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장녹수가 신데렐라라면, 그대들도 신데렐라다. [공연]

자신을 끝없이 갈고 닦은 조선의 예인, <궁:장녹수전>
글 입력 2018.10.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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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장녹수전 포스터_웹용_국문_0308.jpg
 

주로, 전통극을 공연하는 정동극장에서 진행된 <궁 : 장녹수전>을 관람하고 왔다. '조선의 위험한 신데렐라'라는 부제목으로,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기대하게 했었다. 시청 옆 돌담길을 지나며 그 날도 역시 플리마켓이 줄지어 있었지만 구경해볼 여유도 갖지 못한 채 급하게 뛰어갔다. 예전에는 플리마켓에 전시된 아기자기한 물건, 떡 하나하나, 덕수궁 돌담길 담벼락에 쌓인 돌 하나하나 다 바라보며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갔는데 언제부턴가 여유를 잃어버리고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 그 길을 뛰어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문득, 문화초대를 받는 것에 감사해하다가도 원래의 내 삶이 갖던 여유로움을 잊고 산 것은 아니었나 뒤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 일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던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공연을 보기 위해 앉아야만 그럴듯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걸까.

관객석에 앉아 피곤하고 지친 머리를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는 동안 어쩐지 모르게,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음악이 공연장 내에 울려퍼지고 눈 앞에는 스크린으로 가려져, <궁 : 장녹수전>이라는 글자가 띄워져 있었다. 옛 전통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입은 한복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란 게 가장 크다. 음악의 선율에 조금씩 움직이면서 흔들리는 그 옷자락을 보는 것이 미적으로 너무나 완성도있어, 눈을 뗄 수가 없어진다. 앞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질 지 심장이 약간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너무 뛰어와서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심장 혼자 열심히 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주변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국적을 불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뒤를 돌아보면 지긋한 나이대의 어르신들, 내 옆에는 그래도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대학생, 오른편으로는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부부, 왼쪽 맨 앞줄에는 단체로 관광을 온 듯이 보이는 중년 나이대의 아주머니 무리가 있었다. 나중에 공연을 다 보고 나갈 때 보니, 관광버스로 다 같이 탑승하고 계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지방에서 20년간 살 때와 비교해 서울에 자취하고 있는 나는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그 분들은 분명 이렇게 한 번 여행오기 위해 평소에 돈을 아끼고 모으고, 외식 한 번 제대로 못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돈을 적당히 모으면 일상을 제쳐두고 여행을 떠난다. 서울이라는 세계를 경험해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없는 지금의 내 삶은 우리 부모님의 희생 덕분에 가능한 '분에 넘치는 혜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또 무한한 미안함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와, 여러가지 감정이 뒤엉키어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은 또 아프다고 학교도 나가지 않는 내 모습이 너무나 경멸스러워서 부모님께 제대로 연락조차 드리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파도 악착같이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고 오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다른 사람들은 밤을 새도 학교에서 졸지 피곤하다고 집에 와버리지는 않는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건가,하는 자기비하가 이어지려고 하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될 글을, 나를 잊기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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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참여극



공연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수미상관을 사용한 것처럼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했다. 처음에는 신기한 묘기를 보여주면서, 남녀가 어우려저서 다같이 춤을 추고 균형잡기 묘기를 보여주었다. 이때, 관객참여형 공연이 어떤건지도 알게 되었다. 모든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서 아주머니 한 분, 오른쪽에서 외국인 한 분을 데려와서 콩주머니 던지기나, 묘기부리는 것을 시켜서 사은품을 주셨다. 사물놀이패의 짖궂은 장난에도 외국인 분이 꽤나 묘기를 잘 따라하셔서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한국에 사는 분인지, 여행으로 온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은 한국에서의 기억을 이런 묘기로 기억하시게 될까?


또, 관객석을 왼쪽/오른쪽으로 나누어 얼씨구/좋다를 시키기도 했다. 혼자 공연을 보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 부끄러움없이 얼씨구를 따라 외쳤다. 과거의 나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혼자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면서 도도한 척 팔짱끼고 앉아있을 나를 생각하니 약간 부끄러워진다. 공연은 관객과 공연자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내가 그 자리에서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따라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공연도 달라진다. 공연을 하는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호응이 좋을수록 힘이 날 것이고, 호응이 없다면 지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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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장녹수


원래 희대의 요부라는 이미지의 장녹수를 공연에서는 예인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선비들은 다른 기녀들이 춤을 출 때도 장녹수를 찾아헤맨다. 장녹수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든 장녹수와 술을 한 잔 하고 싶어서 접근하지만 장녹수는 그런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실 춤을 관람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기녀들도 무척 아름답고 화려하고, 춤도 잘 춰서 장녹수가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는 알기 힘들었다. 극 내에서 북을 칠 때 다른 기녀들은 일부러 못 치게 연출을 하고, 장녹수는 어려운 장단을 아무렇지 않게 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지만 극이 끝날 무렵에는 다들 너무나 재빠른 손놀림과 다같이 맞아떨어지는 박자, 그리고 명확한 동선으로 멋진 춤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다들 엄청 대단해보였을 뿐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인가, 승전무 북춤을 배워본 적이 있다. 내 고향 통영이 예술도시라서, 무형문화재분께서 직접 오셔서 방과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춤을 가르치셨다. 승전무란 전쟁에서 이겼을 때에 승리를 축하하며 추던 춤으로, 이순신 장군의 한산 해전 승리를 축하하며 추고는 했다고 한다. 버선발로 배우던 그 날렵한 발걸음과, 그러면서 이어지는 상체의 느긋한 움직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새하게 남아있다. 북춤이라고 무조건 북만 두드리는 것은 아니고, 북까지 가는 과정에서도 발걸음과 손놀림이 정해져있다. 북에 가서는 네 명이 동서남북을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북을 치고, 손을 올렸다 내리고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공부 외에는 다른 것은 관심이 별로 없었던 나에게 승전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몇몇 잘하는 학생들을 뽑아서 시외 지역으로 공연을 가기도 했다. 북춤을 추다보면 어떤 방위에 섰는지에 상관없이 자리를 바꾸게 되지만, 시작하는 자리와 끝나는 자리가 정해져있다. 내 자리는 남쪽이라 남쪽을 상징하는 푸른색깔의 치마와, 하얀색 저고리를 입고 공연을 했었다. 늘 어떤 일이든 시작만 하면 건강과 관련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재수없는 팔자를 타고 나서, 승전무 공연 직후 목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칼춤을 더 배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은 학기말 학예회에서도 승전무를 공연하는 걸 보고 부러움에 사무쳤다.

기녀들의 화장을 보면서 그 때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아직 어리고 피부도 보송보송한 얼굴에 엄청난 하얀 색의 파운데이션을 칠하고, 눈꼬리를 찢어질듯이 올렸던 그때의 화장이 떠올랐다. 내가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공부 이외의 내가 좋아하던 것을 처음으로 도전했던 그 경험과 관련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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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이 가장 인상깊게 본 장고춤이다. 박치인 나로선, 기녀들이 어떻게 장구를 왔다갔다 정확한 손놀림으로 치는지 정말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물론 그들의 피터지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일반적인 춤보다, 악기를 활용하는 춤이 더 좋은 건, 조금 더 흥겨움을 주기 때문이다. 장구를 치는 순간순간 약간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다 같이 박자를 맞추어 장구를 치면 떠들썩하게 일어나는 흥이 있다.

제안대군이 직접 기녀들을 가르쳤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녹수를 눈여겨보고, 이후에 녹수를 방으로 데려와 직접 서예를 가르친다. 녹수는 극에서 요부보다는 개구쟁이 느낌으로 나온다. 공부를 하는 동안 깜빡 졸아서 제안대군에게 여러번 혼나기도 하고, 슬며시 졸면서 제안대군에게 기대어 그를 곤란하게 한다. 이 장면을 신기하게도, 한 겹의 스크린을 내려 관객들은 춤을 볼 때보다 한 발자국 멀리서 그들을 보는 경험을 한다. 왜 스크린으로 반투명한 막을 만든 걸까,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보다는 tv를 보듯이 그들의 장난기어린 연극을 보도록 의도한 걸수도 있겠다. 스크린 뒤에서 녹수와 제안대군은 마치 톰과 제리처럼 움직이면서 관객이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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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극


<궁:장녹수전>의 소개글로 무언극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어서, 이 단어를 사용할 지 말 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조금 했다. 무언극은 말을 하지 않고, 마임이나 얼굴 표정, 행동으로 진행되는 연극의 일종이다. 처음에 사물놀이패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할 때는 말을 했었지만, 본 연극 내에서는 가능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아서 무언극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제안대군에게서 글을 배울 때도 그들은 아무 말도 주고 받지 않았지만,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며 졸고 있는 녹수를 깨운다던가 장구를 치는 장면에서는 장구를 강하게 치는 것으로 혼을 낸다던가 하는 점들이 무언극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위의 사진은 장녹수가 연산군의 마음에 들어 궁에 입궐하여 왕의 옷을 뺏어 입은 장면이다. 신하들은 그런 장녹수를 시기하는데, 그를 굉장히 긴장감 넘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신하들이 북을 들고, 장녹수가 북채를 들고 여러 개의 북을 쳐내면서 신하들을 물리치려고 하는 심리적인 압박을 춤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 시도는 좋았으나, 장녹수가 북을 치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저쪽 끄트머리에서 북 여러개 치고, 이쪽 끄트머리에서 북 여러 개치는 연출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 수평으로 이어진 북을 치는 게 아니라, 적군들과 싸움을 하는 영화에서 나오듯이 위/아래/좌우/ 뒤로 자유자재로 북을 치는 장면을 연출했다면 좀 더 시각적인 긴장감을 제공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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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장면과 더불어, 신하들이 왕에게 상소문을 올리는 장면을 표현한 것도 매우 인상깊었다. 배경으로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를 외치는 음악이 나오고, 신하들은 상소문을 길게 늘어뜨려서 왕의 주변을 감싼다. 사진에서 보이는 흰색의 천이 상소문이다. 그걸 180도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상소문을 잡고, 한 사람이 두개의 상소문을 잡고 흔들며 위기감을 연출했다. 왕이 신하에게 가까이 가려고 하면, 다른 신하들이 상소문으로 왕을 조여버려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일반적인 공연이었다면, 신하들이 왕에게 무릎을 꿇고 단순히 상소문을 올렸을만한 장면이 무언극이라서 가능했던, 최고의 연출 장면이었다. 중간에 제안대군의 도움을 받은 녹수가 등장해서 왕에게 칼을 건네주고 왕은 신하들에게 칼을 휘둘러 죽여버린다. 해결되는 장면은 조금 아쉬웠지만 정말 굉장한 표현이었다. 중간에 반대편 사람의 상소문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약간의 실수가 있기도 했지만 그런 점들을 눈감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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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입장



또 인상 깊은 것은 백성들의 정업이놀이다. 정업이 놀이란 짚으로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서 때리고, 불을 지르면서 나쁜 기운을 태우는 놀이라고 한다. 폭정에 시달린 백성들이 왕과 후궁의 짚 인형을 만들어서 왕의 옷을 입히고 남근을 마구 때리며 희화하한다.


사실 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계급이 높아지는 춤을 볼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갑작스럽게 백성들의 춤이 나와서 놀랬다. 주인공을 장녹수라고만 생각해서, 그녀의 계급이 높아지는 만큼 고상한 것만을 볼 거라고 생각한 탓이다. 이 공연은 장녹수가 주인공이지만 그렇다고 장녹수만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서 장녹수와 연산을 대하는 백성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을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을 하게 된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어떤 마음을 갖고 커가는지, 정의를 어떻게 실현하는지를 다 보기 때문이다. 악당의 편에 서는 사람도 있는데?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악당의 나약함이라거나, 악당이 그런 일을 하게 된 동기를 알아차렸을 때 심리적으로 공감을 하는 경우다. 즉, 사람들은 아무리 나쁜 일을 저질러도 그 사람이 그 일을 하게 된 인간적인 동기를 알게 되면 그를 무조건적으로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만약 장녹수와 연산군을 그저 바라보는 백성들이었다면 그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궁 : 장녹수전>에서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백성들을 보여주지 않고 상소문을 올려 연산을 괴롭히거나 장녹수를 못살게 구는 백성들만 보여주었다면 우리는 백성들을 미워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극의 제목은 장녹수를 중시했지만, 백성들의 고통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건을 좀 더 객관적인 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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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아름다움, 궁중무용/궁중정재


사진에 나오는 춤은 '가인전목단'으로, 궁중 무용 중의 하나다. '아름다운 사람이 모란을 꺾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무대 중앙에 활짝 핀 모란 꽃병을 놓고 춤을 춘다. 무희들이 양편에서 들어와 춤을 추며, 앞뒤로 움직이고, 꽃병 주위를 돌며 추는 화려한 춤이다.

이 춤 이외에 신라의 뱃놀이에서 기원한 '선유락'이라는 춤도 있다. 화려하게 단장한 배를 끌고 나와서 채선 둘레에 여러 여기가 패를 나누어 서서 배 가는 시늉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춤이라고 한다.

사실 알고 보면 동일한 인물들이 옷과 머리, 장신구만 다르게 하고 나와 전혀 다른 춤을 춘다. 정말 연극을 보는 내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궁중무용으로 갈수록 춤이 좀 더 얌전해지고, 흥이 없어지며 우아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름다움을 이렇게 눈 앞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탄스러운 일인지.


4장_숙용장씨_장녹수.jpg


 
그렇다면, 장녹수는 조선의 신데렐라인가?


일단 신데렐라의 정의를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신데렐라란, 가난하고 불쌍한 처지의 낮은 계급에 속한 여성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분이 높은 남성을 만나 그 덕분에 신분 상승을 하게 되는 여성을 의미한다. preview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사귀는 남자가 알고 보니 백만 장자고, 알고 보니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 곧 회장이 될 운명이라는 것처럼 뜻밖에 신분 상승을 맞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극에서 보여준 장녹수는 정말 뜻밖에 운명을 거쳤는가? 장녹수는 뛰어난 재능으로 제안대군의 방에서 공부를 배운다. 재능과 끼를 갈고 닦아서 연산군의 눈에 띄게 되어 궁궐에 입궐한다. 제안대군이 가지 말라고 말려도 장녹수는 큰 야망을 위해서 연산군에게 간다.

그 과정을 정말 뜻밖에 벌어진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런 재능이 없이 단순히 마음씨가 곱고 예쁜 얼굴로 왕자의 아내가 된 신데렐라와 같을까? 내가 본 장녹수는 물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긴 했지만 그 역시 자신의 뛰어난 재능 덕분이었고,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끝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은 인물이었다. 뛰어난 능력이 있다면 그에 걸맞는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운이 좋았다고 신랄하게 '까지' 않는다.

그런 인물에게 왜 '신데렐라'라는 비유를 한 거지? 단순히 장녹수가 신분상승한 여성이라서? 그렇다면 그것은 여성에 대한 비하적인 발언이 분명하다. 그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자기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 있다면 더 나아가지 못하던 사회에서 장녹수는 왕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한 찌질한 인간들의 질투일 뿐. 만약 장녹수가 신데렐라라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당신들도 신데렐라다.


2장_입궐한장녹수.jpg





궁: 장녹수전
- 세련된 전통공연의 탄생! -


일자 : 2018.04.05(목) ~ 12.29(토)

시간
화-토 4시
일, 월 공연없음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VIP석 60,000원
R석 50,000원
S석 4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48개월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75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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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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