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길 위에 선 모든 사람들에게,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도서]

박재희,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를 읽고
글 입력 2018.10.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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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서점을 막론하고 항상 눈에 띄는 책들이 있다. 바로 ‘위로’에 관한 책들이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매대에 위로와 힐링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자리하고 있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는 그때부터 우리는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절실했던 것은 아닐까.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망설여져서, 책 속 문장에서라도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 이상한 것은 대놓고 ‘나는 지금 널 위로하고 있다’ 티를 팍팍 내는 이야기에는 선뜻 마음이 가질 않는다. 아니, 마음이 팍 식어버린다. 그렇다면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는 어땠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슴을 부여잡으며 완독했다. 그냥 완독도 아니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마치 내가 산티아고를 순례하는 순례자가 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면,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감응하며 읽었다면 믿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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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니. 그 말이 반가웠지만 표지를 펼치는 순간까지도 ‘나는 지금 너를 위로하고 있다’는 식의 위로를 건네는 것은 아닐는지 의심하는 마음을 거두지 못했다. 책을 덮은 지금,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는 말이 맞았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위로도 아니고 초대장 정도가 산뜻한 느낌으로 딱 맞다. 거기에서 어떤 위로를 얻어 가게 될지, (그리고 위로가 아니더라도) 다른 무언가를 얻어 가게 될지는 초대받은 그 사람만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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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에서 저자는 억지로 만들어내어 위로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 순례자로서 40일간 걷고 또 걸으며 자신이 겪은 일들과 자신이 깨달은 점들을 풀어낼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로를 얻게 된다. 한 사람이 보고 듣고 느낀 경험들에서 말이다. 마음이 저리는 깨달음과 겸허한 반성, 따듯한 사람들과 그들 각자가 품에 안고 짊어진 사연들, 우리는 기쁨으로도 위로받고 슬픔으로도 위로받게 된다.


책의 구성 또한 참으로 절묘하다. 1막 몸으로 걷기, 2막 마음으로 걷기, 3막 영혼으로 걷기로 구성되어 있다. 마침 1막에서 2막으로의 기점은 ‘부르고스’다. 부르고스에서는 산티아고를 걷기 시작하면서 겪은 육체적 고통의 단계가 끝난다고 한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의 첫 단계가 끝나고 부르고스를 기점으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기에 몸으로 걷고 마음으로 걷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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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에서는 막 순례를 시작한 저자가 둘러본 주변의 풍경들, 새롭게 보인 것들과 알게 된 것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지며 저자의 솔직한 깨달음, 반성이 두드러진다. 저자의 이야기에 나도 덩달아 잊고 있던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그때에는 분명 이만큼이나 속이 상했고 다신 반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버릇과 잘못을 나는 아직까지 은근히 혹은 대놓고 반복해오고 있었다. 반성을 또 되새기고 되새겨야, 성찰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아주 작디작은 먼지만큼 그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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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마음으로 걷기의 후반부와 3막 영혼으로 걷기 부분으로 접어들며 나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상황에는 하트 표시를 그려 넣으며 책을 읽어나갔는데 2막 후반과 3막에는 유독 하트가 많았다. 하트 표시 옆에는 ‘따스하다. 따듯하다. 인류애. 러블리, 인생 좋아’ 등등 코멘트도 남겨놓았다.



순례자로 겪은 고통이 칭찬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유는 단 하나. 고통을 당하는 자의 아픔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통을 이겨낸 것과 같이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순례자.’ 우리는 모두 세상에 온 순례자였다.


- 317p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그 사람만의 진솔한 경험,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가장 격렬하게 흔들고 가장 따듯하게 안아주는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겠노라 마음먹는 것부터도 망설이던 나는, 책을 다 읽은 지금 ‘죽기 전에는 산티아고 순례를 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길에 오르기 전에 미리 운동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부터 산책이나 조깅이라도 해볼까.’ 이렇게 생각의 길을 슬쩍 바꿔 두었다.



문득, 완전한 종결이 진짜 시작이라는 자각이 사무쳤다. 길이 끝난 이곳에서 새로운 길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가야 할 길에는 노란 화살표가 없다. 어쩌면 끝도 없을 것이다.


스스로 길을 내며, 혼자 걸어야 할 진짜 순례가, 지금 막 시작되고 있었다.


- 319p



부엔 까미노! 각자, 그러면서도 함께 산티아고까지 걷는 순례자들에게 인사하며 묵묵히 길을 가는 나. 언제쯤 그렇게 될 수 있으려나. 저자는 ‘2018년 초가을, 두 번째 까미노 가방을 꾸리며’ 여는 글을 마무리했다. 또다시 길 위에 오르다니! 순례길에서의 경험은 영험했던 것일까. 더욱 마음이 동한다. 저자의 말로는 영성과 세속은 가까웠다고 하니, 언젠가는 나도 오를 그 길을 상상하며 일단은 세속의 길 위를 열심히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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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



지은이 : 박재희


출판사 : 디스커버리미디어


분야
여행 에세이


규격
변형 신국판(143*195), 전면 컬러


쪽 수 : 320쪽


발행일
2018년 9월 5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88829-05-7 (0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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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디스커버리미디어
02-587-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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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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