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글 입력 2018.09.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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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이 잠든 사이



추석이 끝나간다. 전국 방방곡곡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진 큰 명절이 이제 마무리를 지어간다. 이번 추석에는 대략 3664만명이 이동했다고 하니 가족들의 정과 사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끈끈함 유대감을 이어주는 존재인 것 같다.


이럴 때 우리는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생각도 어렴풋이 하게 된다. 누구 하나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반가운 소식 하나 접할 수 없는 이들에게, 어쩌면 명절은 또 다른 슬픔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 일에서 손을 뗐지만,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후원 사업 건으로 어느 때보다 바쁜 명절을 보냈기에 그 쓸쓸함이 조금 옅게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이웃들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지, 말만 앞서고 행동은 따르지 않았으니 남은 하반기는 조금이라도 언행일치를 해볼까? 하고 이렇게 글을 남겨 본다.


내가 관심 갖고 연극으로 꾸준히 찾아 갔던 극단 연우무대가 뮤지컬을 기획하였다. 대학로 창작뮤지컬로 2005년부터 꾸준히 사랑 받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가 연우무대를 만났다. 13년 시간 동안 무대에서 많은 이들을 웃고 울게 만든 이 작품이 연우무대를 만났다라는 사실부터 나를 설레게 했던 뮤지컬, 지난 9월 비오는 어느 일요일, 사랑하는 내 사람과 이 작품을 만나러 대학로로 향했다.


최근 정부나 민간에서도 ‘문화비 소득공제’로 문화관람으로 삶을 풍성하게 하는 시도가 많았지만, 아직 그 활성화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대학로를 예전만큼 가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걱정이 많았지만, 길가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어떤 공연을 볼까? 포스터와 티켓 부스를 기웃거리는 커플과 친구 모임들을 보고 나선 그 걱정이 잠시 애쓴 나의 고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무대가 6개월의 여행길에 이 작품을 선책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가톨릭 재단 병원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무료 병원인 탓에 지원과 후원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각팍한 현실, 반신불수로 입원한 최병호 환자 실종 사건을 유쾌하게 그려낸 이 연극이 연우무대를 만나면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다.


유명 배우들의 마중물이라 불려도 좋을 평점 높은 작품과 탄탄한 배우들의 입지는 지금의 연우무대의 빛나는 초석이 되어 주었다. 그러한 기대감 탓이었을까? 눈여겨 본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성탄절을 앞두고 소외 받은 이들의 속이야기를 잘 묘사한 세세한 작품으로 기억 남는다.


연극을 꾸준히 보다보면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이제 나는 그 외의 요인들에게 눈이 간다. 가령, 이런 것. 배우들의 발성, 위기를 모면하는 재치와 센스, 무대 조명과 무대 장치, 나아가 감독의 기획력과 작가들의 대사들의 캐치까지. 아무래도 내가 글을 쓰는 업을 택한 이후로 더욱 챙겨 보는 것이라 할까?


이 작품은 주인공 최병호 외에 병원을 책임지는 베드로 신부, 24시간 불철주야 근무하는 닥터리, 함께 입원한 룸메이트 치매환자 이길례 할머니, 술을 물마시듯 물을 술마시듯 마력의 소유자 알코올중독 정숙자, 그리고 파혼의 아픔으로 봉사를 온 김정연과 의문의 봉사자 최민희까지…. 일곱 배역의 배우들의 연기로 무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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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캐릭터가 성탄절, 크리스마스에 겪은 애환을 담아 무대를 펼친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이웃들의 낯설지 않은 평범하고 애잔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가령, 6.25를 겪고 사랑을 읽은 할머니와 술에 의지하게 된 슬픈 사연을 가진 여자, 빚 때문에 헤어진 가족과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슴 아픈 상처를 지닌 여자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쉼 틈 없이 진행되는 연기력에 빠른 비트를 더한 무대는 기존 창작 뮤지컬의 맥락을 더하면서도 연우무대가 택한 감독과 작가, 그리고 무대를 이끈 배우들의 열연에서 그 멋과 완성도를 더하였다.


어디 사연 없는 이들이 있을까? 하지만, 내일도 해가 뜨고 우리는 세상을 살아간다. 한낱 미생과 같은 인간일지라 해도 우리 사이에 희로애락이 있듯, 이 작품을 보며 가슴 찡하고 울컥거리다 웃고 다시 화기애애지며 타이트한 긴잔감이 살아 숨쉬는 두어시간을 보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 결과가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대학로로 향해 보자. 모두가 잠든 밤, 잠들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일어난 동화 같은 겨울 이야기, 당신에게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고 싶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19년 2월 24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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