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늦덕이 그렇게 무섭다면서요? [음악]

글 입력 2018.10.0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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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동안 난 힙합에 빠져있었다. 이제껏 힙합을 싫어하던 건 아니었지만 별 생각 없이 살아오다가 요즘 들어 내 플레이리스트에 랩이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있으면 먹지만 굳이 찾아먹지 않던 음식이 갑자기 너무나 맛있게 느껴진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힙합 열풍의 시작이 무엇인지 거슬러 생각해보니 마미손의 소년점프가 떠올랐다.





마미손은 고무장갑 브랜드 ‘마미손’의 이름을 따와 특이하게도 고무장갑 색의 복면을 쓰고 활동하는 신인래퍼다.


오늘로부터 딱 3주전, ‘쇼미더머니 777’에 참가한 마미손이 탈락됨과 동시에 그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됐다. 방송에선 탈락되면 불구덩이 세트 속으로 떨어지는 데, 이 뮤직비디오에선 마미손이 가스레인지의 불 한가운데에서 등장하며 현재 약 1609만회 시청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아마 며칠 뒤에 조회수 2천만 회를 찍을 것 같다. 또한 쇼미더머니 심사위원들을 악당으로 지칭하고 오디션은 탈락했음에도 자신의 음악 인생을 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는 중독성 있는 가사는 쇼미더머니 참가부터 탈락, 뮤직비디오 업로드와 엄청난 인기까지 모두 계획된 것이라는 느낌을 주어 엄청난 경외감이 들어버린다. 이 뮤직비디오가 거의 하루에 100만회씩 시청 횟수가 늘어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건 노래가 중독적이면서 (음원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기도 했다) 그 속에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재치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두 다 알고 있겠지만 마미손은 쇼미더머니 5에 심사위원으로 나왔던 매드클라운이다.


이미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심지어 그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까지 했던 매드클라운이 복면을 쓰고 다른 이름으로 출연을 한 것이다.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의 화제성을 위해. ‘이것이 마케팅이다’라는 댓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시리즈 초반보다는 덜하다고 해도 언제나 높은 화제성으로 수많은 래퍼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쇼미더머니다. 전 심사위원이 참가해 아마도 일부러 가사를 절고(방송 전에 찍어둔 뮤직비디오에 김치를 ‘절이는’ 장면이 있는 걸 보고 예측) 쇼미더머니를 소년점프 PR용으로 사용한 건 그 방송을 농락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대담하다. 이번 심사위원들 싸이퍼 영상보다 조회수가 몇 배가 차이나는 걸 보면 정말 악당들을 무찌른 것 같은 통쾌함까지 든다.

 

이렇게 마미손에게 중독되어 소년점프 뮤직비디오를 한 50번 쯤 보다보니 유튜브 연관동영상에 힙합 관련 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재밌게 봤던 건 'NunReacts‘다. 수녀복장을 한 외국인이 한국 힙합 영상을 보고 리액션을 하는 건데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면 물건을 부수고 옆 사람의 옷을 찢을 정도로 리액션이 강하고 재밌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리액션을 고르자면 타블로&MYK의 취중 프리스타일 랩이다.





I'm presidential when I flow, it ain't hard to tell I Ba-rock the show O ba maself. 이 부분에서 힙합에 빠져버린 것 같다. 이 문장을 위해 이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타블로가 리메이크한 태양의 ‘눈,코,입’의 리액션 영상도 봤다. 이 또한 언어유희와 라임으로 가득한데, 'They say that time flies but you keep breakin' its wings' 부분은 정말 엄청나다. 타블로는 힙합을 전공 살려서 문학적으로 하시는 분 같다.

 

힙합에 빠져버린 나는 요즘 인기 있는 힙합을 찾기 위해 멜론에 들어갔다. 그리고 ‘FLEX’와 만나게 되었다. 똑같은 비트인데 벌스를 맡은 3명이 모두 자신의 개성대로 박자를 사용하고 가사와 음을 만든다는 게 신기하다.





랩메이킹은 작사와는 다른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자를 쪼개고 라임을 넣는 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한 작업이 아닌 건 확실하다. 힙합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알아갈 앞으로가 기대된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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