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있으신가요

'그 개' Review
글 입력 2018.10.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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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으신가요

'그 개' Review


Review 민현



그 개_최종포스터.jpg
 


시놉시스

"괜찮아,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


저택의 운전기사인 아빠와 둘이 살아가던 중학생 해일은 우연히 유기견 무스탕을 만나 우정을 키우고, 분홍 돌고래 핀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며 비밀스런 속내를 도화지 위에 펼쳐나간다. 그 무렵 위층에 이사 온 선영 가족을 만나게 되고, 난데없이 욕을 뱉는 틱 증상에도 애정과 위로를 보여주는 선영의 믿음에 해일은 웹툰 작가의 꿈을 점점 키우게 된다. 그러다 해일은 아빠를 대신해 장강의 반려견 보쓰를 산책시키러 저택에 드나들던 중, 장강과 아빠가 없는 빈 저택의 정원에 영수와 별이, 해일과 무스탕이 드론을 날리러 가는데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그 개' Review



가을비가 조금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 밤에 다시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우리 삶 주변의 이야기를 진지하고, 또 유쾌하게 담아낸 이 연극을 이 가을이 나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싶다. 창작극이라는 장르는 전달하고싶은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궁금했다. 서울시극단의 각본, 연출 그리고 연기자들의 연기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시놉시스와 포스터를 봤을 때도 어두운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리뷰에서 조금의 스포일러를 덧붙이자면 이 연극, 올해 봤던 어떤 공연 중에서도 가장 어두웠다. 연극을 볼 때는 모든 캐릭터에 몰입해서 아무 생각이 안들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 쌓였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고 우리는 또 누구인가? 우리는 왜 행복하고 불행해야 하는가? 비까지 추적추적 오는 그날 밤의 어두운 분위기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감싸온다.




우리는 뭘까?



“XX”


초반의 밝은 분위기와 연기자들의 재치있는 모습때문에 나는 아동극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해일이 관객들을 향해 욕설을 뱉었을 때 이 연극은 뭔가 다르구나하고 느꼈다. ‘그 개’의 주인공인 해일은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다. 틱이라고 알려져있는 이 병을 갖고 있는 해일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에게 다가온 한마리 유기견 무스탕은 해일에게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준다. 무스탕은 해일에게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선사하고 작은 사건으로 인해 해일의 삶에 금을 긋기도 한다. 해일이 그 유기견에게 무스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장면에서는 관객석 모두가 웃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참 슬픈 복선이었다.


“그런 달콤한 이름으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고 해?

너 앞으로 무스탕 해.”



10. 그 개_해일과 무스탕.jpg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 하고 초점없는 눈빛으로 관객석을 응시하며 말하는 해일을 보고나니 정말 가슴이 아팠다. 가슴 먹먹한 이야기는 세상에 많지만 ‘그 개’에는 조금 특별한 먹먹함이 있다. 유기견이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생각해보니, 개뿐만 아니라 연기를 하고 있는 등장인물 모두가 유기견이었다. 희망을 안고 살아가지만 버려진 개, 결국은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며 터벅터벅 같은 자리만 맴도는 유기견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차게 살아가던 사람들도, 그 빛에 희망을 찾아나가려던 사람들도 결국 유기견임을 알게 되자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억울함까지 느껴졌다. 아마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 있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9. 그 개_해일과 무스탕 영수와 선영 장강과 보쓰.jpg



그래서 나는 유기견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유기견은 버려진 개가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개다. 우리는 살면서 다들 누군가를 기다린다. 해일도 누군가를, 무스탕도 지는 노을을 서글프게 바라보며 누군가를, 보스도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혼자 사는 회장님도 멀리 떠나버린 누군가를 기다린다. 돌아올거라는 희망을 갖고있다는 게 기다리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든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다림은 삶이 끝날때까지 붙어다닌다.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라는 말의 뜻은 이렇게 인생의 한 측면을 담고 있다.




힘들어, 너도? 나도!



3. 그 개_해일과 무스탕.jpg



“세상 공기가 모두 물로 변했어.”


세상 공기가 모두 물로 변했다는 말도 처음엔 주인공 해일이 그리는 웹툰에서 나온 어린아이의 상상력이 만든 말인줄 알았다. 해일은 그림을 좋아해 만화를 그리곤했다. 자신의 꿈에서 사람으로 변한 돌고래가 되어 마법을 풀어줄 돌고래를 찾으러 가는 만화. 도대체 어디있는 거야!?하고 외치던 해일은 결국 그 돌고래를 찾았을까? 마지막 장면,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해일의 모습은 흡사 그 만화에 사람이 되어버려 절망하는 돌고래같았다. 결국 돌고래를 찾으러 찾아 나선 것도 기다리다 지쳐서 어쩔 수 없이 먼 길을 떠났다는 걸, 결국 자신이 그린 만화의 주인공도 결국 유기견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해일은 마스크를 쓰고 말았다.


사람이 된 돌고래를 보며 나는 다시 돌고래로 돌려주고싶었다. 검은 마스크를 다시 벗겨주고 세상에 그 돌고래를 내어 놓고싶었다.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고싶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내가 살고있는 이 세상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연극을 보고나서 답답함을 느낀 것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너무나 많은 유기견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으신가요 하고 자신있게 물었던 프리뷰의 내 자신이 조금 창피해졌다.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으신가요?



그래서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으신가요? 나는 또다시 묻는다. 무스탕이라는 강한 이름을 갖고도 이 세상을 살아가기는 너무도 힘들 것이다. 왜 힘들까?? 결국 살아가는 건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극을 함께 본 친구와 함께 나눈 대화 중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다. '우리는 뭘까? 사는건 또 뭘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원하기에 버려지고,

누군가에게 버려졌기에 원한다.

그런 사람들이 상처를 주고 받는다.

어찌보면 그건 지극히 일반적인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11. 그 개_ 해일(마지막 장면).jpg



연극이라는 특별한 세계에서 벗어나 지극히 일반적인 세상으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비마저 오니 세상 모든 공기가 정말 물로 변한 것 같았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그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걸이 속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조각이 담겨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세상을 잘 이해하고,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그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느낀다. ‘그 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세상은 많이 어두웠다. 모든 공기가 물로 변한 것처럼, 사람들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조금 걱정된다, 내가 살고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세상이 특별한 연극의 세상과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아서.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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