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잃어버린 여성들의 섹슈얼리티, 캐슬린 A. 브레호니의 <보스턴 결혼> [책]

부조리한 사회와 학대받는 여성들
글 입력 2018.10.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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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입니다.”



보스턴 결혼의 사전적 정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미국에 존재했던 여성 간 동거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로, 미국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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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결혼>은 사랑과 우정사이, 레즈비언들의 새로 쓰는 관계와 섹슈얼리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보스턴 결혼>에 실린 <보스턴 결혼을 회상하며>에서 저메인 그리어는 성녀/창녀 이분법을 가지고 섹슈얼리티를 설명했다. 나는 성녀/창녀의 이분법에 집중을 해보려고 한다. 여성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적으로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성녀/창녀의 이분법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사회의 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과거에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진행되었던 워마드발#나는창녀다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남성들이 자신들만의 기준을 만들어 조신하고 결함이 없는 깨끗한 여성은 “성녀”라고 지칭하고 그렇지 못한 여성은 성녀가 아닌 “창녀”라고 지칭하는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성녀/창녀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김치녀, 개념녀라는 단어들이 있다. 이 단어들은 일부 남성들이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명품백을 들고 다니거나 브랜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여자들에게는 소위 “김치녀”라는 단어를 붙이고 그렇지 않은 여자에게는 “개념녀”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명품을 사거나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주체적인 일이다.


타인이 그 사람의 삶에 관여하여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고 그런 단어들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다. 반면에, 명품을 사거나 비싼 커피를 마시는 남자들에게는 그런 단어가 붙여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특정 성별을 폄하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남성이 아닌 여성들에게 붙여져왔다. 여성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써왔던, 들어왔던 여성혐오적인 단어들은 사라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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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결혼을 회상하며>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성적 학대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일부 사람들은 여성들이 늦은 밤에 혼자 다니거나 노출이 있는 옷을 입으면 성폭력을 불러들이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피해자가 잘못해서 범죄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무조건적으로 가해자의 잘못인 성폭력을 피해자의 잘못으로 떠넘겨서는 안된다. 성폭력을 불러들이는 행동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도에 여성가족부에서 진행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라는 질문에 남성의 54.4%와여성의 44.1%가 맞다는 대답을 했다.


이어 “성폭력을 당한 여자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라는 질문에는 남성의 39.2%와 여성의 29.4%가 맞다는 대답을 했다. 성폭력 관련 인식을 묻는 22가지 질문 대부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심각한 “가부장적” 사고를 나타냈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의식이 피해 대상인 여성에게도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만큼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조심해야하고,성폭력이 피해자의 잘못이 되는 사회는 비정상적이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초래하고 있는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고, 성폭행을 당하고, 성희롱을 당하는 등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여성” 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평등과 불편함을 겪고 있다. 우리의 어머니부터 할머니까지 모든 여성들은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가해자들은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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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스턴 결혼을 회상하며>의 저자처럼 여성들의 잃어버린 섹슈얼리티를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가부장적인 마인드와 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여성혐오를 없애기 위해서는 여성혐오는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김현의 <질문 있습니다>을 읽고 기억에남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입니다.”라는 문장이다. 아무것도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 일것이다. 하지만 미스 김처럼 하나씩 바꿔나가면 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스 김은 이렇게 말했다. “한 여성단체에서오랜 세월 자원 활동을 하고 있고 그곳의 언니들이 남성인 저와 가부장제와 군사주의의 산물인 제 삶을 얼마나 근사하게 천천히 무한히 변화시켰는지 언제 어디서나 간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조리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정말 근사하고 멋진 일이다. 나는 ‘잠재적 방관자’였던 우리들이 미스 김처럼 변하길 바란다.



[차유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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