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으로 사는 것 [사람]

글 입력 2018.10.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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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의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나요? 이 질문이 요 며칠간 내 주변을 맴돌았다. 어떤 직업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나는 늘 ‘내가 원하는걸’ 하며 매일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가 어딘가에 닿을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한 마디로 인생에 있어 큰 목표도 없고, 절대적인 가치관이 없다. 그리고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이고, 별거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가지기까진 끝없는 불안과 싸우며 나 자신을 다스려야 했다. 치열한 노력 끝에 체화된 인생관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자’였다.


이 가치관은 여전하다. 그런데 최근에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뛰어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었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이런 분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처음으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일까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10년 후 내가 다시 이 글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참 궁금하다.




판단하지 않는 사람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목표인가 싶다. 내가 지금 가장 못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목표를 처음 써놓은 이유는 사실 이것만 달성하면 다른 것들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어떤 현상을 쉽게 판단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복합적이고, 내가 아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워낙 본성이 소심한 편이라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많은 경험을 하고 사람들을 만날수록 내가 결단을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자주 느낀다. 그렇게 보이지만 실은 그게 아닌, 그 이면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경우가 세상엔 많다.


판단하지 않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내가 잘 아는 분야라고 혹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때 판단하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듣고 공감만 해도 되는 말에 판단과 평가가 앞서기도 한다. 참 나약하고 어리석은 동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말과 행동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줬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열심히 성찰하고 반성해야겠다. 그 전에 나의 오만함을 매사에서 거두어야겠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21세기는 사람을 사랑하기 귀찮은 세상이다. 굳이 에너지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갖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기대하지 마라’라는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런 탓에 현재 한국 사회는 의미 있는 공동체가 사라지고, 개인들은 파편화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한층 더 우울하고 외로워진 사람들에게 소비를 조장한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 외면할 수 없는 한국의 현주소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기대하고, 노력하고 싶다. 사는 게 각박해져 사람에게 환멸이 나는 순간에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외로움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 물론 타인이 채워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 근원적 외로움은 오직 자신 스스로만이 다룰 수 있다. 그럼에도 ‘연약하지만 네 곁엔 내가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냄새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안에 에너지가 없으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사랑도 없어진다. 내 안에 사랑과 에너지를 채울 방법을 고민하며 살고 있다.




바다 같은 사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말과 반대로 보이는 게 다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만큼 내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예전부터 바다를 좋아했는데, 바다는 숨기는 게 없어서 좋아했던 것 같다. 투명한 물에 수많은 생명을 품은 채, 그 자리 그곳에 늘 있는 게 좋았다.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내 얕은 곳과 깊은 곳까지 모두 볼 수 있어 편안하고 친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위의 목표들을 보면 남의 시선 신경 안 쓰는 사람치곤 전부 다 타인과 관련되어있다.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거울을 보는 것이다. 결국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나를 볼 수 있다. 이 사실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완벽한 문과인 내 삶에서 사람을 배제하는게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으로 사는 건 원래 어려운 일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렇지만 동시에 찬란한 일이다. “인간이 어떻게 자신은 인간이고, 특이한 개인이며, 희망과 절망, 슬픔과 두려움, 사랑에 대한 갈망, 무와 분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단 한 번 살아갈 기회를 갖게 된 자임을 잊지 않을 것인가?” 라는 에리히 프롬의 물음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려 한다.





[김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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