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육지에서 산소통이 필요한 이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18.09.2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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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극
<그 개>



시놉시스

"괜찮아,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

저택의 운전기사인 아빠와 둘이 살아가던 중학생 해일은 우연히 유기견 무스탕을 만나 우정을 키우고, 분홍 돌고래 핀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며 비밀스런 속내를 도화지 위에 펼쳐나간다. 그 무렵 위층에 이사 온 선영 가족을 만나게 되고, 난데없이 욕을 뱉는 틱 증상에도 애정과 위로를 보여주는 선영의 믿음에 해일은 웹툰 작가의 꿈을 점점 키우게 된다. 그러다 해일은 아빠를 대신해 장강의 반려견 보쓰를 산책시키러 저택에 드나들던 중, 장강과 아빠가 없는 빈 저택의 정원에 영수와 별이, 해일과 무스탕이 드론을 날리러 가는데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인물


<그 개>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해일: 주인공 해일은 난데없이 욕을 뱉는 틱 장애를 가진 16살 중학생이다. 왕따를 당해서 친구가 없지만 우연히 만난 유기견 무스탕과 우정을 쌓고 있다. 말도 없이 떠나버린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아빠 상근과 살고 있다. 분홍 돌고래 핀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면서 애니메이션 작가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다.

해일이 녹록치 않은 생활을 하는 와중에 꿈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그녀는 틱 증상을 겪으며 말이 원하는 대로 잘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속에 있는 것들을 그림과 글로 표출하는 건 그녀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 해일에게 꿈이 있기에 어쩌면 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사는 몬스터> 덕 역의 이지혜 배우님이 이번에 해일 역을 맡으신다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된다.

장강: 저택에 살고 있는 제약회사 회장이다. 사회적으로 또 특히 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그는 강압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질을 일삼는다고 한다. 그는 또한 외로운 존재다. 부인과는 10년 째 별거 중이며 딸은 미국에 있다. 그래서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반려견 보쓰가 그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일 것 같다.

갑질 회장이 반려견에게 어떤 방식으로 외로움을 치유 받을지 궁금하다. 갑질은 어떻게든 미화될 수 없지만, 집 밖과 안이 다른 장강이 위선적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을 것 같다. 이 연극은 “불행의 곁에서 고군분투하는 소시민들의 외침”에 대한 연극이니 그의 갑질은 소시민들의 힘든 삶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런 그가 공허한 내면을 갖고 있는 점은 생각을 복잡하게 한다. 선인지 악인지, 연극을 보지 않고는 장강이 이 둘 중 무엇인지 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선과 악 사이에 있는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근: 상근은 해일의 아빠이자 장강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장강을 은인으로 여겨 목숨까지 걸고 장강을 지키려 한다.

왜 장강을 은인으로 여기게 됐는지가 참 궁금하다. 해일이 그로부터 도움을 받았을까. 아니면 상근의 개인적인 일인 걸까.

현지: 장강의 기념백서를 집필하는 에세이 작가다.

현지도 이 연극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소시민들 중 하나다. 에세이 작가인데 기업의 기념백서나 쓰고 있다는 걸 보면 불쌍하진 않지만 약간 아쉽고 허전한 느낌이 든다.

선영가족: 선영가족의 구성원은 선영, 선영의 남편 영수, 그리고 아들 별이다. 이들은 건강보험료에 전전긍긍하며 가난으로 인한 비정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다른 보험료도 아니고 건강보험료에 쩔쩔매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들이 처한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보도 자료에 인물에 대한 설명이 꽤 상세히 돼있어 연극을 보기 전 인물들을 얕게라도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연극은 “불행의 곁에서 고군분투하는 소시민들의 외침”, “치열하게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위태로운 삶을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덤덤하게 그려낸다.” 등의 문구들로 소개가 되고 있다. 사실 위의 인물들은 아등바등 살아가는 소시민하면 꽤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설정이라 모든 걸 덤덤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사람과 개


이 연극에선 사람과 개의 상호작용이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 간다고 할 수 있다. 해일과 무스탕, 장강과 보쓰, 그리고 아직은 알 수 없는 ‘그 개’의 사건까지. 이렇게 ‘개’가 중요한만큼 인형을 쓰거나, 허공에 대고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연기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개 역할을 맡아서 한다. 난 이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이와 동시에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개’가 되어 개의 본능적인 연기까지 다 할 것인지, 그러니까 대사가 없고 표정과 행동으로만 연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사람과 말이나 행동이 똑같지만 생각만 ‘개’인 연기를 할 것인지. 사진을 통해 대충 알 순 있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개의 감정표현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선 후자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극적인 목적이 아닌 개 연기는 본 적이 없어서 연극 <그 개>의 개들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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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과 무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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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쓰와 장강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됐는지는 아무도 몰라. 세상 모든 공기가 물로 변했어”


대표이미지.jpg
 

세상 모든 공기가 물로 변했다니. 연극을 보기 전이지만 난 벌써 이 대사에 빠졌다. 문득 보면 동화 같고 아이 같은 말이기에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면 그 감정이 배가 된다. 수경과 호흡기를 장착하고 물속을 헤쳐 나가는 해일과 무스탕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난 그들이 왜 물속에 있는지 생각도 안하고 단지 색감과 그림체가 예쁘다는 생각만 했다. 포스터가 예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뭔가 파란 색감과 해일의 미소가 슬퍼 보이고 중간 즈음에 눈물 자국 같은 게 보인다.



서울시극단 & 공연정보


2017년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서울시극단은 대중성, 예술성, 공공성에 기반을 둔 작품을 개발하며, 참신한 연극적 작업을 활발히 진행 해오고 있다. 서울시극단의 대표작으로는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 <다윈의 거북이>, <봉선화>가 있다. <다윈의 거북이>는 '2009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었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제16회 BESETO 연극제를 참가하는 등 연극계는 물론 일반 관객 모두에게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서울시극단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서울시극단은 검증된 작품을 보다 친숙하게 시민에게 전달하는 노력으로 고전극에서부터 창작극,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 등 연간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


그 개
-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


일자 : 2018.10.05(금) ~ 10.21(일)

시간
평일 - 오후 8시
토 - 오후 3시, 7시
일 - 오후 3시
화 - 공연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서울시극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서울시극단
02-399-1794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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