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베르나데트 푸르키에

나무가 쓴 편지를 받았다
글 입력 2018.09.2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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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나무들_표지.jpg
 

지은이: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글, 세실 감비니 그림, 권예리 옮김
분야: 유아, 어린이 / 과학, 생물학 / 그림책
발행일: 2018년 08월 31일
ISBN: 979-11-961389-1-2 77480




나무, 너의 이름은?


책을 받기로 결정하고 보도자료를 읽고 프리뷰를 쓰는 내내 이 책이 아이들에 눈높이에 맞춘 교육적인 동화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받아서도 아이들의 책을 읽는 기분이었는데 책장을 덮고 리뷰를 쓰려고 보니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무에 대한 책을 읽는데 나는 그 동안 나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니 나무 생각을 하고 살았던가? 그저 이름 모를 나무들을 지나쳐 다녔고, 계절이 바뀔 때 마다 꽃과 단풍에 감탄했다. 바쁠 때는 꽃과 단풍조차 모르고 살았다. 별 생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일도, 글로 묘사할 일도 없었다. 지나쳐가는 수많은 자동차가 뭔지 모르듯, 나무도 그저 지나쳐가는 풍경 중 하나였다.


종종 산책하러 올림픽 공원에 가는데, 올림픽 공원에서 내가 알아보는 나무는 딱 하나, 버드나무 뿐이다. 그마저도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저게 뭐랬더라 잠시 생각했던 적도 있다. 누구나 알고 나도 거의 항상 지나치는 나 홀로 나무의 종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없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생각난 김에 검색해봤다. 측백나무였다. 산소에도 심고 조경수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네이버 식물 백과에 검색해봤다. “예로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귀하게 대접받아 왔으며, 흔히 송백은 소나무를 백수의 으뜸으로 삼아 ‘공(公)’이고 측백나무는 ‘백(伯)’이라 하여 소나무 다음 가는 작위로 비유됐다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설명이었다. 무덤 속 시신에 생기는 벌레를 죽이는 힘이 있는데 측백나무에는 그 벌레를 죽이는 힘이 있다고 한다. 공원에서 좋은 풍경을 담당하고 있는 나무엔 생각보다 이야기가 많았다. 정말 많은 걸 모르고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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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에 “책을 펼치면 아름다운 무늬가 액자처럼 테두리를 장식하고 있다(액자는 원래 나무로 만든다는 사실을 상기하자)”고 나와있어서 책을 읽을 때 그 부분을 더 신경 써서 봤다. 액자라기보다 둘러싼 틀, 테 같은데, 각 페이지의 일러스트에 맞춰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페이지 하단에는 추가적인 정보가 적혀있다. 나무의 열매, 꽃, 가시 등의 특징과 추가적인 정보도 짧게 적혀있다. 대상 연령에 벗어나지 않고 간결하지만 확실한 정보전달이 있다. 책의 퀄리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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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쓰인 책이기 때문인지 익숙하지 않은 나무들이 많았는데, 익숙한 바오바브 나무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친숙한 은행나무가 나왔다. “연둣빛 잎들은 부채 모양으로 생겼어요”, “낙엽으로 떨어지기 전에 찬란한 황금빛으로 변해요" 같은 예측 가능한 이야기부터 “내 열매 이름인 ‘은행’은 한자로 ‘은살구’라는 뜻이에요. … 이 알맹이는 씨앗이 아니에요. 암나무에만 생기는 밀씨, 그러니까 인간의 난자와 같아요.”라는 설명까지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노랗게 물든 은행 나무를 볼 텐데, 누군가와 같이 은행 나무를 지나치는 일이 생기면 어디서는 은행 나무의 별명이 금화 나무인걸 아냐고, 쥐라기 시대부터 아직까지 살아남은 나무인 걸 아냐고 이야기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의외의 시각과 마주했다. 동화를 읽으면 이렇게 허를 찌르는 부분을 발견한다. 읽고 나서 생각거리가 생겼고, 책을 읽고 소소하게 해볼 일이 생각 났다. 이번에도 성공적인 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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