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높은 완성도와 뛰어난 연기력의 인기작
글 입력 2018.09.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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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이 잠든 사이>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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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15일 캐스팅


최병호: 조훈

베드로: 추연성

닥터리: 박강람

이길례: 최엄지

정숙자: 신나리

김정연: 임예진

최민희: 김예린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 공간적 배경은 병원이라는 시놉시스를 보고 연말 분위기 코믹한 휴먼 드라마를 예상했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코믹하기도 하고 사람 이야기도 나오고 감동적이었지만 깊이가 달랐다. 우선, 등장인물 모두에게 사연이 있고, 인물의 성격에 사연이 반영되어있다는 점에서 캐릭터 짜임새가 좋았다. 어떠한 집단이라고 뭉뚱그리지 않고 개개인을 주목하여 디테일을 살렸다.


초반부터 환자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가벼운 시선을 무겁게 받아쳤고, 환자와 병원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보여줬다. 그리고 복선 회수와 억지스럽지 않은 결말까지 극의 진행은 깔끔했다. 무겁지 않아서 보기 편하지만 그냥마냥 흐르지 않고 하나하나의 요소를 다 짚고 넘어갔다.


유명 연출가의 작품이란 것도 쉽게 납득이 갔고,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대학로 뮤지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잘 본 것 같기도 하다. 후기를 한두 개 정도만 봤는데, 알고 가는 것보다 모르고 가는 게 더 감탄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누가 날 받아주나 쓰레기라며 밖으로 나가면 외톨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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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은 어제까지 있다가 오늘 사라진 한 남자를 찾는 이야기다. 그 남자는 누구인지, 같은 병실에 있는 건 어떤 사람이고, 그 사람을 찾아야 하는 이유, 혹시나 병원에 있을지 모를 조력자, 혹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탐색 과정은 과거를 되짚는 일이다. 일주일 전, 한 달 전, 기억이 안 나는 오래전 어느 시점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만들게 된 과거의 일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일화들은 낯설고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주변에서 들어봤을 법한 친숙한 소재들이다.


가톨릭 재단의 병원에 있는 반신불수 최병호, 알코올중독 정숙자, 치매 환자 이길례는 모두 사회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관객에게는 원래부터 환자인 사람들이지만 원래는 아니었다는 걸 세 번째 넘버인 '버림받은 이들의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후 베드로와 병호의 대치씬에서 병호가 '세상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세상의 주인은 내 편이 아냐'라는 가사로 반사회적인 성격의 병호에게 어떤 과거사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 부분에서 캐릭터를 잘 구축했음을 느꼈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중 단편적인 캐릭터는 없었다. 인물들의 모든 행동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일들이 아닌 익숙한 일화들은 캐릭터의 입체감을 불어넣고 관객에게는 공감을 주었다.


13년간 꾸준히 올라온 스테디셀러라는 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수의 공감이라는 건 자칫 뻔한 이야기로 빠질 수 있는데 오 당신은 뻔한 통속극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드함을 숨길 순 없었다.




13년 전 감성과 2018년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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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보기 전부터 걸렸던 부분이 있었다. 전직 고급 콜걸이라는 정숙자, 얌전하고 예쁜 봉사자 김정연, 그리고 예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최민희. 요즘 나왔으면 반발을 샀을 요소들이지만, 13년 되었다니 어느 정도 감안하고 봤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뻔했다.


처음으로 과거사가 밝혀진 건 첫사랑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욕쟁이 할머니 이길례였다. 길례는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 소식이 없는 사이 집배원 소년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남편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길례는 소년과 도망쳤다. 살아남은 건 길례 하나뿐이었다. 세상의 갖은 손가락질을 다 받았는데, 연달아 사랑과 사람을 모두 잃은 길례의 사연은 슬펐다. 느슨한 마음으로 관람하다 길례 과거 부분에서 집중하고 극의 전개를 기대했는데 이후로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이 모두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마지막엔 지겨워졌다.


고급 콜걸이었던 숙자의 사연은 뻔했다. 어쩌다가 손님과 사랑에 빠지고 도피를 했으나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성매매 여성과 성구매자의 진실한 사랑은 이미 색을 잃은 지 오래인 소재이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아직까지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에 실망이 컸다. 그런데 안 그래도 구시대적 유물 같은 '예쁘고 참한 봉사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연마저 사랑이 문제였다. 현재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며, 봉사라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인물도 남자와 사랑이 없으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된다니. 분량이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리는 사랑 없이도 잘 살고, 험한 세상살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무대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에겐 사랑 밖에 없었다.




멀티플레이어 배우들과 관객과의 소통



닥터리를 맡은 배우는 중간중간 자신의 다른 배역을 통해 관객 이벤트를 진행했다. 길례의 첫사랑 집배원이었을 땐 사전에 신청받은 편지를 관객에게 나눠주고,숙자의 남자로 은갈치 슈트를 입고 나왔을 땐 관객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했다. 배우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나오는 과정과 이벤트가 모두 극과 유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굉장히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는 공연이라 지루할 수 있단 생각을 했는데 이벤트로 리프레시 되기 때문에 과하게 몰입하여 지치거나 루즈한 진행으로 집중이 깨지는 일이 없었다. 공연장에 들어설 때는 110분이란 러닝타임이 걱정되었는데 다 보고 나오니 구성이 잘 되어있어 인터미션으로 중간에 끊고 갔으면 몰입이 깨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닥터리 캐릭터와 닥터리 배우가 맡은 다른 배역들을 소화하는 걸 보고 아이돌 같다는 감상을 받았다. 다른 배우들도 비슷한 느낌일까 궁금해서 상황이 된다면 다른 캐스팅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쉬움이 묻은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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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가 좋다. 대중적이며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도 있고, 억지 결말을 짓지 않는다. 스테디셀러, 인기극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지금과 큰 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공감대 형성은 어려워지고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감상에 뒤섞일 듯하다.


현재 상황에 맞추려면 캐릭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뮤지컬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디까지 보완이 가능하고, 어떠한 수정의 한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단점이 장점의 발전을 막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공감성의 범위를 벗어나면 남의 이야기가 된다. 트렌드를 따르지 못하면 시대감이 촌스러움으로 변하고 만다.


연출도 대본도 많이 고심한 게 느껴졌다. 보는 내내 이름을 들어볼 정도로 익숙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을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극의 완성도가 있는 만큼 아쉬움이 크다. 나는 이 극이 더욱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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