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생각을 하고 살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평범한 삶'을 지향했다. 누구의 눈에 띄는 게 싫었고 늘 평범한 머리에 평범한 옷, 평범한 성격(?)을 추구했다. 거리를 지나가면 누가 보아도 행인1로 보이 듯 말이다. 솔직히 '개성'이라는 단어는 나와 멀었다. 평생을 '난 개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세상은 아니었다. 내게 개성을 요구했다. 평범함을 원하지 않는 사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숱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걸, 이 세상은 알까?

<'나'라는 브랜드>라는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2년 전 처음으로 자소서를 쓰겠다며 밤을 지새우던 내가 떠올랐다. 자기를 소개하라는데, 나도 내가 누군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다. '진짜' 내 모습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자소서는 취업 스터디 모임에서 처참하게 깨졌다. 너무 평범하다고 말이다. 나 자신과 내 경험은 여러 자소서를 거치며 마치 풍선껌처럼 부풀어졌고, 아예 거짓은 아니었으나 구미에 맞게 부풀어진 자소서 여러 편은 운이 좋게 선택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남과 다른, 나만의 정체성이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나도 나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 브랜딩해보고 싶었다.

<'나'라는 브랜드>는 크게 3막으로 이루어진다. '1막 만들기: 정체성, 브랜드'를 시작으로 '2막 알리기: 네트워킹 프로모션' 그리고 '3막 넓히기: 창업가, 영향력'으로 끝이 난다. 각 장에서는 세부적인 지침들이 등장하며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 '팁', '전문가 조언', '케이스 스터디' 등 각 장의 주제에 맞게 다양한 컨텐츠가 담겨 있다. 특히 케이스 스터디는 앞의 이론적인 내용이 적용된 케이스를 살피는 것이어서 더 흥미로웠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챕터 요약이 되어 있어 유용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심플'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명조체와 검은색을 유지해 가독성을 높였고, 주제별로 구성된 챕터는 필요할 때마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분리되어 있다.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심플한 일관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사실 포괄적인 내용의 마케팅 도서일줄 알았지만, <'나'라는 브랜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비롯한 크리에이터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크리에이터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들과는 상관 없을 듯한 부분이 중간 중간 나오지만, 전체적인 브랜딩의 맥락(만들기-알리기-넓히기로 이어지는)에서 우리도 적용해봄직한 팁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키워가는 크리에이터들이 읽는다면 더욱 그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브랜딩 컨설팅을 받는 개인 혹은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따라간다면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마케팅을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아쉬웠던 점은 각 테마별로 브랜딩 하는 방법이 다소 추상적이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삽화는 재밌고 일관성이 있어 좋았지만, 차라리 책의 내용과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가는게 훨씬 좋지 않았을까? 다양한 이미지의 중요성에 대해 책에서도 설명했듯(53p) <'나'라는 브랜드> 역시 다양한 사진과 그림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나'라는 브랜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브랜드>가 지도와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한번 따라가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