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가 1년, 지켜보고 싶은 것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9.30 13:4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요가1.jpg
 

요가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었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그래도 하나 셀프 선물을 주고 싶어 핑곗김에 요가복을 구매해보았다. 운동을 하는데 복장이 뭐 그리 중요하나 하겠지만 막상 그 옷을 입고 요가를 하면 낯선 느낌이 날 것 같았다.  보상을 받을 만큼 뛰어나게 발전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여전히 몸은 틀어져있고 아침에 운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굳어서인지 몰라도 뻣뻣하다. 유연하게 자세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우리는 분명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그러나 꼭 성과가 있지 않아도 이번 1년은 축하해주고 싶었다.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새로운 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요가 붐을 일으켰던 <효리네 민박>은 그때 각광이었다. 얼마 전 보니 효리네 민박집은 JTBC에 팔렸다고 하더라. 길지 않은 시간에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나에겐 무슨 변화가 있었나. 작년은 무척 힘든 해였고, 요가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숨이 마음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숨이 차서 정신 없는 날이 많았다. 물 흐르듯 흐르기는 커녕 숨이 수도꼭지를 갑자기 올렸다 내리는 물줄기처럼 급박했다. 아침엔 왠지 늘 가슴이 답답했고 끝날 무렵엔 한결 가벼워졌다. 여러모로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요가2.jpg
 

요즘은? 문득 머릿속에서 느낌표가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예전만큼 숨이 차지 않고 한결 편해졌다는 것. 한동안은 굳은 몸이 잘 풀어지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몰라도 뻣뻣했던 몸이 시간 안에 그래도 꽤 풀리고 있다. 골반과 고관절이 무척 굳어있는 편인데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일 때 반갑다. 눈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저 사람처럼 잘 해야지,라는 욕심보다는 내 걸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다른 사람의 동작이 멋있건 그렇지 않건 예전보다 덜 신경이 쓰인다. 나에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짧으니까. 언젠간 이 동작은 꼭 해보고 싶다, 하는 것들을 운동시간이 아닌 때 이리저리 시도해보기도 한다. 전사 자세를 할 때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정말 전사가 된 것처럼 비장해지는 내가 재밌다. 예전보다 부드럽게 동작이 될 때, 더 생각하는 자세가 나왔을 때 느낌표가 커진다. 선생님의 말씀이 맞나 싶다. 보이진 않아도 다들 늘고 있다는 말. 속도야 어찌 되었든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적어도 무언가는 변한 것이다.


요가3.jpg
 

가장 잘 맞는 운동이라곤 말하지 못하겠다. 이전에 했던 운동이 몸을 만드는 데에는 좋았다. 하지만 운동 효과보다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게 가장 좋다.  평온할 때는 기분이 이상하다. 무기력해진걸까? 가끔 이래도 되나 싶은 느낌이다. 그만큼 나는 평온하게 살지 못했던 것이겠지. 정신 없는 머릿속이 동작을 하면서 스르르 비워진다. 영 비워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이런 저런 생각을 안고 가되 몸은 쉬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 없이 화나고 속상했던 일이 신기하게도 조금씩 정리가 된다. 아주 단단히 화가 났던 날. 어째야 하나 싶은 날이 있었다.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마음은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이렇게 하자, 하고 명확한 결론이 나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아주 힘들게 요가를 마쳤던 날, 꽂혀있던 음악이 흘러나와 반가운 순간 역시 잊을 수 없었다. 별 것 아닌 날들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쌓여간다.
단순하게 살고 싶어진다. 내가 더 이상 아프길 바라지 않는다. 나를 아프게 하는 대상이 내가 파고드는 생각이나 나 자신이기는 더더욱 싫다. 과거에 매여 현재를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흔들리는 건 늘 무섭다. 나의 약점이 모여 더 큰 흔들림을 만든다. 곁에서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온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한다. 다시 하면 된다고 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나도 그렇게 다시 도전한다. 매일 매일 내 몸이 같을 순 없다 한다. 되던 게 안되는 날도 있으니까 놀라지 말라 한다. 영영 못하는 게 아니라 흔들리며 해내가는 과정이다. 때로 흔들려서 살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순간 덜 흔들리는 모습이 좋다. 흔들리는 아찔한 순간마다 한 곳에 집중하느라 애쓰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중심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요가복을 산 이유가 있다면 아직까지 나의 몸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해서였다. 헐렁하게 입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달라붙는 요가복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어디는 괜찮지만, 어디는 좀 그렇고 등등. 내가 바라는 나의 몸과 지금 나의 몸의 격차를 확연하게 느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근육은 잘 붙도 살은 잘 빠지지 않아 '근육돼지'라며 나를 놀려대곤 했는데 모순이었다. 살을 빼려고 시작한 운동은 아니었으니까.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땐 체력을 키우자는 것이었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도 헥헥 거리지 않을 모습을 그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요가복을 살 때도, 요가를 한다는 다른 이들의 수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벼우면서도 탄탄한, 군살 없는 모습. 내가 그런 모습이 되었을 때 무척 뿌듯하고 행복해질까? 혹은 거기서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나아가려 할까? 요가를 하는 시간동안 다른 이들을 좀 덜 신경쓰게 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다른이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내가 그들을 은연중에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무신경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에게 집중하기에도 그 한 시간의 매트 위가 녹록치 않은 것은 알고 있다. 남은 것은 따로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 나 자신을 좀 더 알고 싶다. 조금 더 새로운 마음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든.


[장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