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쉽게 묻히는 것들을 바라보며 ‘2018서로단막극장’ [공연]

글 입력 2018.10.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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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와는 다른 느낌으로 내 앞에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빠지는 것이 좋다. 연출과 서사를 중요하게 여겨 소극장/대극장을 가리지 않고 예술/코미디 연극도 구분 없이 잘 본다.

이번에 2018 서로단막극장에서 만나게 될 연극은 꽤 짧다. 기본 90분, 길면 2시간까지 가는 연극들에 익숙해서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우리서로 각자서로’라는 타이틀로 세 가지 극을 올린다고 하는데 ‘따로 또 같이’라는 개인주의에 꽤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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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각자서로



저마다 자기 고유한 세계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세계를 완전히 알 수 없으며, 자기 자신 조차도 자기만의 세계를 끝내 알 수 없다. 그 세계들의 만남이 또 다른 ‘함께하는’ 세계를 만든다. 서로 함께하면서 동시에 서로가 알 수 없는 각자가 누리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 서로’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말없이’, ‘소꿉놀이’, ‘그 하루의 꽃’ 세 가지 극에 대한 소개를 잠시 읽어 보자.


<말없이>

작/ 연출 이양구
10.25(목)-11.04(일) 월 공연없음

출연: 최설화, 노유나
무대 디자인: 조경훈

사고로 중증 장애아가 된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과 ‘말’ 없이 소통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이야기이다. 한편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가 생겨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상대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동차 사고로 아이가 크게 다쳐 의식은 있으나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부부는 아이를 키우며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 말을 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다. 아이가 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부부는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뛰고 싶어서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에 참여해 본다. 아이가 등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부는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등산을 한다. 아이와 처음 올라가본 산에서, 언제나 휠체어에 앉아 서있는 사람들만 쳐다보았던 아이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소꿉놀이>

구성/연출 김효진
11.08(목)-11.11(일)

출연 : 김학재, 김선경, 신선영
동작지도 : 유진아
무대디자이너 : 이상호

나는 어떤 역할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나의 역할로 자신을 정의하기 힘든 현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 공연 창작자들이 모여,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나’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소꿉놀이’는 지난 2017년부터 30대 중후반 4명의 기혼녀 김학재(배우), 김선경(배우), 김재화(배우), 김효진(연출) 그리고 30대 초반의 미혼녀 신선영(배우)이 모여 ‘나’를 찾는 응용연극(Applied Theatre)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동창작 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이 공연을 통해 30대로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된다. 여성/남성의 편 나누기가 아닌, ‘살아간다’는 것을 고민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관계 맺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 ‘나’와 ‘너’의 존재,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기 위한 시간을 함께 가져보길 기대한다.



<그 하루의 꽃>

작/연출 김가람
11.15(목)-11.18(일)

출연: 강길우, 이지호, 김아영
작곡: 이한밀
무대디자인: 오하늬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혹은 존경하는 사람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하는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에는 세 가지 형태의 관계가 나온다. 동성애자와 그 쌍둥이의 다툼, 이혼을 예정한 부부의 마지막 만남, 비정규직 간병인과 부자 고용인의 논쟁. 이 세 개의 에피소드는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로 엮음으로써 인간과 인간의 소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내가 너에게 진정으로 닿을 수 있을까?’

서울의 작은 정원에서 피어난 ‘꽃’은 누군가가 자신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거나, 존경을 표하길 꿈꾸고 있다. 어느 날 새벽, 꽃은 누군가에게 꺾여 여섯 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소개 글에서 얼핏 각각의 매력이 보였다. ‘말없이’는 우리가 소통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하게 여기는 언어가 없는 상황을 가정한다. 말하지 않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주위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가족들과 거의 대화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일상적인 “갔다 왔어?”, “밥 먹었어?” 같은 말 외에, 정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말들이 오고가지 않는다. 이미 ‘말없이’ 사는 것이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이 극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소꿉놀이’는 대한민국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30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아직 20대인 나에게 30대인 그들의 말들은 선배들의 삶을 듣는 것과 같다. 나는 그들과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과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미 유사한 사건들을 겪었을 수도 있고 아직은 모르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 궁금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그 하루의 꽃’은 특이하다. 한 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차별, 편견, 권력, 오해의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입장이 펼쳐지고 꽃이라는 소재가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 6명의 이야기가 결말부에 하나로 이어질지, 각각의 이야기로 끝이 날지는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어떻게 이해하고 혹은 외면하고, 어떻게 싸우고 혹은 화해할지 그 양상이 보고 싶다.





세 가지 단막극 중 나의 선택은, ‘소꿉놀이’이다.

셋 모두 재미있어 보이지만 미래의 나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소꿉놀이’가 보고 싶어졌다. 단막극은 긴 이야기 만들기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삶의 편린들 중 번뜩이는 순간들에 시선을 집중하여 보여주기 좋은 장르라고 한다. 아직 공론장에서 쉽게, 많이 다뤄지지 않고 있는 여성들의 일하는 삶을 더 알고 싶다. 나도 모르게 스쳐지나갔고 우리도 모르게 가볍게 여겼던 그 삶에 대해.

*

김효진 연출가 <응용연극단체 문(Applied Theatre Group Moon)>의 대표 ?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Applied theatre를 전공한 김효진 연출은 청소년 미혼모 등 소수자의 삶에 주목하는 연극 활동을 주로 해 왔고, 표현 형식으로서 ‘몸’에 대한 탐구와 공동창작의 방식을 지속해 왔다. <소꿉놀이>는 하나의 역할로 자신을 정의하기 힘든 현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 공연 창작자들이 모여,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나’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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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로단막극장
- 우리서로각자서로 -


일자
2018.10.25(목) ~ 11.04(일)
2018.11.08(목) ~ 11.11(일)
2018.11.15(목) ~ 11.18(일)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2시, 5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장소 : 서촌공간 서로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
서촌공간 서로
E-Won Art Factory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60분




문의
서촌공간 서로
02-73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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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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