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공연]

글 입력 2018.09.20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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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도, 이해하는 데 노력이 필요한 극이었다. 지금껏 봤던 무대 중 가장 특이하다고 느껴졌던 달 모양의 원형 무대는 꽤 가파르게 경사져있어서 저 위에서 걷고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의아했다. 사다리를 타고 배우가 등장했고 시놉시스대로 살인이 일어났다. 그 이후의 스토리는 사실 시놉시스가 아니었다면 이해를 하기에 조금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오롯이 나의 감상과 해석만이 남았는데, 내가 느낀 감상 포인트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배우들의 움직임

평소에 남들보다 예민한 성질을 가진 터라 극을 보면서 살짝 피로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배우들이 쉴새없이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둥근 무대를, 둥글게 돌면서 연기한다는 것이다. 신체행동을 중심으로 한 극이라는 것은 미리 알고갔지만 그럼에도 반복되는 움직임에 살짝 집중력이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알고보니 원을 그리며 도는 동선은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극이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시계방향으로 혹은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극의 시점을 표현한다. 배우들의 몸짓은 관객들에게 뭔가의 불편함을 느끼게 하려던 것이었을까?


2. 시간, 기억, 세계

먼젓번에 프리뷰를 작성할 때 시간을 되돌리거나, 시간을 역행하는 일이 그리 긍정적인 일이 아닐 것 같다고 적었다. 기울어진 무대와 불편하게 보이는 몸짓, 보편적인 말투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대사처럼 평범하지 않은 요소들은 시간을 거스른다는 설정부터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놓여진 장치들이 아닐까 싶다.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되고 갑작스런 배역의 변화와 피해자의 어머니와 가해자가 대면하는 장면들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남자 주인공이 저지른 살인의 이유가 실은 학교폭력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도 마지막에 밝혀진다. 결국 시간을 역행하며 기억을 재구성하려 했던 건 바꾸고 싶은 어떤 과거의 기억, 그로부터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고 했던 인물의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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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있다. 누군가의 행위는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 그것은 타인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그 순간 이후를 지배하는 하나의 기억이 된다. ‘과거로부터 널 지켜줄게’라는 대사에서, 나도 과거의 어느 기억을 부정하며 날 지키려 한 경험이 떠올랐다. 어쩌면 상처를 입히고 받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다 세운 날에 서로가 베이는 꼴이 아닐까, 생각했다.
 
극을 관람하기 전에 원작소설 형태로 이야기를 한 번 접했더라면 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을 것 같다. 어려웠지만 묘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신선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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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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