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일상여행 [여행]

글 입력 2018.10.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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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동네 놀이터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친구가 한숨을 푹 쉬며 내뱉은 말이다. 이유를 묻자 다른 애들은 유럽여행이며 일본여행이며 잘만 다니는데, 자신은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을 다녀올 시간도 돈도 없다는 것이다. 새벽 알바까지 해가며 열심히 사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웠지만,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뻔한 위로와 함께 나중을 기약하며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 대한 불만, 아르바이트 중에 만난 진상 손님에 대한 얘기 등 여느 때처럼 서로 신세한탄을 하다 결국 이야기의 주제는 다시 '여행' 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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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반복되는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반복'이 주는 억압과 무료함이 우리로 하여금 자유를 원하게 하고, 낯설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욕구를 갖게 한다. 여행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행을 떠난 모두가 동시에 느끼는 건 낯선 곳에서, 그리고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생활에서 오는 '자유'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로움이 여행의 매력이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찬미하게 하는 그의 힘으로 꼽힌다. 물론 여행을 가느냐 못 가느냐가 절대적인 행복의 기준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건 여행은 결과적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가끔은 한 발짝 떨어진 타자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그동안 사회적 '역할놀이'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살아가는데 회의감이 들거나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여행을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평소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여유를 갖고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문제는 해결하기 더 수월해진다. 마치 시험공부를 할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한숨 자고 일어나거나 잠깐 밖에서 머리를 식히고 들어오면 더 잘 풀리는 것과 같이.


그렇다면 친구와 나는 과연 여행을 떠나기로 했을까. 그렇다. 감사하게도 아트인사이트에서 '베세토 페스티벌' 문화초대를 향유할 수 있게 되어 겸사겸사 광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9월 말부터 들뜬 마음으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계획을 모두 짜고 나니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내일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우리였는데, 10월 말까지 언제 기다리지?" 하는 걱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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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고전적이고 뻔한 말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차피 광주 여행은 멀었고, 우리는 계속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니 지금, 여기서 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거다. 내일, 그리고 또 모레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하루하루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탐색하려는 습관을 가지면 우리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일상의 여행자가 될 수 있다. 나는 몇 가지 상황을 대비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좀 더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매뉴얼들을 노트에 적어보았다.



- 학교,집,학교 또는 회사,집,회사의 반복되는 패턴이 지겹다면,


: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진 날에는 지옥철을 피해 버스를 타고 여유롭게 창밖 풍경을 보며 이동하기,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다른 노선의 버스 이용해보기. 바쁜 아침시간이 부담스럽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서 내리거나, 내친김에 종점에서 내려 집까지 천천히 걸어가 보자.



-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아 머리가 아프고, 지친다면,

 

: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카페에 가만히 자리 잡고 앉아 멍 때리기. 마음이 진정된 후엔 카페를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해보자.



- 의욕도 안 생기고, 사는 게 재미없다면,


: 그럴 땐 주변 환경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인간의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므로.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울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간단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스티커, 장식 등을 사와서 집을 한번 꾸며보자. 어쩌면 의욕 고취와 함께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 사람들에 치이고 치여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다면,


: 나만의 케렌시아(안식처)를 만들어보자. 단골 카페나 동네의 작은 서점이어도 괜찮고, 아니면 전혀 가보지 못한 새로운 동네의 새로운 장소도 괜찮다.



시간과 돈이 없어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일상 여행을 추천한다. 단 몇 분이라도 역할놀이를 멈추고 나의 세상을 여행자로서 바라보려고 노력해볼 것. 쉽진 않겠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습관화하면 자연히 여유와 자존감은 뒤따라 올 것이다. 제대로 내면에 집중하고 휴식을 취할 줄 안다면 일의 능률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여행자는 비행기를 타고 먼 타지에 가는 사람만이 여행자가 아니다.


일상을 새롭게 보려는 시선과 상상력, 그리고 여행자가 되기 위한 의지만 있다면 당신은 이미 여행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자신만의 일상 여행 매뉴얼을 만들어보도록 하자.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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