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A 매거진 #240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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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 였던가, 디자인 전공 교수님이 빠르게 변하는 디자인 트렌드를 읽기 위해선 잡지를 구독하라 했다. 한달에 한 번 쯤 오는데 그마저도 미뤄두고 한두달 뒤에 읽게 되지만 그래도 주기적인 디자인 간행물을 구독하는 건 도움이 많이 된다고.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내가 돈이 좀 없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몇년 뒤에야 디자인 잡지 구독을 신청했다.처음 선택한 잡지는 <월간 디자인>이었다. 반듯하고 세련된 레이아웃, 깔끔하게 떨어지는 편집… 그런데 뭔가 아쉽더라. 아마 다양한 스타일의 잡지를 보고싶다는 욕심이 생겼나보다. 그렇게 두번째로 선택한 잡지가 바로 <CA매거진>이었다.
정확히는 2017년 일년동안 구독을 했고, 건강문제로 한동안 쉬어야한다는 게 확정나고 현재 연장 구독은 미루고 있는 상태. 그래서 CA #240을 마주하곤 더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마냥 깔끔하지는 않은" 디자인이라 더욱 즐겁다.
깔끔한 디자인이 꼭 좋은 디자인은 아닌 것처럼, 마냥 깔끔하지 않다는 것은 비꼬거나 욕하는 말이 아니다. CA는 그래서 더 개성있고, 위트있고, 강박적인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깜끔함에 대한 강박성이 있다. 그래서 때때로 깔끔하지 않은 스타일리쉬한 작업이 어색해지는 거다. 예를 들면 캘리그라피를 비롯한 타이포그래피. 분명 각 잡혀서 일정한 비율의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게 아닌데 틀에 맞지 않으면 자꾸 어색한 기분이 든다.
디자이너라면 자주 접할 고민이지만 안전함과 도전 사이에서 갈팡 질팡하는 경우도 많다. <CA매거진>이 내 기준 최고의 디자인 잡지인 것은 같은 맥락에서다. 편집적인 면에서 개성있는 서체와 레이아웃을 엿볼 수 있다.
편집 이야기를 벗어나 내용적인 면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규모나 인지도에 상관없이 여러 아티스트와 행사를 방문, 소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양각색의 독립예술들이 조명받고 있는 요즘, 새로운 예술가들을 알게되는 과정은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편집 디자인 수업에서는 항상 A+를 받았다. 교수님이 좋게 봐주신 것도 있겠지만 덕분에 편집 관련해선 자신감이 생겼다. 흥미나 관심도 더 많이 붙었고. 이번 CA #240호의 제목은 "책 디자인의 구조"다. 책 디자인의 구조를 다루는 이야기는 잡지 중간부에 기존 규격보다 반뼘 정도 작은 사이즈로 붙어있다. 언젠간 책 표지 디자인을 욕심 내면서도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알 수 있는 정보가 쏠쏠해서 좋았다. 작가들이 가장 본문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폰트 종류라던가, 표지 디자인 제작 팁이라던가.
무엇보다도 처음의 탄탄한 계획과 구상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이지호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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