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2주의 발견 - 9월 3-4주

로이킴, 슬기X신비X청하X소연, 이채언루트, 죠지, 스웨덴세탁소
글 입력 2018.10.0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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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에서는 2주동안 발매된 신곡 중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지나치기 아까운 곡들을 꼽아보고 있습니다.
9월의 3-4주에는 어떤 곡들이 청음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로이킴 - 우리 그만하자
#이별 #그리움 #로이킴 #가을발라드 #후벼파는마음





쓸쓸함은 로이킴이요 로이킴은 쓸쓸함이다. 이 말은 요즘의 차트를 꽤 잘 설명한다. 이별 발라드의 계절, 쓸쓸한 가을이 돌아오자 임창정, 로이킴 등 발라더들의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가 차트 상위권을 맴돌고 있다. 추위가 엄습하던 지난 2월, 로이킴은 '그 때 헤어지면 돼'로 겨울 막바지의 감성을 한껏 치켜올리더니 이제는 공기가 차가워짐과 동시에 다시 이별 노래로 가슴을 후벼판다. 데뷔가 봄봄봄인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우리 그만하자'는 로이킴의 자작곡이며, 편곡은 정준일, 박원, 노리플라이 등과 함께 작업하는 권영찬이 담당했다. 코드를 옮기는 소리가 선명히 들리는 어쿠스틱 기타와 서정적인 피아노에서 시작해서 곡이 진행되며 스트링, 밴드 사운드가 쌓이고, 자연스럽게 감정도 고조된다. 아련하게 울리는 간주의 기타 사운드, 후주에서 로이킴의 애드리브와 함께 폭발하는 스트링과 밴드의 연주가 내가 꼽는 포인트. 처음 로이킴의 목소리는 올드하다거나 너무 고전적이라는 이유로 호불호가 갈렸었다. 깊고 진한 울림이 즐거운 노래를 만나니 산울림이라든지 송창식 같다고나 할까. (물론 이들은 훨씬 거장이고, 그것이 더 문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첫 앨범에서 쓸쓸한 감정이 돋보이는 발라드보다는 밝은 포크로 접근했던 탓이다.

음악을 들으며 기억 왜곡을 하는 것은 일상이다. 흰 계열의 하복 셔츠 차림의 아련한 첫사랑을 조작한다든지 떡볶이 코트가 잘 어울리던 그 사람을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것. '그 때 헤어지면 돼'의 로이킴이 아슬아슬 줄의 끝을 잡고 있었다면 '우리 그만하자'의 그는 결국 툭하고 줄을 놓아버리고 그 힘에 못이겨 몇 발자국 뒷걸음질을 친다. 이 감정으로 올 가을에는 이 곡을 들으면서 몇 번이나 이별할 예정이다. 바람은 차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하염없이 걷고 싶다면. 뮤직비디오 속의 주인공처럼 감정을 잡고 싶다면 이 곡을 추천한다. 절대, 경험담은 아니다.



슬기X신비X청하X소연 - Wow Thing
#걸그룹3세대 #댄스 #이조합찬성일세





소속사의 경계를 넘어선 콜라보레이션이 유행이 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STATION을 통해 다양한 타 소속사 가수들과의 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3세대 걸그룹의 대표주자들을 한 데 모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레드벨벳의 슬기, 여자친구의 신비, (여자)아이들의 소연, 그리고 청하가 함께 곡을 발표했다.

이는 매주 새로운 곡을 선보이는 SM STATION과 SKT의 콜라보레이션, [STATION X 0]의 결과물이다. 최근 SKT는 1020 세대를 대상으로 한 요금제 0을 발표하면서 요금제의 자유롭고 당찬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멜로망스와 태연이 함께 작업한 'Page 0', 백현X로꼬, 찬열X세훈 모두 이 작업의 일환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이 세상, 이제부터 내가 그릴 수 있는 세계' 라든지 '시계를 보니 0시 00분'이라든지, '시작해 꿈꿔 왔던 날 만나게 될 Wow thing' 같은 가사들은 보다 직관적으로 1020들에게 주체 행위 가능성의 메세지를 심어준다. 좋게 말하면 활력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다소 나이브하게 에너지만 넘친다.

태연과 멜로망스의 'Page 0'의 경우, 지나치게 대놓고 새로운 통신사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서 잘 듣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독 슬기X신비X청하X소연 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것은 이들이 보여주는 묘한 시너지 때문이다. 분명히 같은 춤을 추고 있는데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하게 다르다. 슬기는 강약조절의 차이가 커서 절도있게 느껴지고, 소연은 전반적으로 파워풀하며, 신비는 가장 깔끔하고 무난하고, 청하는 표정 연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이들이 한 그룹처럼 매끄럽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어딘지 모를 어색함이 화면 너머로도 조금씩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좋은 것은 첫째, 뮤직비디오에서 네 명의 걸그룹 보컬, 래퍼, 댄서들이 한 데 모여 웃지 않는 대신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는 점과 둘째, 진취적인 브라스와 코러스로 꽉 채운 음악이 네 명이 각 그룹 혹은 솔로 활동 때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이미지를 재조명하기 때문이다. 가끔 이렇게 모여서 센 음악을 더 많이 들려주고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좋겠다.



이채언루트 - 길모퉁이
#바이올린과베이스 #기묘 #분위기깡패 #재즈





길 위에 있는 이채라는 뜻의 이채언루트(Echae en Route)는 바이올리니스트 싱어송라이터 강이채와 베이시스트 권오경으로 구성된 혼성 듀오다. 보컬이나 멜로디 구성은 강이채가 담당하고, 그 기반이 되는 베이스는 권오경이 담당한다. 2015년 EP 앨범 <Madeline>으로 데뷔했다. 당시 이채언루트는 바이올린과 베이스의 혼성 듀오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채언루트 음악 특유의 아슬아슬한 불안함과 묘한 화음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길모퉁이'는 [Echae en Route]는 이채언루트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곡으로 길모퉁이에 서서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고 생각하는 이야기다. 노래는 길모퉁이를 돌자마자 마주치는 사람처럼 갑작스럽게 시작한다. 허스키한 강이채의 목소리는 곡을 전개해가는 저음의 벌스에서 특히 매력적이다. 이내 더해지는 코러스는 강이채의 음악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일렉트로니카와 재즈의 사이 화음을 들려준다.  굉장히 간단한 구성인데 어딘가 왜곡된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리만큼 깊어서 현실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이채언루트가 음악을 구성할 때 베이스, 바이올린, 강이채의 목소리 이외의 것들을 최대한 통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순함에서 오는 왜곡인 것 같기도 하다.

두드러지지 않는 베이스와 어디서든 존재를 드러내는 바이올린의 만남. 그렇게, 가장 바닥에서부터 베이스가 곡의 분위기를 만들면 핑거링으로 바이올린을 튕기는 사운드와 바이올린 연주가 합쳐져 묘하게 위태롭고 더없이 매혹적인 곡이 완성된다. 묻히는 것이 운명인 베이스와 튀는 것이 운명인 바이올린, 두 현악기로 만들어낼 이채언루트의 음악을 기대한다.



죠지 - 오랜만에
#시티팝 #근데한국어 #김현철리메이크 #믿고듣는네이버온스테이지





올 해 여름 한국은 시티팝 열풍이었다. 유빈의 '숙녀'(이 곡은 정말이지 저평가되었다)가 갑자기 불러일으킨 시티팝 논쟁은 나를 시티팝의 세계로 데려갔다. 시티팝은 1970-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음악 장르로 도시의 밤 느낌이다. "미묘하고 세련된 화성, 고급스러운 편곡, 청량감 있는 선율"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애매한 말로 설명하느니, 차라리 "화려한 도시의 밤을 지날 때 차 안막히는 도로에서 드라이브하는 기분의 음악"이라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 조금씩 들뜨는 기분, 내일 아침은 생각하지 않는 그런 밤.

시티팝은 이미 2017년부터 대세의 반열에 오르며 스멀스멀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던 중이었다. EXID의 '낮보다는 밤'이나 윤종신의 'Welcome Summer'에도 시티팝이 담겨있다. 그리고 올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티팝'이라는 단어를 어디서든 한 번 스쳤을 것이다. 좋아하는 시티팝 곡은 나중에 다시 소개하는 걸로 하고.. 지금은 죠지의 '오랜만에'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 곡은 '디깅클럽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매된 리메이크 곡이다. 원곡은 김현철의 곡으로 1989년에 발매되었다.

디깅클럽서울은 주목받아 마땅한, 시대를 앞선 음악의 재조명을 모토로 시대를 앞서간 20세기의 음악을 21세기 뮤지션 5팀이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다. 네이버 문화재단이 주관하며, 온스테이지에 오르는 뮤지션들이 리메이크의 주체가 된다. 한국 시티팝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김현철의 '오랜만에'가 첫 리메이크 대상이었다.

죠지는 'Boat', '하려고해고백' 등으로 세련된 알앤비 음악을 들려준 아티스트로, 목소리에 적당히 섞여있는 비음은 설레는 시티팝의 기분을 한껏 살려준다. 한국어로 된 시티팝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면 시작은 죠지의 '오랜만에'부터.



스웨덴세탁소 - 그 여름
#발랄함에볼빨간사춘기라면 #우울함에는스웨덴세탁소





9월 21일, 가을의 한가운데서 생각하는 '그 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 같은 시간이다. "눈부셨던 그 여름처럼 뜨거웠던 마음도 이젠 늦어버린걸까" 노래하는 가을 한 복판의 스웨덴세탁소는 무척 아리고 어리다. 스웨덴세탁소의 노래는 울기 직전에 뱉어내는 사람의 진심 같다. 그래서 어떨 때에는 듣기 힘들 정도로 슬프고 아프다. 이 노래는 여름마다 생각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슬퍼한다.

계절을 닮은 사람, 계절을 담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인 동시에 참 잔인한 일이다. 시간, 시기, 계절만큼 정확히 돌아오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 맘때면 생각나는 사람 혹은 그 때를 생각하면 같이 떠오르는 사람은 좀처럼 잊기도 힘들 테다. 울음기가 섞인 최인영의 목소리는 그리움과 아련함을 먹먹하게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여름 그 자체가 그리울 때 들어도 좋고, 누군가가 그리워 울고 싶은 날 들어도 좋다. 수도꼭지 금세 열릴 것이니 한바탕 울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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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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