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연한 발견의 섬세한 서사로 세상의 비정함을 이야기하는, '그 개'

글 입력 2018.09.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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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견의 섬세한 서사로
세상의 비정함을 이야기하는

'그 개'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장면시연 1_하해일(이지혜) 외.jpg
 

소시민(小市民)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느껴지는 약함이 있다. 문득 '어찌하여 소시민은 있으되, 대시민은 없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평함과 공정함, 평등을 부르짖는 세상이 도래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어느 한구석은 약자의 깊은 한숨이 가득하다. 그러나 고개 들고 거리를 나서면 바로 펼쳐지는 도시의 화려함과 온갖 문물의 발달 속에서 어쩐지 소시민이라던가, 약자와 같은 단어들은 더욱 꼭꼭 숨어버린 것 같다.

문제는 문제로 지정했을 때에야 문제가 된다. 문제가 아닌 듯 여겨버리면 눈 감고 지나칠 수 있는 타인의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나와는 관계가 멀기에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약자를 언급하지 않는 이의 눈에 약자가 도드라져 보일 리 없다.

TV, 라디오, 신문, 기타 모든 매체를 막론하고 약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어둠과 동정의 손길이 함께 그려진다. 슬픔과 안타까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전달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보면 도리어 무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서울시극단(단장 김광보)이 올해 세종문화회관에 올리는 작품인 '그 개'는 발상의 시작부터가 남다르다. 작가가 등산로에서 만난 두 마리의 개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한 이 작품은 언뜻 제목만으로는 '개'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삶을 담은 이야기이다. 


자주 가는 북악산 등산로에서 덩치 큰 흰 개를 만났다. 아직 눈이 맑고 털이 고왔다. 버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유기견으로 보였다. 한참 동안 따라오던 개는 오지 말라며 인상을 쓰던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저택 정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높은 벽 너머로 뛰노는 아이들의 머리가 살짝살짝 보였다. 집 안에 트램펄린이 있는 거야? 좁은 문틈 사이로 다가가 엿보려는 순간 사납게 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물러섰다. 그날, 개 두 마리를 접한 경험에서 이 작품은 시작됐다.

-《작가노트》 중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를 꿈꾸는 16세의 여중생 해일은 틱장애를 갖고 있어 주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반려견 무스탕만이 해일의 유일한 친구이자 분신이다. 아이의 아빠인 상근은 제약회사 회장 장강의 운전기사이고, 아내와는 일찍이 헤어졌다. 장강은 10년째 부인과 별거 중으로 미국으로 떠난 딸 가족으로 인해 외로워하며 반려견 보쓰와 함께 지낸다. 빈부의 차이를 통한 인물의 차이와 가난한 집의 분신처럼 소중한 개, 무스탕과 부잣집의 반려견 보쓰가 또 하나의 비교 대상일 테다. 다소 상투적인 설정이기는 하지만, 비정한 현실의 극대화에는 적합해 보인다.

그 개의 극본을 담당한 김은성 작가는 '세상의 변화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는 아주 작은 것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극을 본 이후에야 확실해지겠으나, 모든 설정이 곧 작가의 가치관이자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요소와 작은 경험에서 시작했지만, 세상의 바로 섦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섬세한 전달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 개_최종포스터.jpg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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