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지만 작지 않은 그 곳, 오랑주리 미술관 [시각예술]

오랑주리 미술관의 작품을 만나보자
글 입력 2018.09.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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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rie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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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프랑스 파리의 3대 미술관하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센터를 떠올린다. 이 세 곳 보다 규모는 현저히 작지만, 소장품 측면에선 절대 뒤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오랑주리 미술관(Orangerie Museum)’이다. 센강을 따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낭만적인 오랑주리 미술관. 이곳을 파리 여행 중 직접 다녀와 보았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시작은 모네의 < 수련 >연작을 위해 조성된 곳이었다. 이전에는 튈르리 정원에서 오렌지 나무의 온실 역할을 하던 곳이었지만, 모네의 작품을 거두기 위해 미술관의 역할로 탈바꿈 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볼거리가 풍부한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1층은 모네의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외의 전시관은 피카소, 르누아르, 세잔, 마티스, 모딜리아니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지만 강한 오랑주리 미술관의 작품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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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 : 초록그림자 >, 클로드 모네, 1914-1918



모네의 < 수련 > 연작 작품이다. 작품은 타원형의 벽면에 크고 길게 조성되어있다. 천장과 벽면이 하얗기 때문에 작품이 더욱 주목받는 듯하다. 실제로 모네는 작품을 기증할 때 “하얀 공간을 조성하고 자연광을 느낄 수 있게끔 하라”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모네가 의도하는 대로 작품의 모습이 더욱 대두되고 하얀 벽과 천장의 자연채광에 의해 빛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오랑주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전쟁에서 프랑스의 승리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기증한 것이다. 모네는 지베르니에 수련 연못을 조성하고 이후 수련 연작을 계속해서 그려나갔다. 삼십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250여 편을 그렸다. 모네가 표현하고자 한 빛에 의해 변하는 각각의 색들은 환상을 자아낸다.


많은 관람객들은 모네가 빛에 감명을 받은 그 순간의 감정들이 전해지는 듯 멍하니 바라보기도, 행복한 미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전시관 한 가운데에는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원형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나 또한 이 의자에 앉아 모네의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며 연못에 담긴 색들을 찬찬히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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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소녀들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1892



다음은 르누아르의 < 피아노 치는 소녀들 >이다. 인상주의의 대표 작가답게 전반적으로 경계선이 없는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뤽상부르크 미술관에 전시할 그림으로 요청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이본느 르롤, 크리스틴 르롤 자매에게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다. 자매간의 정을 아름답게 표현하여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 피아노 치는 소녀들 >이 흥미로운 점은 같은 제목과 같은 구도로 된 작품이 여섯 점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듯 다른 이 작품들을 한곳에 모아두고 보면 보는 재미가 클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의 옷, 주변의 꽃병과 악보, 커튼 등의 디테일, 소녀들의 제스처도 조금씩 다르다. 필자는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을 직접 찍고 비교해 보았는데, 다른 점들을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오랑주리 미술관 내에서 르누아르의 작품들이 연이어 전시되어 있다. < 꽃병 >, < 풍경속의 누드 >, < 두 소녀의 초상 >등을 감상하며, 작가의 필체와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르누아르의 작품. 보면 볼수록 따뜻한 느낌과 함께 행복이 전해진다. 파리에서 직접 만난 르누아르는 내게 다시 한 번 인상주의가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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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바지를 입은 오달리스크 >, 앙리 마티스, 1921



이 작품은 앙리 마티스의 < 빨간 바지를 입은 오달리스크 >이다. 그는 오달리스크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오달리스크란 터키 궁정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 노예를 뜻하는 말이다. 마티스 뿐 아니라 당대 많은 화가들이 오달리스크를 소재로 한 그림을 굉장히 많이 그렸다. 마티스가 프랑스 니스로 거처를 옮기고, 이곳에서 오달리스크 연작을 그려냈다. 이들이 가진 분위기와 느낌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 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표현해냈다.


이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배경이다. 화려한 직문의 문양, 눈길을 끄는 강렬한 색상, 동양적인 분위기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전의 작업들과는 다르게 텍스타일, 문양과 같은 새로운 기법에 눈을 뜨고 이를 중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인공에 대한 묘사보다 전체적인 느낌과 배경의 디테일에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보면 고요하고 나른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붉고 화려한 느낌이 관객들을 이 작품 앞으로 모이게 한다.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길 수 없는 어떤 묘한 매력이 있다. 아마 마티스가 작품 곳곳에 녹여낸 동양적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 중 그에게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한 오달리스크 시리즈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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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댄서 >, 마리 로랑생, 1921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마리 로랑생의 < 스페인 댄서 >이다. 마리 로랑생은 프랑스 화가로 형태와 색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단순화 시킨 특색이 있다. 남다른 출생과 불안정한 가정환경 등 안타까운 상황들은 그녀의 화풍에 영향을 미쳤다. 전쟁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떠난 스페인에서 작가는 작품을 이어나갔다. 이곳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춤을 추는 모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등을 그렸다.

 

작가는 춤이라는 소재를 통해 고통을 표현하고 승화시키고자 했다. 아픔과 절망 노력 등이 느껴진다. 또 한 가지 특별 점은 작품 속 색채이다. 회색빛과 장밋빛, 청색은 그녀만의 독자적인 화풍이다. 당시 유행하던 입체파, 다다이즘의 색을 무조건적으로 쫓지 않는 꿋꿋함, 어두움 속의 일망의 희망, 부드러움과 강함의 절묘한 조합이 느껴진다.


그녀가 나고 자랐던 프랑스에서 직접 작품을 마주했다. 책과 화면으로만 접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굴곡 있는 삶과 예술로서 승화시킨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는 듯 했다. 전반적인 무채색의 색감에 눈에 띄는 장미색, 청색의 색채가 더해진 모습은 굉장히 몽환적이었다. 마리 로랑생의 생애와 그녀만의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감동을 느낀 작품들을 꼽아보았다. 모네, 르누아르, 마티스, 마리 로랑생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을 대하는 파리의 자세, 미술관 속 디테일한 부분들은 감동을 돋우었다. 철저한 보안과 위험 물질 검사, 빛이 들어오는 모네의 전시관, 작품을 더욱 눈에 띄게 하는 벽면의 색 등등 사소한 부분들에 섬세함이 느껴졌다. 파리에 방문한다면 작지만 작지 않은, 오랑주리 미술관에 꼭 방문하길 바란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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