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오늘의 서울, 지하철 1호선

글 입력 2018.10.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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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대해 PREVIEW에서는 뉴트로라는 문화적 경향과 향수, 근 과거의 기록으로서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20년 전 서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왜 지금 다시 1998년도의 지하철 1호선이어야 했는지, 그럼에도 사람들이 찾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공연을 보며 궁금해졌다. 이전의 <지하철 1호선>에서 매력적이었던 점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때는 1998년, 한국의 현대사에서 뼈아픈 사건으로 남아있는 IMF 외환위기가 몰아친 시기였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직선제로 뽑은 두 번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OECD에 가입시키며 한국이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서는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겨주었었다. 하지만 국가재정이 파산위기에 이르며 IMF의 지원으로 위험을 겨우 면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사람들은 참담한 마음으로 빚을 갚아나가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론적으로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것이지만 현재도 좋지 않은 경제적 상황의 기준점을 IMF 외환위기로 놓고 생각할 만큼, 당시는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 사이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과거를 회상하며 뮤지컬을 보게 될 정도의 심적 여유도 생겼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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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의 시도로 서울은 문화 도시, 디자인 도시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팍팍한 삶의 현장으로 먼저 느껴지고 있다. 오랫동안 쌓이고 공유해온 사회적 인식에 더하여, 이미지 변신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서울은 발전하는 경제대국으로서의 대한민국에 발맞추어 그럴듯해 보이는 겉모습으로 아픈 속내를 가리고 있다.


이는 비단 수도인 서울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지내온 시간은 우리나라를 어떤 면에서는 풍족한 국가로 만들어주었지만 좀 더 사람냄새가 나는, 공동체를 위한 터전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사회계층 간 불평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소득 및 생활환경의 양극화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음이 그를 방증한다.

 

   

 

인간에 대한 시선



연출가의 말처럼 <지하철 1호선>을 시대에 대한 기록으로 바라보았을 때 극의 내용이 사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면, 시간은 흘렀어도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이 변하고도 변하지 않았던 것처럼 겉모습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와 그 정서를 연결하는 풍자와 해학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20년 전 2030세대였던 이들이 중장년층이 되어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무대 위 수많은 인물들에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들이 보였다. 사연을 가진 각자의 인물이 힘든 삶을 살아내려는 어쩔 수 없는 현실과 그 안에서 찾아낸 안타까운 긍정적인 모습들은 지금의 사람들과도 많이 닮아있었다. 실직한 가장, 가출 청소년, 노숙자, 매춘부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사람을 통해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충분히 느껴졌다. 마치 특정 인물에 큰 중점을 두지 않고 카메라 여러 대가 돌아가며 화면을 번갈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인간 군상을 그려내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여러 인물을 큰 차이 없이 고루 보여주었기 때문인지 감정선이 굵직하게 이어지지 않아서 극에 몰입하기 보다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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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998년인가



시대 배경을 그대로 1998년으로 설정하였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시를 회상하고 돌아보며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많은 공연을 한 바 있고 충분한 호응도 이끌어낸 <지하철 1호선>이, 왜 다시 20년 전의 이야기를 가져오는가. 뉴트로라는 문화적 경향과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면 이미 성공한 콘텐츠들이 많은데 20년 전의 연출과 이야기 그대로 돌아온 뮤지컬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대학로는 혜화동이라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인근 대학생의 젊음과 연극이라는 뚜렷한 지역성이 나타나는 곳이다. 연극을 통해 지난 세대와 젊은 세대의 교류가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그 숨결을 찾는 관객들이 드나든다는 장소성을 지닌다. 배우도 관객도 변하는데, ‘기록’이라는 순수한 의미로서만 공연을 보기에는 새로운 시도나 연출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극의 전개를 바꾸거나 큰 변화를 주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추억을 넘어 소통까지 염두에 두고 막이 오른 공연이었다면 더 많은 이들이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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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물 사이에서 주인공이자 관찰자로 등장한 선녀와 그녀를 실망시키는 제비는 이야기의 큰 축이었지만 둘의 만남은 짧은 몇 장면에 그쳤고 큰 공감도 불러일으키기 못한 채 어정쩡한(?) 새드엔딩을 맞았다. 두루두루 여러 삶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젊은 세대와의 소통 시도가 부족했던 점, 뚜렷한 감정선이 없었던 점 등은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공감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부족과 시대적 기록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해 2018년의 <지하철 1호선>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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