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음악의 향연, 금호아트홀 <피에르 앙타이 Harpsichord>

글 입력 2018.09.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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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기에 앞서,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피에르 앙타이의 하프시코드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하프시코드 연주를 직접 듣는 게 처음인데다 그것도 피에르 앙타이의 연주로 들을 생각을 하니 9월의 셋째 목요일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었다. 아침에 비가 내려 다소 추웠던 목요일 날씨도 그 고대하는 발걸음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런 부푼 마음을 안고 간 앙타이의 공연은 정말 풍성했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Programs


바흐, 건반을 위한 모음곡 a단조, BWV818a

바흐,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를 위해 작곡된 6개의 작은 전주곡

바흐, 건반을 위한 영국 모음곡 제4번 F장조, BWV809

바흐, 건반을 위한 토카타 D장조, BWV912


Intermission


헨델, 오페라 '충직한 양치기' 중 서곡 d단조, HWV8a

헨델, 건반을 위한 모음곡 제2권 제4번 d단조, HWV437

바흐, 건반을 위한 파르티타 제1번 B-flat장조, WV825





피에르 앙타이의 이번 하프시코드 연주회에 대한 소회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매우 친절한 연주회였다는 점이다. 무대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리고 각 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앙타이는 해설을 곁들여 주었다. 예컨대 당일 첫 곡은 바흐의 코랄이었는데 앙타이는 이 곡에 대해 바흐가 자신의 아내를 위해 작곡한 곡이라는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뒤이은 두번째 전주곡의 경우 바흐가 피아노를 갓 배우기 시작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작곡한 곡이라는 부연을 곁들여 공연 중 즉흥적으로 자신이 연주하고 싶어진 곡들을 선택해 연주했다. 저명한 학자의 직강을 듣는 것처럼, 곡에 대해 가볍게나마 이해하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프로그램 상에 대대적으로 순서의 변경이 있었다. 음악회 프로그램을 보면 매번 연주자가 어떤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는지, 왜 이런 순서로 잡았는지가 궁금해지는 때가 많지만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앙타이의 경우 본인이 직접 무대에 섯 알려주었기에 왜 그렇게 순서가 바뀐 것인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연주를 들을 수 있었고, 더욱 심화되어 가는 바흐의 음악세계를 피부로 직접 느껴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


*


이어서, 아주 매력적인 하프시코드의 음색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하프시코드의 소리를 실제로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궁금했다. 바흐의 음악을 들을 때 하프시코드로 녹음된 음원을 피아노 음원보다 더 많이 듣기는 하지만, 음원에서는 아무래도 다소 날카로운 소리로 느껴졌기 때문에 그 소리대로라면 날카로운 소리가 더 크게 들릴 것 같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일 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듣는 하프시코드의 음색은 매우 부드러웠다. 마치 곱게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포말이 무대 위에서 객석으로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찌나 부드럽고 곱게 소리가 와닿는지 마치 그 모든 음들이 귓가에 다가와 간질이는 것 같았다. 여러 꾸밈음들이 쏟아져내리는 악보를 치며 하프시코드 소리가 이토록 부드럽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 절대로 쉽지 않을 텐데, 피에르 앙타이가 역시 대가구나 하는 걸 절감했다. 그 어려운 것을 이렇게 쉽게 해내다니.


바로크 음악을 피아노 음원으로 듣다가 실황을 들으면 훨씬 더 영롱하게 들린다. 그런데 하프시코드의 경우는 음원 대비 실황이 훨씬더 부드럽게, 하프시코드가 가진 그 나름의 풍부함이 아주 곱게 느껴지는 사운드로 울리는 것 같아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 연주회에 오기에 앞서 내가 들었던 연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앙타이 본인의 연주였는데,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도 이렇게 다르게 와 닿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음원으로 들을 때에도 하프시코드로 듣는 바로크음악의 매력이 있었는데, 피에르 앙타이의 쳄발로 연주를 실제로 듣고 나니 이전에는 메인디쉬의 토핑만 맛봤던 수준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다만 조율이 원활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피아노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악기이니 그랬겠지만, 하프시코드는 원래 연주하다보면 음정이 조금씩 떨어지는 걸까? 연주하는 앙타이로서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건 감상에 아주 사소한 일부분일 뿐이다.


*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정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연주였다는 점이다. 여태까지 직접 들어본 바로크 음악 연주회들이 여럿 있었고 하나같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피에르 앙타이가 하프시코드로 들려준 이번 연주는 바로크음악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연주였다고 느낀다. 특히 앙타이가 바꾼 순서 덕분에 그걸 더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1부는 순서마저도 정말 논리정연하게 바뀌어 그마저도 바흐를 닮은 것 같았다. 짧은 코랄로 시작하여 이어지는 프렐류드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바흐가 젊은 시기에 작곡하였고 또 초심자들을 위해 작곡한 곡들을 듣다가 보다 발전된 영국모음곡, 토카타로 마무리되는 1부는 정말 앙타이가 만든 바흐의 세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다. 2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헨델로 풍성함을 가득 채우고 아주 완벽한 피날레를 보여준 바흐의 파르티타까지. 아름다운 고음악에 그저 흠뻑 취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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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이번 피에르 앙타이의 무대를 보며 재미있었던 것은, 근래에 갔던 금호아트홀 공연 중 두드러지게 관객의 연령층이 높고 또 객석이 많이 찼던 공연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피에르 앙타이의 무대를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공연은 정말로 조도가 낮은 공연이었다. 피아노보다 소리가 가냘픈 하프시코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러 조치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아주 두꺼운 파일철 악보를 챙겨와 옆에 보조 조명을 달고 그것을 보는 피에르 앙타이가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래도 그게 더 괜찮았던 것 같다. 왜냐면 피아노 연주회보다도 더 작은 소음의 여파가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말로 거의 암흑에 가까운 객석에서 오로지 피에르 앙타이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그가 이끄는 세계로 빠져들기에는 정말 적합한 조도였던 것 같다.


*


피에르 앙타이는 금호아트홀에서 근 10년만에 관객 앞에 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다음번 내한이 또다시 10년 후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사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러니 그의 다음번 내한은 금방이었으면 좋겠다. 피에르 앙타이의 기분 좋은 타건과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사운드 그리고 엄청난 흡인력에 또다시 완전히 빠져보고 싶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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