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에르 앙타이 Harpsichord

글 입력 2018.09.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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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 기획공연 '아름다운 목요일'
피에르 앙타이 Harpsichord


“연주될 구체적인 작품은 공연 당일 연주자에 의해 결정되어 발표될 예정입니다.”

피에르 앙타이의 하프시코드 공연을 보기 전 프로그램을 살펴보는데 곡 제목들 사이에 적혀있던 한 문장이다. 연주자의 사정에 따라 프로그램이 바뀔 수 있다는 안내문은 종종 볼 수 있지만 당일 연주자에 의해 프로그램이 결정된다는 안내문은 조금 낯설었다. 공연을 보고난 후 이번 무대의 성격이 잘 나타나있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연주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세계 수많은 무대에서 연주를 해오고 있는 연주자답게 무엇보다 연륜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박수와 함께 등장한 피에르 앙타이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곡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들려주었고 미리 예고되었듯이 즉흥적으로 곡을 선택하여 연주를 진행하였다.

인터미션에는 연주자가 무대에서 직접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에 놀랐고, 연주를 할 때는 피아노 의자에 앉음과 동시에 거침없이 연주를 시작해내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곡 사이사이마다 그의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져 그가 하프시코드에 대해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하였고 바로크음악을 매우 사랑하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러한 점이 연주를 지켜보던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연주를 보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공연이었다.

사실 오케스트라나 앙상블 연주를 제외하고 독주로 하프시코드의 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역시나 첫 곡이 시작되자 주위에서 '피아노가 아니었네!'라고 속삭이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기색을 보이는 관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한 소리여서 조그만 미스터치가 나도 다 들통날것만 같은 음색이었다. 이렇게 섬세한 음색을 가진 악기를 담대하게 연주하는 연주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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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무대는 유독 어두운 조명이 사용되었고, 연주자가 악보 보기에 지장이 없도록 악기에 라이트가 설치되어 진행되었다. 의도된 연출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주자 뒤로 그림자가 져서 그의 움직임이 무대 뒤로 커다랗게 보였다. 들리는 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보이는 모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연주자 혼자, 그리고 비교적 작은 음량을 가진 악기인 하프시코드 하나만으로 오롯이 채워나가야 하는 무대위에서 연주자의 존재감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이번 연주의 종합적인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마치 바로크시대로 돌아가 한 저택에서 듣는 작은 음악회같았다. 아무래도 피아노라는 악기에 익숙했기 때문에 하프시코드라는 악기로부터 느껴지는 이국적이고 낯선 느낌이 아주 매력적이었던, 그리고 피에르 앙타이라는 연주자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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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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