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FEATURE. 2주의 발견 9월 1-2주

술탄 오브 더 디스코, SURL, 김사월, 좋아서하는밴드, 9와숫자들
글 입력 2018.09.20 00: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우리가 사랑한 인디뮤지션 시즌 5에서는 2주마다 '2주의 발견'을 연재합니다. 2주동안 발매된 음악 중 인디 음악을 중심으로 좋은 음악들을 4-5곡 추천합니다.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지만 막상 어떤 음악을 들어야할지 막막하셨던 분들을 위해 우.사.인이 2주마다 신보를 정리하여 추천해드립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미끄럼틀 (feat. SUMIN)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이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숱한 밤들”이라는, 러닝타임이 무려 7분에 달하는 발라드 같은 알앤비 노래였다. 다음으로 접한 노래는 “의심스러워”였다. 춤추지 않을 수 없는 “의심스러워”의 멜로디와 훵키(funky)한 기타 스트로크, 집착에 가까운 것 같은 ‘사랑해서 떠나는 것이 사랑해서 떠나는 건지’의 반복은 이들의 정체를 의심하게 했다. 게다가 무슨.. 댄스 립싱크 그룹이라고..? 처음 본 무대에서 이들은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 올라왔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당신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의 디스코/훵크/소울 밴드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발굴하고 최근 실리카겔, 새소년 등 올해의 신인을 배출하고 있는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소속사의 정신, 상징 같은 그룹이라고 말했다.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붕가붕가 레코드의 시작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이자 보컬, 리더인 나잠 수는(‘나잠/수’다. 이전 활동명은 ‘술탄’이라는 범아시아적 느낌에 맞게 ‘압둘라 나잠’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80-90년대보다도 60-70년대에 유행하던 디스코, 훵크 같은 흑인 대중음악의 맥을 이어받아 술탄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치밀한 설계의 B급 감성, 잔뜩 자글거리는 신스 사운드,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코러스 같은 것들로 해석한 것이다. 최강의 장점은 댄서블한 것. 술탄이 노래하는 데 춤추지 않을 자 없다.

이번에 발표한 싱글은 곧 나올 정규앨범 중에서 두 번째로 발표한 선공개곡이다. 첫 선공개곡은 ‘Super Disco’라는 디스코 같은 록 곡이었다면 이번에는 알앤비다. 디스코/훵크/소울 모두 흑인음악의 계열이니 이것이 알앤비/소울로 이어지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컬이 없는 연주만 들어보았을 때에는 무척 클래식한 알앤비 곡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 나잠수 특유의 격정적인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가 ‘술탄 노래요’하고 도장을 쾅 찍어버린다. 노래 절반이 지나자 갑자기 SUMIN의 목소리가 들어오면서 템포도 분위기도 바뀐다. 이내 템포가 조금씩 빨라지고, 풍부한 브라스가 들어가면서 다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훵크/소울 감각과 맞닿으며 마무리된다. 지루하지 않은 구성에,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잘하던, 그리고 더 잘하게 된 음악적 역량의 발현이다. 정규 앨범이 정말 기대된다. 어디까지 다양해질건지. 역시 글래스톤베리에 다녀온 밴드는 다르다.



SURL – 여기에 있자




유독 모던락을 좋아해서, 좋은 모던락 밴드에 대한 갈증은 항상 존재한다. 언니네이발관의 정석 같은 모던락도 좋고, ADOY가 보여주는 신스팝-락도 좋지만 역시 내게 가장 잘 맞는 것은 점차 고조되는 형식의 모던락이다. 80년대의 버블경제에서 보는 밤하늘이 씨티팝이었다면 현대인이 보는 밤하늘은 모던락 같다. 쓸쓸한 보컬의 느낌과 몽환적인 울림, 마지막에는 모든 악기들이 고조되어 한 데 어울리지만 결국은 조용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그렇다. 나의 하루에 대한 요약 같다. 혼자 밤길을 걸으며 조금은 느릿한 템포에 기대면서 취하지 않아도 머리를 약하게 휘청이며 걷는 것. 여기에 어울리는 모던락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SURL은 최근 2018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민트페이퍼 신인 발굴 컴필레이션 앨범 #7에 이름을 올린 신인 밴드다. ‘SURL’의 이름으로 음원 사이트에 기록된 음원 ‘여기에 있자’가 유일하다. 첫 음원이지만 발매 10일 차, 벌써 멜론의 하트 수는 800에 달한다. (사람들은 참 신기하게도 좋은 음악을 기가 막히게 찾아 듣는다.) 바이바이배드맨, O.O.O, 위아더나잇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감성으로 이들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특색있다거나 새롭지는 않다. 한국 인디밴드 계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남성보컬 – 남성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이고, 이는 한국 인디음악의 주요 소비층에게 가장 잘 어필되는 구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식상하기도 하다. 몽환적이고 조금 쓸쓸한, 하지만 충분한 가창력을 가진 보컬이 탄탄한 연주력을 갖춘 베이스, 기타, 드럼과 만나 밴드를 구성한다.

대단히 새롭지는 않지만 좋은 멜로디와 연주의 곡과 독특하게 다가오는 미성의 보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좋아하도록 만든다. “우리 이러고 있자, 계속 이러고 있자” - 나른하고 퇴폐적인 가사와 보컬의 분위기, 마지막 후렴구 이전에 잔뜩 고조되는 기타와 드럼의 연주가 무척 잘 어울린다. 이 곡은 밴드의 첫 싱글일 뿐이다. 그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혹은 앞으로도 안정적이지만 좋은 음악들을 꾸준히 내보일까. 뭔들 기대된다.



김사월 – 프라하




김해원X김사월이 한국 포크를 휩쓸며 새로운 바람을 가져온 지도 어언 5년이다. 이후 김사월과 김해원은 각자 또 같이 활동하며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김해원은 영화음악 감독으로 <소셜포비아>, <피의 연대기> 등의 영화에서 활약했고, 김사월은 1집 [수잔]에서 현 시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어떤 감정적 주제로 묶인다기 보다는 김사월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소녀 같은 건, 소년 스러운건 어울리지 않아 그저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넌 혼자 남는 걸’. 굴레, 틀에서 벗어나 수잔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에는 김해원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앨범 전반에서 김사월의 목소리가 없어지지 않도록, 다른 악기들이 김사월의 목소리와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조율했다. 포커스는 김사월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16일 발매한 정규 2집 [로맨스]는 사랑하자고 상대에게 말하는 순간(로맨스)부터 종말(키스)에 이르기까지의 순간순간을 담았다. 말하자면 수잔의 일기 속 해시태그 #사랑으로 검색한 결과물이다. 타이틀곡은 ‘프라하’와 ‘누군가에게’다. 앨범 소개에서 ‘프라하’는 실체가 없는 동경에 대한 내용이라고 했다. 내 방식대로 이해하자면 실체가 없다기보다는 근거가 없는 동경이다. 때로 어떤 감정은 나도 모르게 휘몰아치고 그 순간만큼은 그 근거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느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너를 좋아했지 얼마나고 하면
나조차 모르게 네가 서울에 있어
난 서울에 왔어’

실체 없는 동경이 실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순간부터 허무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왜 이렇게까지 너를 위해 사유하고 노동하는가.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말이다. 그래서인지 ‘프라하를 부르는 김사월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것은 ‘내 맘을 숨기는 게 좋’다는 수줍음과 그 뒤에 남은 약간의 허탈감이다. 깔끔한 클래식 기타와 그 외의 악기 반주 위에 담긴 김사월의 목소리는 무척 섬세하다. 매 글자를 발음할 때마다 터져나오는 공기가 느껴질 만큼 농밀하게 담긴 김사월의 목소리는 그녀의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와 직관적인 악기의 구성 및 배치. 포크의 매력은 간단함 위에서 쌓이는 진한 감정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김사월의 ‘프라하’는 계속해서 듣게 되는 곡이다.

+ 그리고 왜 제목이 ‘프라하’일지 생각해보았다. 프라하에서 만난 누군가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그 도시가 가진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라하라는 도시에 대해 품었던 ‘실체 없는 동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프라하는 딱 그런 도시였기 때문에. 만나서 반갑고 여기가 그 유명한 프라하라니 조금은 수줍지만, 사실 이게 다라니 허탈하기도 한 곳.



9와 숫자들 – 99%




‘견디기 힘든 겨울의 추위를 뚫고
우리가 왔다 우리가 왔다
슬픈 노래로 검은 밤을 헤치며
우리가 왔다 우리가 왔다’

우리의 도착을, 지나온 날들을 말하며 시작하는 이 비장한 노래는 밴드 9와 숫자들이 9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며 함께 담은 새 싱글이다. 9와 숫자들은 가요, 신스 록, 기타 록, 팝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정한 가사를 꼭 어울리는 멜로디에 담아냈다. 그리고 보컬을 맡은 9의, 세련되지 않은 목소리. 나는 이 목소리가 9와 숫자들의 정서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세련된, 하이 테크의, 첨단의 시대에 살다 보면 문득 9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고 그것은 9와 숫자들의 음악과 무척 잘 어울리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99%’는 은은히 울리는 기타와 9의 침착한 목소리로 시작한다. 기타록의 정석 같은 사운드와 섬세한 울림으로 1% 남아 더욱 완벽하고, 땅에 발붙인 현실성을 가진 99%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장 6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천천히, 마치 그들이 쌓아온 디스코그래피처럼 꾸준히 고조되는 곡은 3분 10초 즈음부터 5분 10초 즈음까지, 약 2분 동안 밴드의 연주로 곡을 채운다. 전반부 카림바, 실로폰의 소리가 9와 숫자들이 가진 긍정성 혹은 다정함 같은 것을 보여준다면, 후반부 폭발적인 기타와 밴드의 연주는 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추진력을 보여준다.

곡의 시작이 도착, 혹은 지나온 길에 대한 공표라면 곡의 마지막은 나아감에 대한 선언이다. 1%의 남음, 미련을 희망으로 채우며 나아가겠다는 다짐이다. 내가 9와 숫자들의 팬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으므로. 방금은 아닌 척 했지만, 사실 그래서 이 곡을 듣고 무척 기뻤다. 다정한 가사와 조근조근한 목소리, 유려한 음악을 계속 만날 수 있으므로. 구구구, 나즈막하게 터져나오는 기역의 소리와 편안하게 입술을 내밀은 모양새의 소리를 반복하며 9와 숫자들의 9주년 기념 앨범 ‘99%’를 마음 깊이 담아 본다.



좋아서하는밴드 – 여름의 끝, 가을 편지




계절이 넘어갈 때는 매번 아쉽다. 지긋지긋하던 더위가 간다고 하자 갑자기 밀려올 겨울이 걱정되고, 쌀쌀한 밤공기는 팔뚝에 소름을 오소소 몰고 온다. 이 곡은 여름이 가는 아쉬움 끝에 가을의 그리움을 붙이고, 바람과 구름 매미 같은 것들이 말하는 가을의 향기를 전한다. 좋아서하는밴드는 <1박2일>에 삽입된 ‘잘 지내니 좀 어떠니’, ‘너에게 흔들리고 있어’ 등의 대표곡을 가진 밴드로 올해 데뷔 10년을 맞았다.

곡에는 피아노, 기타 외에 우쿨렐레가 사용되었다. 우쿨렐레는 하와이, 바다, 여름의 청량함 같은 것이어서 대놓고 가을을 노래하는 이 곡과 만나 여름과 가을의 접점을 직관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안복진의 보컬은 여전히 상냥하고 섬세해서 보컬의 변화 폭을 크게 벌이지 않으면서도 그리움, 아쉬움, 반가움을 고루 전한다. 간주의 멜로디언은 코스모스같은 가을이고, 그 뒤로 계속해서 흘러가는 우쿨렐레는 하와이의 꽃같은 여름이다.

이번 가을은 무척이나 짧을 거라고 했는데 벌써 아쉽다. 왠지 가을의 동요같은 느낌이다. 말갛고 착한 느낌이 특히 그렇다. 날씨가 맑고 하늘은 높으니까 우리는 더 작아지는 걸지도, 그렇게 아이로 돌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깨끗한 가을 날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하며 듣기 좋은 노래.



김나연 서명 태그(이메일 없음).jpg
 



[김나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8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