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임음악,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제2회 게임음악 콘서트> [게임]

게임문화 공감대 형성 및 인식개선을 위한 제2회 게임음악 콘서트
글 입력 2018.10.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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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게임문화 공감대 형성 및 인식개선을 위한 ‘제2회 게임음악 콘서트’가 열렸다. 단순히 게임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가 아니었다. 오케스트라가 게임음악을 연주하는, 조금은 이질적인 모습의 콘서트였다. 탁 트인 공원에서 게이머뿐만 아니라, 공원을 산책하다가 호기심에 콘서트에 참여한 사람들도 함께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넥슨 총 4개의 게임 제작사가 함께 만들어 간 게임음악 콘서트에서는 어떤 예술이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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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네코드 / 사진 : 박선용]


*스마일게이트

테일즈런너 ( Run, Run, Run / Fantasy Tale )

소울워커 ( 잔디이불캠프 / Main Thema )

 

*NCSOFT

블레이드 앤 소울 ( 자작나무 숲 / 바람이 잠든 곳(황후의 노래) )

리니지2 ( Swear Fealty to the king / 운명의 부름)

 

*네오위즈

DJ MAX ( 고백, 꽃, 늑대 / 바람에게 부탁해 / Another Day / Far East Princess )

 

*넥슨

광개토대왕 ( 달빛연가 )

던전앤파이터 ( Leshphon )

메이플블리츠 (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 )

메이플스토리 ( The Tune of The Azure Light )

 




테일즈런너 ( Run Run Run / Fantasy tale )


90년대 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달리기 게임 테일즈런너. 환상의 나라에서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해 달리는 스토리의 게임이다. 테일즈런너는 당시의 레이싱 게임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게임이었다. 대부분 레이싱게임은 자동차(카트)를 타고 경주를 했다. 테일즈런너는 차 대신 두 다리로 승부하는 차별화를 두었다. 자동차를 튜닝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재미는 느낄 수 없지만, 두 다리로만 할 수 있는 기술(점프, 분노)로 그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일러스트는 동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게임은 꽤 오래했지만, 테일즈런너의 음악은 생소하다. 테일즈 런너의 음악은 신나고 경쾌한 음악들이 대부분이라 오케스트라에는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게임을 하지 않은 공백이 큰 걸까,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게 정말 테일즈런너의 음악인가 의아해 했다. 첫 번째 연주는 Run, Run, Run. 알고보니 테일즈런너의 대표맵 허들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이 음악은 인게임과 오케스트라의 편곡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인게임에서는 이 음악을 들으면 어디론가 달려야 하는 신나고 경쾌한 느낌의 곡이다. 오케스트라 편곡은 신나지만, 보다 부드럽고 웅장하게 들렸다. 오케스트라의 특성상 원곡에 웅장함이 더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나는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처음에는 바이올린 선율로 멜로디를 연주하고, 그다음에는 목관악기가 더해져 현악기와 멜로디를 함께 연주한다. 처음에는 높고 얇은 멜로디에서 낮고 굵은 멜로디로 완성이 되었다.

 

그 다음 곡은 테일즈런너의 ost에 수록된 Fantasy tale. 원곡은 90년대 애니메이션의 ost같은 디스코의 음악으로, 동화에서 볼법한 가사로 이뤄졌다. 오케스트라의 편곡은 좀더 차분한 분위기였다. 클라리넷과 목소리가 어울어져 멜로디를 연주했다.

 


내가 당신곁에서 손을 잡아줄게요

다시 돌아와 나를 품에 안길 바래요

부탁할게요 또 울지마요 함께 숨쉬는

나를 기억해줘요 나의 손을 잡아요

그대 곁에 영원히 Fantasy Tale Fantasy

Tale Fantasy Tale Fantasy Tale


    

   


소울워커 ( 잔디이불캠프 / Main Thema )


소울워커는 해본 적 없지만, 소울워커의 음악은 종종 듣곤 했다. 그중에서 ‘Main Thema’를 가장 좋아했다. 이계의 생명체에 맞서 싸우는 신인류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게임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어딘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로, 계속 듣다 보면 허무감마저 들기도 한다. 마냥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싫어하는 나는 이 음악을 좋아한다. 전쟁 가운데서 어떻게 마냥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가? 나는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 무력감에 음악을 들는다. 이 음악을 들으면 위로가 된다.

 

오케스트라의 편곡도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원곡보다는 조금 느린 템포로 이 곡의 차분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피아노의 도입부가 가장 아름다웠다. 피아노의 소리가 크게 들려서 인가, 피아노만으로도 무대가 꽉 찼다. 조금씩 악기가 차례로 등장했고,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바이올린의 선율이 이 음악의 분위기를 구슬프게 만들었다. 감정적이지만,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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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이불캠프 일러스트


Main Thema 와 비슷한 분위기의 잔디 이불 캠프. 잔디를 이불삼아 잠을 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되어버린 잔디 이불 캠프의 황폐함을 나타내는 곡이다. 바이올린 선율로 슬픔을 극대화시킨다. 그 아래에 낮은 음이 멜로디를 받치고 있어 따뜻함을 표현하고 있다. 

   



블레이드 앤 소울 ( 자작 나무 숲 / 바람이 잠든 곳(황후의 노래) )


아침 새소리와 함께 들리는 블래이드 앤 소울의 자작나무숲. 오케스트라의 연주이지만, 국악처럼 들린다. 게임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동양의 색채를 머금고 있다. 오케스트라 말고 국악으로도 편곡을 한다면 어울릴만한 곡이다. 작년에 열린 게임 국악 음악 콘서트에서도 국악으로 편곡되었다.

 

바람이 잠든 곳. 콘서트에 가기 전에 한 번 들었던 노래이다. 원곡에선 동양적 분위기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슬픔을 나타낸다. 오케스트라의 편곡도 슬픔 느낌을 담고 있었다. 다만, 허스키한 목소리 대신 성악가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원곡보다 빠른 템포이지만, 슬픈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리니지2 (swear fealty to the king / 운명의 부름 )

 

리니지2는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게임이다. 나에게 리니지2란 어른들이 하는 게임이라고 머리에 박혀있다. 리니지2 음악을 잘 몰랐지만,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으니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 왕(성주)께 충성을 맹세하는걸 표현한 곡이다. 평화, 웅장함이 잘 표현되었다.

 

운명의 부름. 이 음악은 제목이 뜻하듯, 리니지2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음악이다. 모든 게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운명’. 영웅은 운명에 따라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 곡은 클래식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케스트라에 적합한 곡이었다. 처음에 바이올린 선율이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하고, 이어서 웅장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였다. 리니지2의 음악은 유럽 중세 판타지 영화에서 나왔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곡이다.

   

 


DJ MAX RESPECT (고백, 꽃, 늑대 / 바람에게 부탁해 / Another Day / Far East Princess )

   

DJ MAX 시리즈는 음악 콘서트에서 유일한 음악 리듬게임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게임사와 다르게 한 게임에서 총 4곡을 선보였다.



   



첫 번째 곡은 고백, 꽃 늑대였다. 소년이 소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늑대를 죽이고 꽃을 찾는 이야기이다. 원래는 가사가 있는 노래지만, 오케스트라 편곡에서는 악기만 연주했다. 슬픈 이야기가 아님에도 슬픈 분위기의 곡이다. 처음에 나오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소리가 차분하고 우울하게 들렸다. 비주얼아티스트 D의 작화가 삽입된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면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온 ‘바람에게 부탁해’가 이어졌다. 아직도 유튜브에서 이 노래를 그리워하는 댓글이 많이 보인다. 원곡에서는 피아노 도입부가 귀를 사로잡고, 어쿠스틱 기타가 노래의 경쾌함을 더한다. 오케스트라 편곡에서는 목관악기가 피아노를 대신하여 도입부를 연주하고, 이어서 드럼이 경쾌함을 담당한다. 자칫하면 쳐질수 있는 곡이지만, 드럼으로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


내가 게임 음악에 빠지기 시작한 건 바로 넥슨 게임을 하면서다. 넥슨은 한국에서 게임 음악 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회사가 아닐까. 테일즈위버, 라테일, 메이플스토리 등 게임 음악으로 손꼽힐만한 게임들이 바로 넥슨에서 시작되었다. (studio EIM) 원래는 외주를 받았지만, 지금은 넥슨의 브랜드 NECORD(네코드: NEXON + RECORD) 라는 독자적인 음악팀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게임음악 콘서트에서는 넥슨의 저력이 드러났다. 예전부터 꾸준히 음악 분야에 투자했던 것이 빛이 이번 콘서트에서 빛을 발했다. 음악 제작뿐만 아니라, 넥슨은 이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재즈 미니 콘서트, 라이브, 네코제, 편곡과 최근에는 유명 가수와의 콜라보 등 게임 음악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네코드에 소속된 아티스트도 네코드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싱어송라이터 은토가 대표적이다. 내가 은토를 알게 된 건 클로저스 테마곡을 통해서다. ‘자각몽, Adieu, Inferno 등 캐릭터에 맞는 가사를 작사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그게 바로 ‘은토’였다. 매력적인 목소리, 뛰어난 곡 해석능력과 작사, 작곡 능력으로 은토에게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도 은토를 보기 위해 무작정 찾아갔다.

 

   


광개토대왕 ( 달빛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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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네코드 / 사진 : 박선용]


은토가 부른 달빛연가. 은토의 청아한 목소리가 애절함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원곡이 원래 오케스트라로 구성되어있어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라이브로 들었다는게 가장 좋았다. 넥슨 음악은 오케스트라 버전을 많이 들어서 라이브로 음악을 듣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사극 게임답게 약간의 동양풍의 분위기를 내뿜는다.




던전 앤 파이터 ( Leshphon )

   

출처 : 던파TV / [던파OST] 레쉬폰(Leshphon) M/V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큰 수확은 Leshphon을 알게된 것이다. Leshphon은 던전앤파이터에서 유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이다. 이 곡은 던전앤파이터 10주년 기념으로 발매된 오케스트라 앨범 10번 트랙으로 삽입되었고, 체코국립교향악단이 연주했다. Leshphon 이라는 곡을 콘서트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건 꼭 다른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곡이다. 평화로운 마을이었지만, 전염병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고통의 마을 레시폰의 음울한 분위기를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연주한다. 피아노 전주가 시작될 때부터 슬픈 분위기가 깔린다. 그 위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슬픔이 쌓여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비극을 만들어낸다.

    



메이플블리츠X (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 )


메이플블리츠X에서 발매된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 검은마법사의 저주로 수 백년 동안 얼음에 갇혀 있다가 홀로 잠에서 깨어, 아무도 없는 낯선 풍경을 슬퍼하는 메르세데스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눈을 떠보니, 다른 세상.

오랜 시간을 잠들었네.

멈춰버린 계절이

꿈을 꾸듯 흐르네.

 

문이 열리면, 낯선 겨울.

문득 하늘을 올려보네.

봄을 닮은 바람이

무거워진 나를 밀어주네.

 

긴 겨울 끝에

눈 녹아나듯

봄바람 실어

내 마음 실어

너에게 가네.

 

햇살이 물든

한아름 꽃에

너의 노랠 피워

바람에 전해줄래.


 

  


메이플스토리 ( The Tune of the Azure Light )

   

출처 : 네코드뮤직 / ASTERIA - The Tune of The Azure Light [MapleStory Symphony in Budapest]



게임음악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The Tune of the Azure Light.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돋보였던 곡이다. 내가 가장 기대한 곡이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먼저 공개된 곡이고, 여러 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연주된 곡이라 다른 곡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던 적막한 숲에서, 신비한 빛을 따라 부끄럼쟁이 정령들을 하나둘 만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곡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먼저 접했는데, 이 곡은 죽기 전에 꼭 라이브로 듣고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염원이 게임음악 콘서트에서 이루어졌다. 음원과 라이브의 차이, 사람들이 왜 라이브에 열광하는지를 깨달았던 곡이다. 지금도 그때 들었던 여운이 남아있다. 오케스트라버전 이외에도 Gleam 버전이 따로 있다.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곡으로 오케스트라버전과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

  

게임과 음악 그 둘은 떼어 놓을 수 없다. 게임 음악은 단순히 청각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답게, 게임을 보다 게임답게 만드는, 게임과 현실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 가상 세계로 가는 길에 현실성을 더해주는 게 바로 게임음악이다. 게임에 음악을 더하여 비로소 게임은 종합예술이 된다.

     

아직도 한국에서 게임은 시간 낭비, 안 좋은 거라는 인식으로 바라본다. 공부하기 싫어서 게임 한다, 게임을 하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등, 게임의 겉만 보고 판단한다.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성취하고, 현실을 떠나 새로운 것을 즐길수도 있다. 어쩌면 게임은 우리의 욕망, 현실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입견을 버리고 바라본다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종합예술이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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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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