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잠시 멈춤’이 필요한 누구든, 부엔 까미노!

글 입력 2018.10.1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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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요즘 들어 자주하게 되는 말이지만, 잠시 쉬어감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대학생활로 인해 바뀐 환경과 생활 패턴이 적응될만한데도 여전히 힘든 순간은 언제든 찾아오기 때문이다. 모든 선택의 자유를 가진 반면, 책임도 함께 지게 되지만 여전히 반만 어른인 상태의 초보 성인이라 뚜렷한 확신 없이 방황하기 일쑤다. 그런 자신이 싫은 건 아니지만 잠시 쉬었다 가면 이 길을 더 잘 가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다른 세상을 가장 빠르게 책을 통해서 경험해보고 싶었고, 저자처럼 언젠가 한번 산티아고 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어딘지, 왜 걷고 싶은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무작정 순례길을 동경하던 마음이 궁금함에 더해져 자연스레 이끌리듯 손에 책을 잡고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렸다.

 

 

 

순례자의 길,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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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북부에 위치한 800km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이다.


유래를 알고 나니 성스러운 여정이라는 것이 좀더 와닿았다. 이 길을 걷는 이들을 모두 순례자라고 이른다기에 여기에도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니,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 혹은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나그네와 같은 자세로 살아가는 성도를 가리켜 순례자라 부른다고 한다. 후자보다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언젠가 순례자의 길에 서 있을 나를 상상하며, 저자와 함께 길을 걸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어쩐지 묘했다.

 

아마도 그들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이 그들을 떠나게 했는지, 길의 끝에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책을 읽기보다 대화를 멀리서 듣는 느낌으로 순례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더욱 그랬다. 순례자는 멀리 있거나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다. 고통을 감내하고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는 것은 물론 보통의 사람이라면 쉽게 결심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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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순례자의 모든 의미를 말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족을 미워하는 마음, 지우지 못한 아픈 기억, 은퇴 후의 쓸쓸함, 사고 후의 아픔,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 등등 저마다 사연 있는 사람이 모여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집단이고 가여운 삶이기도 했다.


길을 나서기로 마음먹고 실제 걸음을 딛을 때까지 어떤 것이든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800km를 걷는 동안, 몸은 초췌해지고 두려움과 걱정도 많았지만 용기 있게 걸음을 내딛어 완주에 성공한 15%의 대단한 사람들.

 



모든 관계에서 떠나보는 것



읽으면서 내내 저자의 글에 동화되어 감정이 이입되는 순간이 많았다. 가이드북이나 지도 없이 그 긴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성격상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 용기와 대담함으로 스스로를 움직여 완주했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례 기간 동안 잃었던 친구를 만났고, 가족을 떠올리고 내 안의 모든 것들을 꺼내 오롯이 혼자서 쓰다듬고 토닥이는 시간은 참 부러웠다. 책 속의 순례자들에 비하면 그리 오랜 시간을 산 것도 아니지만, 시간에 관계없이 내면에 쌓인 것들을 풀어놓는 경험은 누구에게든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서 떠나보는 경험’이 삶에 있어 한번은 필요하다고 저자도 말했다. 그것이 저자에게는 까미노였던 것이다. 까미노처럼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걷는 것이 꽤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꼭 산책로가 근처에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아주 뜬금없는 생각은 아니었구나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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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경험을 하는 벅찬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지만,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풀장에서 허우적 거리듯한 막연함’과 모든 불행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것 같은 불운한 느낌은 그보다 자주 다가와 종종 일상을 괴롭힌다. 그러면 나만 불행하고 제일 힘들다고 주저앉아버릴 때가 돌이켜보니 꽤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 까미노를 함께 걸었던 론 아저씨, 루시, 데이브, 헨드릭이 그랬고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 드라마틱한 치유를 찾아 많이들 까미노에 나선다지만 같은 물음의 쳇바퀴에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다만 조금 달라진 내가 길에 끝에 서있을 뿐이다. 또다른 나와 함께 다시 손을 잡고 일상을 순례하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까미노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난다. 그녀의 ‘부엔 까미노’가 흔한 힐링 서적의 위로와 달라서 좋았다. 잔잔하게 현실적인 울림을 주어 산티아고 순례길이 극적이지 않아 좋다고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고, 필요한 것은 꼭 나타난다는 마법이 숨어 있고 때로는 지상과 천상 그 사이 어디로부터의 도움도 주어진다는 신비함이 가미된 ‘순례자들의 길-산티아고’, 그곳에 가고 싶다. 더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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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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