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바넘: 위대한 쇼맨 > vs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공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웰메이드 뮤지컬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글 입력 2018.09.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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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충무아트센터에서 하는 뮤지컬 < 바넘: 위대한 쇼맨 >을 보고 왔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12만원짜리 대규모 뮤지컬보다 45,000원짜리 소극장 뮤지컬인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가 더 좋았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01. 배우들의 연기



< 바넘: 위대한 쇼맨 (이하 바넘) >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 중에 하나는, 배우들의 실수가 은근히 많았다는 것이다. 소극장 뮤지컬 < 빨래 >의 고퀄리티에 익숙해져있던 나는 그보다 최소 10배는 큰 무대를 대할 때 속속들이 드러나는 실수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대사를 ‘절거나’, ‘삑사리’가 나거나, 박자를 잘못 맞추는 등의 자잘한 실수들이 종종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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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하는 친구'라는 뜻을 가진 연우무대는 1977년 2월 5일 연극소모임으로 시작하였으며, 한국 연극계에서 창작극 활성화를 주도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극단이다. 


신촌시절부터 혜화동에서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우무대는 참신한 창작 작품들의 완성도 있는 무대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그 결과 37년 동안 대한민국 연극계의 대표적인 상을 80여 차례 수상하며 그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이하 오당잠) >는 오랜 전통을 가진 극단, 연우무대가 선보이는 작품이다. 내가 뮤지컬에 관심을 갖기 전부터도 이 이름은 종종 들어봤으니 일단 지명도는 보장. 여러 번의 위기 속에서도 창작극을 고집해냈던 극단만의 색깔 역시 보장. 그렇다면 실력은? 내가 보장한다. 믿고 보시라. 위에서 언급한 자잘한 실수들은 하나도 없었고, (물론 장내 크기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배우들의 발성과 음정의 안정감, 연기력 모든 면에서 바넘보다 절대 뒤지지 않았다. 2배 이상이나 가격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 사기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02. 관객이 원하는 것



관객은 영화에서 자신의 장르적 기대치가 충족되지 못하면 실망을 느낀다. 로맨스 영화는 달달하지 않으면 욕을 먹고, 코미디 영화는 웃기지 않으면 욕을 먹고, 공포 영화는 무섭지 않으면 욕을 먹는다.


내가 바넘에서 또 다시 아쉬웠던 것은, 서커스 장면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뮤지컬의 제목은 엄연히 < 바넘: 위대한 쇼맨 >, ‘위대한 쇼맨’인데 말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그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 말이다!!) 뮤지컬은 화려한 서커스보다는 바넘, 그의 내적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는 데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위대한 쇼맨’이라는 워딩이 들어간 이상 관객은 필연적으로 화려한 서커스를 기대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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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가톨릭 재단의 무료 병원,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게다가 병원 바깥에는 차도 다니기 어려울 만큼 눈이 쌓여 고립된 상황!


연말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부금을 받는데 일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띈 그의 실종에 새로운 병원장 베드로는 당혹해 한다. 베드로는 최병호가 병원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점에 주목해 같은 병실 환자 정숙자, 이길례 그리고 그들의 담당의 닥터리, 병실 키퍼인 김정연을 차례로 만나 최병호의 행적을 추적하며 그들의 숨겨진 사연과 비밀에 다가서기 시작하는데...


과연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최병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모두가 잠든 사이에...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에서 관객이 보고 싶고, 궁금해 한 것은 ‘최병호가 대체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는지’일 것이다. 하여 뮤지컬은 시작과 동시에 사라진 최병호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그리고 2시간의 러닝 타임동안 성실하게 그 추적의 길을 밟아간다. 그 과정에서 뒤따라오는 같은 병실 사람들 각각의 숨겨진 사연은 관객을 치유 받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작품 캐릭터에 입체성을, 즉 생명력을 갖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최병호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사라졌는지가 밝혀지면서 극은 끝이 난다. 관객이 기존에 기대한 ‘호기심 해결’에 ‘치유’라는 덤까지 얹어서 준 것이다. 비유하자면 10개에 만원이래서 갔는데 12개를 얻은 기분이랄까.




03. 관객참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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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그저 내 개인적인 취향을 기반으로 한다. 아무래도 나는 대극장 뮤지컬보다 소극장 뮤지컬이 더 좋은 것 같다. 각각의 서로 다른 매력이 있겠지만, 나는 배우와 관객이 더욱 가까이서 바로 바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마치 한 팀이 되어 극을 이끄는 듯한 소극장 뮤지컬에 더욱 정감이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당잠의 러브레터 전달 이벤트가 너무 좋았다. ‘박강람’ 배우님이 여성분들이 탄성을 내지르는 (실제로 ‘귀여워ㅠㅠㅠ’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귀여운 우편배달부로 변신해 더욱 귀여운 애드리브를 더해가며 관객이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해주신다. 아, 장미 전달 이벤트도 있다. 이 때 우리의 귀여운 우편배달부는 섹시요염퇴페미의 마초로 변신한다.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가장 이유는, 커튼콜을 할 때 배우들의 표정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멋진 표정을 가진 사람들과 보다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 뮤지컬이 좋다.


*


사실 비교하는 형식으로 하다 보니 바넘을 너무 깎아내린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다. 하지만 바넘의 객관적인 퀄리티가 낮았던 것이 아니라, ‘대극장’, 그리고 ‘높은 가격’이라는 여건이 내 기대를 많이 올려놨을 뿐이다. 여하튼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는, 사랑하는 사람과 보러가기 좋은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로 끝을 맺어본다.



"정연씨, 그거 알아요?

상처에는 크기는 없고 깊이만 있어서

누구의 상처가 더 큰지 잴 수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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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이 잠든 사이
- 연우무대 첫 번째 뮤지컬 -


일자 : 2018.08.31(금) ~ 2019.02.24(일)

시간
화, 목 8시
수, 금 4시, 8시
토 1시30분, 4시30분, 7시30분
일 2시, 5시30분
(월 공연없음)

*
08/31(금), 09/05(수), 09/07(금) 8시
09/01(토), 09/02(일), 09/24(월), 09/26(수) 2시, 5시30분
09/23(일), 09/25(화) 1시30분, 4시30분, 7시30분
09/27(목)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제작/기획
연우무대

관람연령
만 9세이상

공연시간
110분




문의
연우무대
02-744-7090



에디터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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