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춤으로 흐드러지다, <궁: 장녹수전>

부정적인 것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
글 입력 2018.10.0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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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궁: 장녹수전>

안무 정혜진
연출 오경택
작가 경민선



4장_숙용장씨_장녹수.jpg
  

이미 좋지 않은 인식이 지배적일 때, 그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그것이 오랜 시간 공공연하게 인정되어 온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긍정적인 것에서 반대로의 변화보다 까다롭게 느껴지는 이 시도는 확실한 장단(長短)을 갖는다. 오래되고 강한 인식일수록 그 위험부담이 상당하면서도, 그렇기에 성공했을 때 오는 신선함과 효과 역시 크다. 어쨌거나 기획자가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 매력적인 관점임에는 틀림없다.

이번에 정동극장이 준비한 창작 무용극, <궁: 장녹수전>은 인물 중심의 스토리텔링과 우리나라 전통춤을 활용한다. 작품은 ‘희대의 요부’ 이미지로 뿌리 박힌 장녹수가 그토록 원하던 권력이 과연 그녀에게 어떤 것이었으며, 만약 우리가 그녀였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이끈다. 관객은 무대를 통해 가진 것 없는 노비 출신인 그녀가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해 위로 올라가려고 한 절박함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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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장녹수전>은 장녹수라는 인물과 그녀의 권력욕을 전통 무용에 담아 차근히 풀어낸다. ‘춤’은 그녀가 능했던 기예이기에 그 당위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서 탁월하다. 이 과정에서 전통놀이를 비롯한 기방 문화 및 궁 문화가 그녀의 급속한 인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생소한 옛 문화에 관객 참여를 곁들이는 이 같은 시도는 ‘한국적 흥’을 공연장에 끌어옴으로써, 예의 주제를 이끄는데 또 한 번 힘을 싣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춤의 종류 및 전통 요소는 다음과 같다.



*장고춤
장고춤은 장고무 혹은 장구춤이라고 불린다. 장고에 끈을 달아 비스듬히 어깨에 둘러메고 장고를 두드리며 여러 가지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 공연에서 선보이는 장고춤은 기방형태의 장고춤으로 춤 위주로 구성되며, 장단이 조금 들어간다.

*교방무
기녀들을 중신으로 한 가무(歌舞)를 관장하던 기관이 교방(敎坊)이다. 이곳에서 가르치고 배워 추었던 춤을 교방무라고 한다.

*정업이놀이
정애비 혹은 정경이라고도 하는 인형으로 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인형이다. 경기도당굿에서는 굿을 마치는 마무리에 이 인형을 때리고, 노래를 부른 후 들 밖에 나가 불을 사르며 나쁜 기운을 태운다. 남근을 희화해 크게 묘사한 것이 특징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이 인형을 가지고, 새로운 놀이의 형태를 창작해 선보인다.

*가인전목단
가인전목단은 궁중정재, 궁중무용으로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만든 창작무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모란을 꺾는다’는 뜻으로 무대 중앙에 활짝 핀 모란 꽃병을 놓고 춤을 춘다. 이 화병을 목단화준 이라고 한다. 무희들은 양편에서 들어와 춤을 추는데, 앞뒤로 움직이기도 하고 꽃병 주위를 돌기도 하며 춤을 추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춤이다.

*선유락(船遊樂)
신라의 뱃놀이에서 기원한 조선시대 궁중정재의 한 종목. 화려하게 단장한 배를 끌고 나와 채선(彩船)둘레에 여러 여기(女妓)가 패를 나누어 서서 배 가는 시늉을 하며 노래를 부르며 추는 춤이다.


전통 무용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익숙한 인물을 주제로 하는 색다른 접근과 더불어 하나씩 소개된다면, 자연스러운 형태의 지식 습득이 가능할 것이다. 본 작품은 위의 방법을 통해 한국 춤이 갖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흥과 결합한다.


4장_입궐한녹수_가인전목단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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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역사로부터 접근하는 것이 아닌, 장녹수라는 인물과 그 사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것을 전개하는 방법은 곧 그녀와도 같다고 할 수 있는 춤이며,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과연 작품은 오랜 시간 지속한 부정적인 인식을 뽑아 무대 위에서 낱낱이 풀어낼 수 있을까? 정동극장의 이번 창작극 브랜드 개발의 시도가 관람자의 유연한 사고방식 제고에 도움을 주길 기대해 본다.





<시놉시스>


조선의 모든 힘이 
장녹수의 치마 속에서 끝없이 피고 진다!

조선의 위험한 신데렐라, 장녹수.


조선 1494-1506 연산 재위 기간.

타고난 끼를 가진 여종 장녹수는 최고의 풍류객 제안대군에게 발탁되어 가흥청의 기녀가 된다. 제안대군의 가르침 아래 녹수는 최고의 기녀가 되고, 그 소문은 한양 바닥 널리 퍼진다. 가흥청 앞은 녹수를 보려고 온 한량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왕 연산 역시 삽살개 탈을 쓰고 가흥청을 찾는다. 녹수의 기예는 단숨에 연산을 사로잡고, 그녀는 후궁으로 발탁되어 입궐한다.

녹수가 못마땅한 신하들의 원성이 궁궐 안을 채우고, 그녀가 가진 힘을 뺏으려 한다. 위협을 느낀 녹수는 제안대군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이를 외면할 수 없는 제안대군은 연산의 어머니 폐비윤씨의 폐위과정을 둘러싼 신하들의 행적을 이야기해준다. 자신을 지킬 방법을 찾은 녹수는 다시 궁궐로 향하고, 신하들의 상소에 꼼짝달싹 못 하는 연산을 구한다.

연산의 폭정에 신하들은 역모를 꾸며, 백성들을 선동한다. 이러한 상황도 모른 채 연산과 녹수는 뱃놀이를 즐기고, 마침내 반란이 일어난다. 혼돈 속에서 녹수는 끝이 왔음을 직감하고 연산 앞에서 자신의 마지막 기예를 펼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백성들은 새 세상을 기원하듯 신명 나는 판굿을 벌인다.

 



<기획노트>


요부(妖婦) 장녹수라고? 
이젠, 예인(藝人) 장녹수라 불러다오!

공연은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등으로 불리어온 장녹수 캐릭터의 수식어에 ‘예인’을 덧붙이길 시도한다. 장녹수와 연산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진 문화 콘텐츠 속에서 장녹수가 ‘요부’로 그려져 온 것이 사실이라면, <궁:장녹수전>은 장녹수가 조선 최고의 예인(藝人)이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란 점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궁:장녹수전>에서는 장녹수와 연산의 관계 외 또 다른 인물로 ‘제안대군’을 등장시킨다.

전해지는 기록상 연산군과 장녹수의 첫 만남은 예종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에 즉위하지 못한 왕자 ‘제안대군’의 저택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제안대군의 가노비였던 장녹수는 출중한 기예로 저택을 찾은 연산의 눈에 들어 궁에 입궐 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제안대군’은 기예를 아끼는 풍류객으로 등장해 장녹수의 숨겨진 끼를 첫 눈에 알아보고, 그녀를 최고의 기녀로 키워내는 조력자로서 장녹수의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인물 관계도를 그려낸다.

공연 전반부, 가난하고 천한 노비출신의 장녹수가 스스로 기예를 익혀 기생이 되고, 왕에게 발탁되기까지의 신분 상승기는 조선의 신데렐라, 장녹수를 발랄하게 그려낸다. 공연 후반부, 입궐한 장녹수가 왕의 곤룡포를 제 몸에 걸치고, 내보이는 탐욕스러운 권력욕은 그녀가 조선의 ‘위험한’ 신데렐라였음을 여실히 담아낸다.

조선의 왕 중 가장 풍류를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왕 연산과 장녹수의 만남은 반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 결말로 끝이 났다. 공연은 ‘한 바탕 잘 놀았노라’ 연산과 장녹수의 허무한 비명을 마지막 선유락 놀이 장면 속에 아름답고 비극적인 풍류로 녹여내며 끝까지 한국적 흥, 풍류와 기예의 초점을 놓치지 않는다.

정혜진 안무가는 “처음, 장녹수라는 인물에 대한 부담감과 편견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찾아내 그려내는 일이 즐거웠다.”며, “역사적 맥락을 따르면서, 공연 안에서 인물의 당위성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고, 결국 장녹수가 예인(藝人)이라는 점, 그녀가 보여준 기예를 통해 찾아갈 수 있었다.”고 이번 공연의 ‘장녹수’ 캐릭터에 대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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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예인,
장녹수는 어떤 춤을 추었을까?

<궁:장녹수전>은 한국의 전통놀이와 기방문화, 궁 문화를 ‘장녹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자리에 모은다. 정월대보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등불춤과 함께 소담스런 서민 놀이문화를 흥겹게 펼친다. 프롤로그에서는 버나놀이, 콩주머니 던지기가 관객 참여로 진행된다. 백성들이 연산과 장녹수를 풍자하며 노는 ‘정업이 놀이’는 경기도당굿의 사람크기만한 허수아비 인형 ‘정업이’를 활용해 전통적인 놀이양식을 곁들여 창작했다.

기방에 들어가 본격적인 기생 수련에 몰두하는 장녹수는 기생들과 함께 장고를 둘러메고, 장단과 함께 빠른 춤사위가 어우러진 ‘장고춤’을 선사한다.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교방무’등 흔히 만날 수 없었던 ‘기방문화’가 펼쳐진다.

장녹수가 입궐하고, 궁에서는 궁녀들이 꽃을 들고 추는 춤, 화려한 ‘가인전목단’을 선보이며, 연산과 장녹수의 마지막 연회는 배를 타고 즐기는 연희 ‘선유락’으로 장식한다. 장녹수와 신하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대적하는 장면에서는 격렬한 북춤이 긴장감을 높인다. 대신들이 북을 들고, 삼고무 연주하듯 북채를 들고 휘두르는 장녹수의 몸짓은 대신과 장녹수의 드라마적 갈등관계를 강렬한 춤으로 장면화 한다. 권신들이 연산에 상소문을 올리기 시작하고, 긴 상소문들이 연산의 몸을 옭아매며 추는 군무는 소품의 활용과 영상 효과가 돋보이는 대표 장면이 될 것이다. 상소문으로 사용된 글자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의미에서 ‘한글’로 진행되며,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성근 화백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이성근 화백이 한 자 한자 그려낸 그림 같은 우리 글자는 영상을 통해 무대 위 우리 문화의 전통성을 더해 낼 것이다.

오경택 연출은 “한국 전통 무용극 장르인 <궁:장녹수전>을 연출하면서, 전통성을 살리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춤’이 중요하고,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드라마와 춤이 연결고리를 찾는 것. 춤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춤에 녹여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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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장녹수전
- 세련된 전통공연의 탄생! -

일자 : 2018.04.05(목) ~ 12.29(토)

시간
화-토 4시
일, 월 공연없음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VIP석 60,000원
R석 50,000원
S석 4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48개월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75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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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 제작극장, 정동극장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 ‘원각사’의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근현대 예술정신을 계승하며 1995년 개관하였다. 전통상설공연브랜드 「MISO:미소」(2000)을 론칭해 <춘향연가>,<배비장전>등 우리 고전을 무대화 한 전통공연을 선보였으며, <가온>,[전통ing],<련, 다시 피는 꽃>등 창작공연을 통해 전통공연의 대중화를 선도해 왔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경주와 MOU를 체결(2011), 경주사업소에서 <신국의 땅, 신라>,<찬기파랑가>,<바실라>등 제작 공연을 선보인 정동극장은 지역 문화 발전과 문화 관광 활성화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콘텐츠 개발 첫 사례 모델을 제시하며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 제작 극장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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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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