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공간의 이야기] 1-2. 광화문

글 입력 2018.10.0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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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지난 번 공기에서는 광화문이 가진 역사와 그에서 비롯한 장소성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광화문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고 누구나 서울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이미지로 많은 표를 받을 곳이라는 것, 또한 소리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는 글을 썼다. 이번 <공기>에서는 지금의 광화문에 주목하여 광장문화와 곧 확장되는 광화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과거와 조금 달라진 현재의 광화문은 2030세대에게 어떻게 느껴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지 약간의 추측도 곁들여 지금의 공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Contents


3.

Now and Here

광화문의 봄

2030 트렌드 중심지로의 변화

   

4.

당신의 광화문

광화문 광장

광화문의 내일


 

 

 

3. Now and Here

_광화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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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광화문 촛불집회

 


광화문은 최근 몇 년 사이 트렌드 중심지로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뚜렷한 장소성을 지녀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핫플레이스’의 수준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점차 다른 인식으로 광화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일상에서도 문득 느껴질 때가 있다. 최근의 이러한 분위기는 2016년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짙어졌다. 이전의 촛불집회는 특정 연령층이나 사회계층을 중심으로 모여 진행되는, 더 무겁고 정치적인 색이 짙었다면 재작년의 경우는 그와 달랐다.


국민적 이슈에 모두가 함께 분노하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자 찾은 광장이었지만, 현장에 몇 번 가보며 느낀 바로도 당시의 광화문은 축제의 장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시위하면 생각나는 전통적인 관문과도 같았던 경찰 병력과의 대치는 격려와 인사로 바뀌어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곳곳의 먹거리 포장마차와 매번 진행되던 가수 초청은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도 했다. 축제같은 분위기의 촛불집회가 지닌 순기능 덕에 대다수의 집회는 시민들이 평화롭게 뜻을 모으는 흔치않은 화합의 장이 되었다. 이들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만 광화문을 찾는 것도 아니었다.

 

 

 

_2030 트렌드 중심지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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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종로한복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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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워카페 KUKKA

 


본래 광화문에는 여러 신문사와 증권회사들이 몰려있고, 서울시청이 자리하고 있어 업무지구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곳이었다. 광장의 연장선상에 쭉 뻗은 대로가 이곳이 서울의 중심이라고 말해주듯 유명 언론사와 호텔, 문화시설까지 들어선 광화문은 보기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위해 건물을 나서는 직장인들이 있고 주말이면 궁을 보기 위해 걷다가 청계천으로까지 걸어가는 시민들은 빌딩 숲에서 먹거리와 문화를 꾸준히 찾아 즐기려하고 있었다. 광화문 특유의 분위기를 선호해서인지 서촌과 경복궁이 주는 도심속 고즈넉한 동네와 인접한 때문인지 점차 입소문을 타던 광화문은 데이트 장소로도 떠올랐다.


촛불집회 당시 여러 사람들이 광화문을 데이트나 만남의 장소로 찾은 것도 이와 어느 정도 관련성을 지니리라 생각한다. 도심 속 여유를 찾아 곳곳의 맛집과 카페를 다니고, 청계천이라는 수(水)공간이 더해주는 낭만을 즐긴 뒤 참여하는 집회는 광화문을 단순히 업무지구로서 뿐만 아니라 괜찮은 방문지로서의 인상도 지니게 했다. 공장 지대의 변신이 시작되고 있는 성수동이나, 주택가의 소소하지만 어딘지 세련된 느낌을 주는 연희동, 성공적인 경의선 숲길 재생을 통한 상권 회복으로 떠오른 연남동과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는 아니지만 특유의 분위기를 장점으로 사람들을 얼마나 더 오가게 할 것인지 앞으로의 광화문이 궁금해진다.


최근 강남의 오피스나 청담동의 디자인 편집샵 등이 일부 광화문으로 옮겨오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불어넣을 공간의 에너지는 어떤 분위기를 자아낼지도 함께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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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당신의 광화문

_광화문 광장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업무지구와 집회장소라는 장소성을 지녀 트렌드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광화문에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존재한다. 직장이든, 책을 보러가든, 친구나 연인을 만나러가기 위해서든 당신은 광화문이자 ‘광장’인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결핍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광장이지만 광장같지 않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그 느낌이 대체 무엇에서 온 것일지 생각하고 이내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카페로 향할지도 모른다. 어색함에서 오는 답답함으로 책을 몇권 펼쳐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유럽의 광장문화를 동경하고 있으며, 광화문이 광장스러운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글이 있었다. 광장스러운 공간은 무엇이고 광장이지만 광장스러운 공간이 아니라니?

      

광장은 기본적으로 아무런 목적이 없이 시민들에게 늘 개방된 공간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진 곳이라는 의미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서울의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여유와 휴식이 묻어나기 보다는 정치적 목적성이 더 뚜렷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여유를 즐기고 싶은 시민들은 온전히 휴식을 즐기지 못하고 저편에서 피켓을 들고 서명을 받으러 나온 몇몇 단체들을 마주하거나 행렬에 시야가 가로막힌다. 모두를 위한 광장은 때로 이러한 이유들로 다른 목적이 본래의 기능에 우선되어 유럽의 광장과 같은-이를 테면 산마르코 광장, 트라팔가 광장-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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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팔가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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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마르코 광장

 
 

이는 건축적인 이유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땅이 좁지만 먼저 들어선 상업적 목적의 건물들 다음으로 광장이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유럽은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광장과 주변건물의 배치가 우리나라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형성되어 있지 않아 앞이나 양옆이 크게 뻥 뚫려 대로와 만나는 시청앞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은 ‘광장스러운 광장’이 되기 더욱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다.


2009년에 야심차게 조성되어 한차례 붐을 일으켰다가 다시 한번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확장 계획은, 그래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현재 크기의 4배를 확대하여 자하문로부터 효자로까지 2.5km에 이르는 자전거 특화지구 조성계획도 병행하여 약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 교통대란을 우려하고 주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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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장 후 광화문의 모습

 

 

     

_광화문의 내일



확장을 이어간다고 해도,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광화문에 변화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시민에게 목적없이 내어주는 공간으로서 어색하지 않게 야외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이자 일상의 휴식 공간으로 방향성을 확고히 하여 보다 광장스러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도시계획의 한계 안에 광화문 광장을 두지 않고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개인의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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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2018 트렌드 노트, 북스톤(2017)






[공기: 공간의 이야기] 1. 광화문을 여기서 마칩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공기는 어땠나요?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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