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도서]

글 입력 2018.10.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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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함께 걸었다. 같이 출발해서 끝에 도착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40일간 걷는 에세이.

사실 난 에세이에 관심이 없다. 남의 이야기를 내가 봐서 뭐해? 정말 완전한 무관심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에세이에 대한 편견이 조금 줄어들었다. 왜 사람들이 에세이를 좋아하는지, 에세이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이해하게 됐다. 나와 같은 사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접 경험, 대리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뻔한 표현이 들어맞지만 특히 더, '텍스트로서의 가장 정확한 표현법'이라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꾸며지지 않는 솔직한 그 사람의 이야기, 글. 다른 표현보다도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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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글을 쓴다면 시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주로 쓰는 편이다. 어쩐지 일일일작에서 에세이를 쓰면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더라.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신기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가장 진솔한 나를 보여주는 경험이 에세이였다.

너무 솔직해서 더 좋았다. 얌체를 싫어하는 마음도, 나중에 나의 편견을 깨닫는 일도, 유명한 곳이 사실 내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는 것도, 어떻게든지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려는 마음, 우월감이나 위선, 자책, 남몰래 감추거나 숨기고 싶어했던 나의 적나라한 마음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더 편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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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나가는 날짜대로, 시간 순서 대로 적혀 있었다. 1막 몸으로 걷기. 2막 마음으로 걷기. 3막 영혼으로 걷기. 몸이 아프고, 마음으로 느끼고, 영혼 깊은 생각하지. 자연스러운 책이다. 색의 톤앤 매너도 민트색과 핑크색으로 잘 어울렸다.

많은 인연들을 만났다. 헤어지고, 또 만나고, 같이 여행했다. 모든 사람들을 같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 저자의 가족까지도. 이사벨, 데이브, 론, 루시, 헤드릭 등등. 누구나 다 아픔을 지니고 있구나. 다 그렇게 각자 살아가는 구나. 고상하게 혼자 떠나려고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같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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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되는 내 해외 여행 경험이 떠올랐다. 전부 친척들과 간 패키지 여행 뿐이지만. 스스로 한 것 없이 그저 끌려다니기만 했지만. 그 공기와 온도, 냄새, 낯선 문화를 경험하는 느낌만은 기억한다. 그래서 '관광지 시장통'이라는 표현도 '적막한 넓은 들판'도 연상이 잘 됐다. 아마 내가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생생하게 느끼기 힘들었겠지.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직접 그곳을 경험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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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산티아고 순례길'이 멋있어 보여서, 있어 보여서 가보고만 싶었다. 정답을 찾는다는 생각 없이,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정말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로 직접 다녀온 느낌이 든다. 내가 로망으로 바라고 꿈을 꾼다 해도, 어차피 전부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들이 가는 길이고, 그런 만남이 있고, 그런 공간일 테니까. 음. 역시 어디에 있다한들 스스로 느낄 수만 있따면 그 어디에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특별함'은 기대하지 않으나 '새로움'을 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경험은 진정 어떤 것을 원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가고 싶어하는 것 말고는. 글쎄. 뭘까. 내 목적은 무엇이지? 내가 사회를 살아가는 것. 도전. 많은 고민이 든다. 나는 저자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40일을 걸었다. 끝에 선 지금이 다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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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노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예수의 제자 야곱이 이베리아 반도에 복음을 전파한 길이다. 순례길은 프랑스의 국경 마을 생장(Saint-Jean-Pied-de-Port)에서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의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무려 800km 남짓 이어진다. 1993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자 중세부터 지금까지 1000년 넘게 순례가 이어지는 세계에서 유일한 길이다. 매년 300백만 명이 걷지만 단지 15%만 완주하는 아주 긴 순례길이다.

▷위로의 길 800km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초대장 같은 책이다. 여성으로는 드물게 외국 기업 마케팅 담당 임원까지 지냈으나, 저자에게도 아픔과 결핍이 있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였고, 어머니는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성공도 한 꺼풀 벗겨보면 쳇바퀴 인생에 불과함을 아프게 깨닫는다. 인생을 다시 세팅하고 싶을 즈음 저자는 혼자서 산티아고로 떠난다. 40일의 걷기 여행은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었고, 아픔을 보듬는 아주 긴 위로였다. 그리고 자신과 나눈 긴 대화였다. 이 책은 저자가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언젠가는 당신도 위로의 길로 꼭 나설 수 있기를!

▷산티아고는 신의 길이지만 저자가 만난 건 그녀 ‘자신’과 ‘사람들’이었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내면 깊숙이 꽁꽁 숨겨뒀던 나를 마주 보게 해주었다.” 길에서 만난 자신은 아프고 슬프고 불안하고 나약했다. 하지만 800km를 온전히 걷게 해준 것도 아프고 슬프고 불안하고 나약한 ‘나’였다. 저자는 내면의 ‘나’와 동행하며 꼬박 40일을 울고 웃었다. 지은이의 고백대로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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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도서명 산티아고 40일간의 위로: 나를 만나, 나와 함께 걷다
지은이 박재희
분야 여행 에세이
면수 320쪽
가격 16,000원
출간일 2018년 9월 5일
출판사 디스커버리미디어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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