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답게 반짝이는 삶의 약속 - 연극 우리별

글 입력 2018.09.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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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 포스터.jpeg


네가 없는 세상에도
어떠한 의미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네가 없는 세상따윈
마치 여름방학이 없는 8월과도 같아
네가 없는 세상따윈
마치 웃지 않는 산타와도 같아
네가 없는 세상따윈

우리들은 Time Flier,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Climber
시간의 숨바꼭질, 따돌림은 이제 지긋지긋해

Radwimps - なんでもないや (아무것도 아니야)

*

마치 Radwimps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쉬이 닿을 수 없는 별에 대한 애잔한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기대하는 간절한 소망,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노래하는 모호하면서 달콤한 스토리라인까지.

검은 하늘에 아름답게 수 놓아진 별들을 보며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봤을 상상을 연극 우리별은 작은 무대 위에 알차게 담아냈다. 아니, 상상이라는 거창한 말 이전에, 별들을 바라보면 머릿 속에 스치듯 지나가는 짤막한 단어들을 놀랍도록 아름답게 플어냈다. 우주, 반짝임, 빛, 거리, 시간, 꿈, 기도……. 나도 모르게 그간 잊고 지내던 단어의 느낌과 의미를 곱씹게 된다. 그 부드럽고 따듯한 어감, 사랑스러운 뉘앙스, 그 모든 것들을 온 몸의 감각을 동원해서.


우리별_현장사진2.jpg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방식의 연극은 가만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울먹이게 만드는 강한 힘을 지녔다. 랩 스타일을 연극에 적용했다는 게 무슨 말일지 궁금했는데, 마치 우주선이 출발할 때 카운트다운 소리로 사용할 법한 시그널 사운드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그 간결한 박자에 맞춰 인물 각각의 대사가 밀도 있게 이어진다.

특히 도입부에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돌듯 동그랗게 모여, 앞으로 전개될 연극의 내용을 일목요연한 단어로 나열해 설명한 부분은 스릴 넘칠 정도로 짜릿했다. 배우들의 행동과 표정, 멜로디와 지극히 단순한 단어만으로 이어지는 대사가 이렇게 깊이 있는 감동을 전할지는 몰랐다.

시간과 공간의 원초적인 관계를 아주 일목요연하게 연극 내용에 담아낸 점 역시 인상깊게 남는다. 주인공인 지구가 할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려 자꾸 반대로 공전한다던가, 시간을 너무 많이 돌려버리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할머니의 경고라던가, 그리고 이 별들의 이야기를 멀찍이 지켜보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평행이론으로 풀어낸다던지, 이런 이야기는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증명하는 듯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강하게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놀라워, 신기해, 혁신적이야, 라는 말이 연극 내내 입에 아름아름 맺힌다. 내가 디디고 서 있는 이 땅, 지구와 이 지구를 둘러싼 수많은 별들, 거대한 우주, 이 모든 것을 작은 무대 위에 한 톨 흘림 없이 그대로 그려냈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나는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바라보는 먹먹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우리별_현장사진5.jpg
 

별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이야기를 우리 삶의 흐름에 빗댄 연극은 다소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풀어냈다. 가족과의 단란한 일상, 친구와의 만남과 먼 미래를 기약하는 약속과 같은 따듯한 삶의 풍경을 위트 있게 전개한다. 행동 하나, 대사 하나 모두 깊이 있게 공감되는 느낌. 그렇기 때문일까, 그 언제보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과 이 우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내가 바라본 무대 위의 이야기가 너무도 아름다웠기에, 내 삶도 그러리라 홀로 약속하게 됨은 아니었을지. 아름답게 반짝이던 빛, 귀를 먹먹하게 울리던 소리, 별들의 반짝이며 웃는 말간 얼굴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다. 최근에 본 여러 이야기 중, 정말 여러 면에서, 완벽한 연극이었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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