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계가 없는 곳, 뮤지엄 SAN [문화 공간]

글 입력 2018.09.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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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노출 콘크리트가 가장 두드러지며, 자연 그 중에서도 돌과 물이 돋보인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에는 구름이, 땅을 바라봐도 구름이 보인다. 안도 타다오는 현대적인 감각과 더불어, 반듯함과 깔끔함 세련됨 그리고 자연까지 조화로운 건축을 만든다. 그의 건축은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이미 한국에도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 여럿 있지만 이곳은 그의 매력을 가장 많이 엿볼 수 있는 건축이 아닐까 싶다. 끝없는 직선.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 알 수 없는 곳.


바로 원주, “뮤지엄 산”이다.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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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예술, 일상의 예술. 예술이라는 장르가 점점 확대(혹은 축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엄 산의 특별 전시회, “오브제”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마르셀 뒤샹의 “샘”은 남성용 소변기이다. 뒤샹은 이 작품으로 레디메이드, 즉 기성품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기성품과 같은 일상적인 사물들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시작되었고, ‘오브제’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겼다.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들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익숙한(혹은 그렇지 않은)물건을 놓고 나의 주관적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걸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술이란 기능이나 기술을 부여하여,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예술작품 그 자체를 넘어, 내가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객관적 의미들이 예술이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내가 예술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또 내 것으로, 내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혹은 바라보는 자체만으로- 우리는 모두 예술가가 아닐까. 그것이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그냥 ‘나’가 바라보는 매일, 매시간이 예술인 삶이다.




제임스 터렐



이번 뮤지엄 산에서 처음 알게 된 ‘제임스 터렐’. 그의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빛을 바라보며 명상과 사색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정말 놀라웠다. 너무나 과학적인 빛, 마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그림을 보는 듯 한 묘한 기분… 단순해 보이는데 복잡하다. 유한하지만 무한한하다. 앞서 말한 객관적 시선으로서 예술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통해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자체가 예술이 된다는 것, 내가 상상하는 그 나름대로의 것을-혹은 그 이상을-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제임스 터렐은 ‘나’가 세상의 중심임을, 누구나 저만의 세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내가 걷거나 뛰어도 창을 통해 비친 내 발 아래 하늘은 절대 나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있는 이 곳, 이 순간, 앞으로 내가 어딜 나아가든지 나의 중심은 항상 ‘나’가 바라보고 향하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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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뮤지엄 산 홈페이지



재단을 떠올리는 계단, 그리고 뻥 뚫린 창 사이로 보이는 지금 이 순간의 하늘. 마치 액자 같다. 하지만 그 곳을 따라 올라가보면 이제 서야 액자 속 그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 창밖으로 나가면 또 다른 세계, 아름다운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창을 볼 때는 보이 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창을 향해 올라가니 이제 시작이었다. 더 큰 세계가 내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유도한 사색과 명상의 시간을 통해 저마다 느끼는 바는 다를 것이다. 나는 그의 작품세계를 처음 겪어보았지만 분명 정해진 답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그 자체, 행위 모든 게 예술이라는 것.






“경계가 없는 곳”이라 정의하고 싶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도, “오브제”도, 제임스 터렐의 공간 속에서도. 그 어디에도 정해진 경계는 없었다. 우리가 경계라고 말한 모든 것들이 이  곳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과 땅, 일상과 예술, 유한함과 무한함, 끝과 시작… 이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내가 있는 이 곳, 지금 당장 보이는 풍경. 나는 이 모든 게 예술이라 생각한다.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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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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