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지에서 (어떻게 안) 먹힐까? [예능]

글 입력 2018.09.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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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 짜장면을 팔면 어떨까?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2는 이러한 컨셉으로 중식의 대가라 불리는 ‘이연복’ 셰프와 함께 중국으로 떠났다. 배우 김강우, 서은수와 서빙을 맡은 개그맨 허경환. 상상할 수 없던 조합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가 주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아직 3회까지 방영한 프로그램이지만,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감히 이런 생각이 든다. 이연복 셰프와 3명의 출연진. 이들이 만든 음식이 현지에서 어떻게 안 먹힌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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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이연복



이연복 셰프는 재료구매와 손질부터 함께 한다. 양파를 썰 때 자신의 노하우라며 눈이 맵지 않도록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양파 한 통을 8분 만에 썰어냈다. 지금도 자신의 매장에서 재료 손질을 직접 한다는 이연복의 모습은 그가 왜 이렇게 유명한 셰프가 됐는지를 알려준다.


2화에서 셰프 이연복은 엄청난 순발력을 발휘했다. 호기롭게 개시한 ‘짬뽕’이었지만 아이와 동반한 손님들이 많았던 특성상 생각만큼 짬뽕을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망했다.”라며 풀이 죽은 듯 보였던 이연복 셰프는 곧바로 매운 기를 제거한 ‘백 짬뽕’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또, 여전히 짜장면을 찾는 손님들이 많은 것을 보고 짬뽕 재료를 이용한 ‘해물 짜장’을 만들어 냈다. 아무리 뛰어난 셰프라 해도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다. 이연복 셰프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적극적으로 메뉴를 바꿔 가는 전략을 택했다. 짬뽕을 매워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언제든지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는, 언제나 손님을 가장 첫번째로 두는 마인드가 바로 지금의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2에서는 ‘현슐러’라 불리는 근처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몰래 방문하여 짜장면과 짬뽕의 맛을 보고 별점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 이 ‘현슐러’들을 보는 이연복 셰프의 모습에서 그의 프로다움을 또 한 번 느꼈다. 출연자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때도 저 사람이 ‘현슐러’임을 한 번에 알아본다. 모두가 ‘현슐러’임을 알고 긴장할 때도 이연복 셰프는 긴장하지 않는다. 그저 손님 중 한 명으로 대할 뿐이었다.



 

담백한 연출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1과 시즌2의 가장 큰 차이가 출연자들을 담아내는 연출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1에 출연했던 홍석천, 이민우, 여진구의 장사에서는 다양한 메뉴와 장사만큼이나 그들의 ‘친목’이 돋보였다. 나름의 재미를 주는 요소였지만, 점차 장사보다 세 명의 관계에 초점이 많이 맞춰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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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서는 김강우, 서은수, 허경환이라는 신선한 조합을 선택하면서도 그들의 관계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장사의 흐름 속에서 면 삶는 것에 통달해가는 ‘김강우’의 캐릭터를 살리고, 해물을 일일이 세 가면서 재료 양을 맞추는, 익숙하지 않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서은수의 모습을 담아낸다. 허경환의 장사 스킬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어가 부족한 실력이지만 언제나 손님들에게 다가가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질문하고, 장난치고, 살갑게 다가간다. 출연자들의 모습은 손님들의 모습을 보고 나누는 대화, 장보기, 재료 준비 속에서 언제나 장사의 연장선에서 그려진다. 시청자들이 이 장사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담백한 연출법이다.




테이블 속 중국문화



현지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묘미는 역시나 ‘손님’이다. 이 프로그램 또한 손님들의 대화가 방송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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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먹을 때 단순히 손님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중국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자리가 없을 때는 흔쾌히 같이 먹자고 제안하는 ‘합석’문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손님들은 서로 연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교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서로 열린 태도를 보이는 중국만의 ‘정’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 또한 엿볼 수 있다. 한식당은 대부분 깨끗하다, 한국인들은 피부가 좋다는 등의 말을 들으면서 중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상을 엿보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재미이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한국 콘텐츠가 중국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아주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짜장면’이 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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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화까지 방영된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2에는 다음 주에도 어김없이 새 메뉴가 등장한다. 바로 ‘짜장밥’이다. 이 메뉴가 성공적일지 실패할지 알 수도 없고 사실 중요하지도 않다. 이연복 셰프가 ‘기본’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보여주는 순발력과 장사의 흐름 속에서 캐릭터를 찾아 나가는 3명의 출연자가 기대될 뿐이다. 무엇보다 ‘짜장밥’을 먹으면서 또 다른 중국의 모습을 보일 손님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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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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