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쏜애플 콘서트 <불구경> [공연예술]

지도엔 없는 곳으로 가려 고집을 나선 날.
글 입력 2018.09.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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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리 높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당신에게 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밴드 쏜애플 보컬, 윤성현이 성대출혈과 성대폴립(용종)으로 인해 이번 브랜드 콘서트<불구경>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9월 11일 ‘증상 악화의 우려가 있으니 성대사용을 절대 금하고 집중적인 치료를 요한다’라는 의사의 최종 소견에 따라 9월 14,15,16 그리고 21,22,23 금토일 여섯 번의 공연은 취소가 아니라 전례 없는 연주 위주의 콘서트로 대체 되었다. 쏜애플은 콘서트 <불구경>만을 위해 준비한 모든 내용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결코 보여드릴 수 없으리란 생각과 더불어 <불구경>을 위해 일찍부터 스케줄을 비워놓으신 관객들의 시간과 기대 역시 소중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러한 멤버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무리를 무릅쓰고 변경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급작스런 변경으로 <불구경>을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혼동을 준 점에서 대해서 소속사는 양해를 구했고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8, 잔다리 뮤직 스트리트 등 향후의 스케줄을 진행할 수 없음을 알렸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콘서트를 모두 무료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예매 관객은 물론 당일 선착순 관객에게도 무료 티켓을 제공하며 6번의 공연 모두 무료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윤성현의 가창이 빠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진행하는 점은 눈에 띤다. 그도 그럴 것이 쏜애플은 모든 공연에서 곡을 편곡하여 연주하기에 항상 새로움을 주고 이번처럼 가창 없이 연주만 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돈을 주고 공연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밴드이기 때문이다. 앨범과 공연 준비 때문에 갑작스럽게 다가온 예외 상황이라지만 그들의 태도와 대처는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6번의 공연 중 4번째로 열린 공연에 관객으로 참석했고 윤성현씨 스스로도 목이 많이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상적으로 말할 때에도 목소리가 갈라지는 상황이었는데 상태가 호전되어서 육성을 들을 수 있음에 다행스러웠지만 그리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못 부르는 상황은 한 편으로 안쓰럽기도 했다.

이번 불구경은 총 16곡의 구성으로 진행되는데 각 셋 리스트는 1일차 밴드선정, 2일차 기타 홍동균, 3일차 베이스 심재현, 5일차 보컬 윤성현, 6일차 관객 선정이었다. 직접 참석한 4일차엔 드러머 방요셉의 셋리스트로 진행이 되었고 다 같이 즐겁게 즐기다 가는 것과 더불어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단짠단짠 구성을 했다고 그는 밝혔다. 윤성현의 보컬이 없으면 안될 것 같다고 느끼는 곡은 리더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과감하게 빼기도 하였고 방요셉 특유의 정력을 느낄 수 있는 셋 리스트는 역시 드러머다운 구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첫번 째 트랙으로 피난을 꼽은 것은 정말 대단한 선택이었다.


4일차 방요셉 셋 리스트

1. 피난 2. 한낮 3. 백치

4. 살아있는 너의 밤 5. 낯선 열대 6. 수성의 하루

7. 아지랑이 8. 로마네스크

9. 플랑크톤 10. 넓은 밤 11. 베란다

12. 빨간 피터 13. 시퍼런 봄

14. 서울

앵콜
15. 알레르기 16. 이유


쏜애플은 이제 설명이 필요가 없는 밴드가 되었다. 미 발매 곡인 로마네스크, 수성의 하루, 넓은 밤 까지도 관객들은 따라 부르며 편린 같은 가사들을 이해하고 발 맞추어 뛴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서울을 노래했지만 쏜애플만큼 서울의 감성을 담아낸 아티스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제주에서 해안선을 따라 ‘서울’을 들었던 역설적인 감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으며 모든 색채가 선명한 제주에서 그 정반대에 있는 무채색의 서울은 한강과 건물의 노란 빛처럼 피어올랐다. 쏜애플에 집중이 쏠린이유는 이런 정치한 감성을 쏟아내는 윤성현이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것과 더불어 같은 인문대 밴드 출신이고 철학과를 복수전공하여 몇몇 선배들과는 수업을 같이 들었다는 점까지였고. 한창 인기가 오를 무렵 다니던 학교에서의 모습과 달리 무대에서는 언제나 신 들린 듯한 표정과 몸짓, 어려운 말투를 보여주며 고유한 행동들인 눈을 뒤집는 것과 비틀거리며 헤메이듯 도취된 그 기이함이 회자되었다.




"우리가 길을 헤메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 가운데,
멈추지 말고 몸부림 치며 기어가"


일반인들이 예술가라고 불려지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천재성과 주술성은 윤성현을 통해 발화되고 표현되어 사람들은 향유하고 갈증을 달랬다. 이해되지 않은 문장들과 섬세한 감정선, 울부짖는 목소리와 가사 속 화자와 윤성현이 일치되기도 유리되기도 하는 오묘한 지점에서 줄타기를 하며 저마다의 의미를 담았다. 윤성현은 자기가 예술가라고 불려지는 것을 싫어했으나 그가 유려하게 풀어내는 사랑과 멜랑콜리는 현대인의 감정을 새롭고 이질적인 단어들로 풀어내었기에 예술가라로 불려지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윤성현은 우리의 세계를 넓혀주는 것과 동시에 그가 만든 가사들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따라 부르면 머리에서 떠오르던 단어들이 터져나오며 그 뜻과 색채가 느껴지게 된다. 말과 사물의 일치는 기묘한 경험으로 다가오며 그의 음악 속으로 그리고 도취와 광기 속으로 데려간다.

이번 콘서트는 쏜애플에게 또 하나의 성장 단계임이 분명하다. 보컬이자 리더인 윤성현이 프론트맨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관객의 시선은 멤버 모두에게 고루 쏠린다. 윤성현을 대신하여 노래를 부른 기타 홍동균과 코러스와 화음을 넣은 베이스 심재현 그리고 셋 리스트와 멘트를 담당한 드럼 방요셉 모두 각자의 비중이 증가했다. 어느 밴드나 프론트 맨이 가장 관심을 많이 받기 마련이지만 쏜애플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늘려감과 동시에 독립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해와 공연에 대한 이해 그리고 더 나아가 삶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늘어남을 보였다. 음악을 잘하려면 음악만 잘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그리고 음악을 할 수록 음악만 잘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유기적인 연결은 이해와 해석을 넓힌다.

옮는 꿈, 뭍, 어려운 달, 시퍼런 봄 등. 모두 몽상적이며 파편적인 성격을 담고 있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우리의 이해는 이제 단조로운 혹은 아름다운 가상으로서 파악되지 않는다. 순수한 언어와 본질은 하나의 언어와 이해로 파악되지 않고 개념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에 속을 만큼 순진하지 않으며 별들을 이어 별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이념으로서 파악되는 예술은 이런 뚝뚝 끊어지는 파편들로서 이해되고 불현듯 나타난다. 5일차엔 윤성현의 셋 리스트로 진행되었고 말을 몇 번 한 4일차와는 달리 앵콜까지 단 한 번의 멘트도 없이 진행된 것을 보여주며 진정 기악으로 진행되는 콘서트는 저마다의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쏜애플은 보컬의 실력과 더불어 밴드 개개인의 역량도 매번 탁월해 짐을 보인다. 드러머 방요셉은 더 화려해졌으며 베이스 심재현은 지면을 타고 오는 감각적 연주를 이어나간다. 기타 홍동균은 이번 공연에서 그의 목소리나 가창이 윤성현의 그것과 비슷함을 보여주었고 노래를 부르는 윤성현의 모습을 기타를 치면서 유사하게 혹은 새롭게 담아낸다. 밴드에서 기타는 보컬의 혹은 노래의 다른 자아이자 페르소나가 된다. 우는 듯한 기타를 이용하는 쏜애플의 특성상 울부짖거나, 비틀거리고, 멈추었다가 폭발해내는 동력을 잘 표현하는 홍동균이 윤성현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윤성현은 언제나 그랬듯 더할 말 필요 없이 그리 높은 목소리로 심장을 부여잡는다.

본 글에서는 아티스트와 그의 작업물과의 상관관계, 혹은 아티스트의 발언과 창조해 낸 이후의 작업물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쏜애플의 정력은 실존이기에 구조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너와 나의 타자성이 빚어내는 곳에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 없이 계속하여 다른 색채로 물들이려 한다면 이미 그 둘은 떠나고 없을 것이다. 쏜애플에게 보내는 찬사는 더할 것이 없다. 보컬이 빠진 곳에서도 관객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곡을 채웠으며 윤성현 또한 작은 목소리로 그리고 입 모양으로 공간을 채웠다. 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를 말하는 것에서 쏜애플은 가장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우린 함께 울지 못하고 서로 미워하는 법만 배우다 아무 데도 가지 못한 채로 이 도시에 갇혀 버렸네"




[김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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