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미디어를 모르는 사람이 읽는 미디어

'미디어의 미디어9'리뷰
글 입력 2018.09.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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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디어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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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들어 봤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나에게는 '미디어'라는 단어가 그렇다. 미디어라 하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미디어가 사전적인 의미로 '매체'를 뜻하며 무언가를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기본 개념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의미가 너무 광범위하고 형태도 다양해서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세상은 늘 이런 단어들과 함께 변해 간다. 언제나 변화 한가운데 있어서 그 속도를 체감하지 못하다가, 문득 몇 년 전 사용하던 휴대폰을 볼 때나 철 지난 드라마를 보다가 확 느낀다. 그럴 때면 미디어니, 디지털이니 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에 위협을 느낀다. 변화와 함께 가는 게 아니라 변화에 휩쓸려버리고 말 거라는 불안감이 든다. 나를 끌고 가는 이 단어들이 무엇인지 더 알아야 할 것 같은 조바심도 함께다. 그래서 '미디어의 미디어9'라는, 미디어가 두 번이나 들어간 제목은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준다. 미디어를 모르면서, 아니 모르기 때문에 변화의 가장 앞에 서 있다는 9개의 미디어를 만나보기로 했다.



미디어의 미디어9


미디어의 미디어9는 신성헌 기자가 텍스트 기반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9개의 미디어 리더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인터뷰에 앞서 해당 미디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들어 있어 어떤 성향의 미디어인지 안 후에 인터뷰를 보면 도움이 된다. '스팀잇', '쿼츠', '퍼블리', '악시오스', '북저널리즘', '모노클', '업데이', 'GE리포트', '카카오 루빅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9개의 미디어 모두 처음 들어봐서 검색을 해 가며 책을 읽었다. '스팀잇'은 모든 사용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인기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한 미디어라서 그런지 소개된 미디어 중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미디어, '퀴츠'는 '오브세션'이라는 코너가 특징이다. 오브세션은 기자가 여러 기사를 엮어 하나의 주제로 편집한 특집기사를 제공한다. '퍼블리'는 전문가를 섭외한 후 텀블벅과 비슷하게 콘텐츠를 모금 성공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사이트에 한 번 들어가 봤는데, 제목만으로 결제를 하고 싶어지는 콘텐츠가 가득했다. 간결함이 특징인 '악시오스'는 최소의 분량에 최대의 정보를 담겠다는 포부로 기사 앞머리에 그 기사의 맥락과 필요성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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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저널리즘 웹사이트


<미디어의 미디어9>를 퍼내기도 한 '북저널리즘'은 그 이름처럼 책과 신문의 장점만 가져와 깊이가 있으면서도 시의성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역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짚은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2007년에 만들어져 책에 소개된 미디어 중 가장 오래된 '모노클'은 독특하게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종이를 고수하는 메거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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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 2018년 9월호 표지


'업데이'는 유럽 전역의 뉴스를 한번에 볼 수 있는 뉴스 큐레이션 앱이다. 삼성과 제휴를 맺은 후 급속도로 이용자 수가 느는 중이다. 'GE리포트'는 미국의 제조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이 자신의 기업 이야기를 퍼내는 브랜드 저널리즘이다. '카카오루빅스'는 그 자체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고 골라내서 사용자에게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카카오'라는 이름 덕에 익숙하지만, 해당 메신저에서 검색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몰랐던 미디어다. 9개의 미디어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제공하는 콘텐츠의 성격, 콘텐츠 공급자의 성격에 따라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이든 미디어가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미디어를 알게 된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다시 '미디어란 무엇인가' 질문하게 된다. 소개된 미디어는 확실히 아직도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미디어와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미디어는 정해진 형식이나 검증된 절차가 없어도 된다. 전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있고, 그 콘텐츠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소개된 9개의 미디어에는 모노클처럼 종이 잡지라는 고정된 형태가 있는 것도 있지만 카카오루빅스처럼 기술 그 자체인 것도 있다. 새로운 미디어에 제한이란 없다. 존재하는 형태와 타깃으로 삼는 대상이 다른 9개의 미디어는 계속 발전 중이다.
 
이 새로운 미디어들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콘텐츠를 내세워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옛 미디어는 콘텐츠 생산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전달하기만 했다. 책에 소개된 새로운 미디어는 콘텐츠 제공자와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그 콘텐츠를 사용자 입맛에 맞게 가공하는 일까지 도맡고 있다. 업데이의 경우 자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이용패턴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마이뉴스'라는 코너가 따로 있고, 카카오루빅스는 사람들이 기사 읽는 패턴을 분석해 '꼼꼼히 본 뉴스'코너를 내놓는다. 스팀잇은 아예 사용자들이 콘텐츠 제공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결정한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순서가 아니라 반대로 수요를 먼저 예측한 다음 콘텐츠를 만드는 식으로 방식이 바뀌기도 한다. 퍼블리가 그 예시다. 오늘날 미디어는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은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재배열하고 편집하는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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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홈페이지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떤 미디어는 아예 하나의 생활양식이 되기도 한다. 소개된 미디어 중에는 모노클이 그렇다. 2007년 종이잡지로 처음 세상에 나온 모노클은 이제 단순한 잡지 이름이 아니라 카페와 가게의 이름이다. 종이잡지의 형태를 고수하며 꾸준히 지켜온 모노클만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다. 모노클이 잡지라는 미디어로 시작해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발전했다면 GE리포트는 반대로 특정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메거진을 발행하며 미디어가 된 사례다. 미디어의 경계는 오늘도 지워지고 미디어의 범위는 더 확장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미디어의 미디어9>는 머리말에 원고를 집필한 5개월 동안에도 미디어계에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인터뷰에 응한 각 미디어의 리더들도 인터뷰의 내용이 어디까지나 인터뷰한 시점에 한한 것이라고 명시한다. 그만큼 미디어 업계가 급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디어를 잘 모르는 나에게도 최근 몇 년간의 변화는 꽤 크게 다가왔다. 우선 나부터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보다 유투브를 보는 시간이 훨씬 더 늘어났다. 요즘 초등학생은 검색하기 위해 유투브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한동안은 긴 글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며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을 잠깐 하기도 했다. 물론 <미디어의 미디어9>를 읽고 그런 생각은 접기로 했다. 내 시야가 너무 좁았다. 그러나 영상을 기반으로 하든 글을 기반으로 하든 미디어 자체가 너무 빠르게 변해간다는 느낌은 변함이 없다. 발전하는 기술을 날개 삼아 미디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직 20대인데도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쓸 거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

한가지 위안이 되는 건, 책에서 소개된 미디어의 기본 원리는 완전히 낯선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미디어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각 미디어의 장점을 합치는 것으로도 새로운 미디어는 탄생한다. 기술은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돕는 하나의 수단이다. 기술 이전에 아이디어가 있지 아이디어도 없이 기술만으로는 미디어를 이룰 수 없다. 기사는 인공지능이 쓸지라도 그 기사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지 결정하는 일은 아직 사람의 몫인 셈이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게 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답은 없을지라도 단서는 있다. 혼란을 기회 삼아 빠르게 발전 중인 새로운 미디어들이 그 단서를 보여주고 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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