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 가을에 핀 봄꽃 [기타]

때를 놓친 사랑의 아픔을
글 입력 2018.10.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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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핀 봄꽃

때를 놓친 사랑의 아픔을


Opinion 민현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되는 요즘 같은 때, 봄과 가을이라는 계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싹튼다. 내가 기억하는 가을은 선선한 바람이 기분좋게 몸을 파고드는 계절이었는데, 2018년의 가을은 칼바람이 몸을 파고든다. 태풍에다가 추적거리는 비가 기세좋게 서울을 거쳐가서 그런가 보다.


“왜 이렇게 추워..?” 누가 듣지도 않는데 이어폰을 낀 채로 하는 혼잣말에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는데도 그저 길을 걸어갔다. 가을이 너무 짧아져 가을 타는 법도 잊어버린 나는 주머니에 손을 푹 꽂고 생각에 잠긴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이제 지겨워졌고 그저 빨리 집에가서 따뜻한 이불에 몸을 누이고 싶었다.


그런데, 길을 가다보니 꽃 한송이가 보였다. 담벼락 밑에 선명한 노란색이 아주 예쁜 꽃이었다. 민들레인가? 내가 알기로 민들레는 봄에 피는 꽃인데? 가을에, 심지어 이렇게 추운 날씨에 활짝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그 노란색은 이 추운 가을에 어울릴 만한 색이 아니었다.


오늘의 글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난 이 꽃을 가을에 핀 봄 꽃이라고 생각했다. 부푼 희망을 안고 겨울을 떠나 노란 봄을 피우려던 그 씨앗이 아마 어떤 벽을 만나 어려움에 부딪혔을까? 봄을 피우지 못한 그 씨앗은 어떤 미련이 남아 가을에라도 꽃을 피우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담벼락 밑, 이 추운 날씨에 홀로 외롭게 피어나 떨고있는 게 아닐까? 그 꽃의 마음은 항상 봄일텐데, 자리잡지못한 여름의 계절이 그 꽃씨에게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찬바람이 스쳐도

내 마음은 항상 봄인걸

한달음에 달려와 언제든 꽃을 피울 수 있는걸


지나친 감성에 빠진 날 현실로 이끌어준건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가사 소재로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시간이 어긋나버린 사랑과 그 아픈 마음을 비유하기에 가을에 핀 봄꽃이라는 소재는 너무 적당한 것 같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꽃 한 송이의 이야기를 한 줄씩 써내려가 보았다. 때를 놓친 사랑의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멈춘듯 운명같은 만남을 지나쳤을 때의 아쉬움,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끝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지나쳤던 기억은 아마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랑을 잡아야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왜 그때는 몰랐을까, 그때는 몰랐을까

때를 놓친 사랑의 아픔을

가을에 피어난 내 마음을



꽃 한송이.jpg
 


그 씨앗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떻게라도 꽃을 피워 결실을 맺어야만 했던 이야기를 생각해야했다. 왜 봄에는, 여름에는 피우지 못했을까? ‘겨울을 기다려 봄에 꽃을 피웠습니다!’같은 성공적인,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끝내 꽃을 피우지못했습니다..’같은 너무도 일반적인 이별 이야기도 아니었다. 난 좀더 극적인 결론을 지었다. ’가을에 핀 봄꽃’은 일부러 꽃을 피우지 않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씨앗의 이야기라고.


그런데 말야,

우리의 꽃은 봄에 피지 못할거야

그래도 넌 기다릴 수 있니

조금은 아플지도 몰라


가을 한복판에 떨어진 그 씨앗은 봄 내내 마음 속에만 꽃을 피우고, 그 꽃이 가시가 되어 마음을 찌른다. 마음 속에만 간직한 사랑은 가을에 핀 봄꽃처럼 봄이 지난 뒤에야 그때가 꽃을 피울 시기였음을 알게 된다. 그래, 가을에 핀 봄꽃은 때를 놓친 사랑의 아픔을, 결국 꽃을 피워도 아무 의미없다는 그 마음을 담고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버린 꽃에겐 봄이 아닌 계절은 너무도 아프다. 언제 다시 봄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일까.


가을 한복판에 핀 봄꽃처럼

우린 그렇게 어긋났어

아름다운 계절에 피지 못한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이렇게 아파해야할까.


조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작은 꽃을 바라보았다. 계절에 맞는 가사와 이야기를 꼭 하나쯤 써봐야지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가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지나갈 것 같았다. 더하여 '가사로 바라보기'라는 내 글의 컨셉이 점점 '가사로 맞춰가기'로 변해가는 것 같아서 초심도 다잡을 겸 '가을에 핀 봄꽃'을 쓰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가사로 세상의 세세한 부분까지 바라보자'는 처음의 생각과 다짐을 끝까지 가져가야겠다.






가을에 핀 봄꽃


겨울바람에 흩날리던

작은 봄꽃 홀씨를 기억하니

얼마나 부푼 마음을 안고

하늘을 날아다녔을까?


그런데 말야,

우리의 꽃은 봄에 피지 못할거야

그래도 난 기다릴 수 있을까?

조금은 아플지도 몰라


찬 바람이 스쳐도

내 마음은 항상 봄인걸

한달음에 달려와 언제든 꽃을 피울 수 있는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그때는 몰랐을까

때를 놓친 사랑의 아픔을

가을에 피어난 내 마음을


가을 한복판에 핀 봄꽃처럼

우린 그렇게 어긋났어

아름다운 계절에 피지 못한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이렇게 아파해야할까



작사 민현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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