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게임과 소년 [게임]

어렸을 때 간직한 추억
글 입력 2018.09.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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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소년

어렸을 때 간직한 추억


Opinion 민현



한글을 제대로 익혀갈 때, 6살 즈음에 손민현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써붙이고 내 인생 최초의 게임을 시작했다. 나와 나이가 얼추 비슷한 ‘바람의 나라’라는 세계에 나는 처음으로 내가 아닌 나를 만들었다. 내 생김새를 설정하고,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사신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게다가 아직 고구려와 부여가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내 국적을 선택해야만 했다.


고민에 빠진 나를 보며 그 세계에 먼저 발을 들이고 나를 끌어들인 형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아무거나 선택하라고 다그쳤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그 세계의 손민현이 5살이 되자마자 주어졌다. 그들은 내게 직업을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4개밖에 없었지만 3일 가량은 고민했던 것 같다. 전사를 택한 나는 그 설레는 기분으로 새로운 갑주와 무기를 입고 이곳 저곳을 쏘다녔다.



바람의나라 오프닝.jpg
추억의 오프닝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지금도 공부를 하다 국내성, 평양성, 산해관, 신성 등 고구려의 흔적을 찾으면 그 때 생각이 난다. 아마 그 게임이 날 사학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내야 게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그 게임에 금방 싫증이 나서 난 스타크래프트나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에 다시 빠졌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또다른 세상에 나를 만들어 게임을 즐기고있다.


내가 자라온 날들에서 '게임'은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시험기간이 끝나고 친구들과 pc방으로 달려가던 시간은 내 어린 시절 중에 가장 좋아하던 순간이었다. 가끔 그때를 그리워하며 옛 친구들과 pc방을 찾기도 하지만 그 때의 설렘을 다시 맛볼 수는 없었다. 다시는 그때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아쉽지만 어쨌든 그 컴퓨터 세계에 나는 아직도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게임 중독은 정말 심각한 문제야.”

“그게 나중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니?”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pc방을 가?”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언젠가 직접 들었을 수도 있는 말이다. 나는 이런 말을 들었을 때마다 내 문제가 아니라 내 오랜 동네 친구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먹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내 어린시절을 나는 그 친구의 나쁜 점과 좋은 점을 다 알고 있는데, 사람들은 나쁜 점만 보고있다고 푸념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혼자 생각해왔다.



“나도 걔 나쁜 점은 알고있어.

근데 그 나쁜 점이 그 친구를 미워할만한

이유가 되지는 않아.”



롤 아레나.jpg
▲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통기타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시절 어른들도 젊은이들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공부나 하지 뭐하러 띵가띵가 기타나 잡고 있느냐며 청년들을 다그쳤다. 게다가 국가 정부의 문화 정책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으니 탄압의 정도는 더 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기타 음악은 청년문화 패러다임을 만들어 양희은, 김민기, 송창식 등 걸출한 포크 가수들을 배출하면서 그 세대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때의 통기타와 마찬가지로 ‘게임’은 우리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열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시안게임에 이스포츠가 등장하는 등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이스포츠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게임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취미 생활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문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내가 게임 세계를 떠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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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살던 곳의, 지금은 무인세탁소로 변한 pc방 앞에 서서 이 글과 가사를 끄적였다. 순수하게 게임에만 몰두하던 소년은 pc방과 함께 사라지고 역사와 문화산업을 생각하는 어른이 서있었다. 게임을 좋아하던 그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문득 마음 속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 했다. 게임이라는 추억의 뒤에 남은 뭔가 아쉽고 씁쓸한 그림자, 그리고 그 마음을 그리워하는 현재의 모습이 안쓰럽다고도 생각되었다. 그래서 마음 속의 그 소년을 잊지말고 살아가자고 혼자서 다짐해보았다.






소년


나 어렸을 때 간직한 추억이 있네

세상을 올려보기엔 너무 작은 키에

내 꿈을 대신 키워준 친구 하나 있었네


나보다 좋은 옷을 입어

나보다 돈을 많이 벌어

언젠가 세상 위로 날아

갈때까지난 계속 달려 


시간은 지나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네

옛날의 추억은 잊어버리고싶지가 않아

내 마음 속 순수함과, 그게 가끔은 너무 그리워

내맘 어딘가에 숨어있는 그 외로움도 드리워


나 어렸을 때 간직한 추억이 있네

세상을 올려보기엔 너무 작은 키에

내 꿈을 대신 키워준 친구 하나 있었네


나보다 좋은 옷을 입어

나보다 돈을 많이 벌어

언젠가 세상 위로 날아

갈때까지 난 계속 달려 


그래도 난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나는알아 잃어버린 그 소년 하나 

내맘속에 숨쉬고있단걸 아네, 그래도

외로운 그 소년을 나는 볼 수 없어 그리워하겠지


나 어렸을 때 간직한 추억이 있네

세상을 올려보기엔 너무 작은 키에

내 꿈을 같이 걸어갈 친구 하나 있었네


작사 민현




손민현.jpg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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