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창문넘어 어렴풋이

글 입력 2018.10.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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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은 꼭 엄마와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나오는 노래들보다 훨씬 더 엄마가 자주 접했던 노래들이기 때문에 엄마가 추억을 떠올리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엄마와 함께 즐기길 잘한 공연이었다. 60년대생들의 20대를 고스란히 녹여낸 공연이었기 때문에 엄마도 스스로의 20대의 시절을 회상하고 풋풋했던 기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리고 즐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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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창식과 정화의 사랑으로 시작된다.


승승장구 꿈을 이룰 창식과 그를 응원해주는 여자친구 정화. 둘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있는 행복한 커플이었다. 기분전환을 하자며 바다를 보러갔을때 물을 서로에게 뿌리는 장면은 정말 귀여웠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 둘은 완전히 변하게 된다. 창식은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었고 정화는 지치고 많이 차분해졌다. 그래서 조금은 건조했던 그 둘 사이에 혈기왕성한 개구쟁이 밴드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공간인  다방의 특성상 관객들이 다방에 온 손님이 되었고 배우들과 관객들이 소통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맨 앞자리에 앉으셨던 분을 다방 사장님이라고 재치있게 몰아가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면서 나도 맨 앞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이 잘 보이는 공연장이라서 그런지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과 아이컨택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래서 더 이 공연에 배우와 관객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느껴졌다.


또한 김창완님의 노래가 연기하는 장면에 어울리게 선곡이 됐기에 그 노래들을 더 잘 들을 수 있엇다. 심지어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개구쟁이는 원곡보다 더 신나서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쳤다. 그리고 호순이와 춘섭이가 너의 의미를 부르며 알콩달콩하게 썸을 타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사랑, 갈등, 우정을 나누면서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 공연은 끝이난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나이대가 정말로 다양했으며 그들은 각자 어떤 마음으로 이 공연을 봤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실제로 저렇게 밴드를 하셨던 관객들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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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결말이 너무 급작스럽게 맺어졌다는 것이 아쉬웠다. 창식이는 사고 이후로 정화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계속 한다. 스스로를 팔병신이라고 말하고 계속 사고 이후의 절망적인 마음만 남아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비하하고 창피해한다. 보면서 제일 짜증났던 부분은 종필이에게 정화가 사고가 나게 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것을 본 창식이가 남자애와 히히덕거린다고 정화에게 상처가 될 말을 아무렇지않게 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그 말들을 홧김에 한 말이고 창식이 스스로도 후회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해서 정당화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정화는 사고를 자기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창식이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화도 사고로 한쪽 귀가 안들리게 되었고 병원비 때문에 공장까지 다니고 있다. 정화 역시 몸부터 시작해서 상황까지 많은 것이 변했지만 꿋꿋하게 나아가려고 노력하는데 왜 창식이는 계속 그 자리에만 머무르고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심하게 말하는 창식이에게 소리한번 치지않고 모든걸 다 참는 정화의 모습도 역시 답답했다. 한번쯤은 속 시원하게 창식이의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소리치며 받아치는 당찬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소리치고 창식이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개구쟁이 밴드는 대회에 나가게 되고 결국 그 밴드가 잘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너무 급작스럽다는 것이다. 차라리 밴드가 친해지는 그 이야기를 조금 줄이고 마지막을 여유롭게 풀어나갔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스토리가 아쉽기는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 노래, 연주 실력은 훌륭했고 김창완님의 곡들과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신나하시는 모습에 더 뿌듯했고 엄마와 함께 즐긴 공연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가 엄마와 함께 다녔던 공연들은 주로 내가 관심있는 것들이어서 엄마의 흥미있는 분야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엄마의 20대를 추억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기때문에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어떤 공연이 엄마에게 흥미가 있을지 생각해보고 더 많은 문화 생활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을 보면서 부모님 세대의 추억, 김창완님의 순수하고 따뜻한 노래, 배우들의 솔직한 연기, 에너지 넘치는 노래와 악기 연주를 올 가을에 다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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