨범 [소녀감성]의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Vineyard'(빈야드)이다. 이 곡은 잔잔한 분위기에 차분하고, 맑은 우효의 음색이 돋보이며, 미니멀한 신스팝이 가장 매력적인 곡이 아닐까 싶다. 우효의 [소녀감성] 앨범은 그녀가 18살 무렵에 했던 생각, 느꼈던 감정들을 노래로 전하며, 미숙하고 애매하지만 소중한 자신의 시절을 담아낸 음악이다. 내가 우효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하고, 편안한 가사들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우효의 [Vineyard] 를 듣고 있으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감성에서 18살 우효에게 받는 위로가 꽤 크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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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다음은 우효의 네 번째 싱글앨범 [민들레]이다. [PIZZA]에 이어 기대하고 있던 싱글 앨범이어서인지 [민들레]도 몇 번 듣지 않아 금새 내가 즐겨듣는 재생목록에 추가되었다. 이 노래는 무엇보다도 민들레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참 좋다. 나는 곡에 담긴 아티스트의 앨범 소개를 중요하게 읽는데, 음악에 담긴 아티스트의 생각과 감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과연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 유심히 보곤 한다. 우효의 이번 곡에는 민들레를 보며 그녀가 느낀 사랑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한 편의 시와 같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가사들과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싸는 부드러운 멜로디는 우효의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녀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에 공감할 수 있었다.
 

우효입니다.

이번 싱글은 민들레의 노래입니다. 사랑의 의미가 다양한 우리 사회에서 제가 알고 느끼고 믿는 사랑의 의미를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은 핸드폰을 보며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길가에 핀 민들레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무언가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진 않지만 매일 아침 긴장하며 길을 나설 때, 축 처진 어깨로 집에 돌아올 때 불쑥 튀어나와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맞아주는 그런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 이런 사랑을 저는 여전히 꿈꾸고, 살아오면서 받은 크고 작은 사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 우효의 '민들레' 앨범 소개 中


우효의 모든 노래와 코드는 일반적이지 않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더욱 흥미롭고, 그녀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효는 소소한 일상들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비유적인 표현이나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내는 듯한 가사는 그녀의 노래에서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며, 내가 우효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짙은 상처가 남은 과거에 오래도록 머물러서는 안 되지만, 그 아픈 상처와 슬픔 뒤에 자리하는 것들이 꽤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삶이라는 모험 속에서 모든 순간들이 완벽하고,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선택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효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때 그때마다 느꼈던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풀어낸 그녀의 이야기들에 위로받을 수 있어 좋다. 과거의 내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음을 알고,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모든 순간에 솔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을 우효의 음악을 들으며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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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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